그대의 화두는 무엇인가?

화두란 참구

숲을 가꾸어라


불교 선원(禪院)에서는 참선(參禪) 수행을 위한 실마리를 화두(話頭)라고 한다. 이 화두는 참선 수행자들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참구(參究: 참선하여 진리를 찾음)하는 문제를 가리키는 불교적 용어로서 공안(公案), 혹은 고칙(古則)이라고도 한다. 화두(話頭)()”이라는 뜻이고, “()”머리라는 뜻으로서 앞서 간다는 뜻을 지닌 단어이다.

 

무자화두(無字話頭)라고도 하는 구자무불성(拘子無佛性)”은 우리나라의 고승들이 가장 많이 도를 깨달았다고 하는 화두의 참구법(參究法)이라고 한다. 옛날 어느 한 승려가 중국 당나라 조주 선사(趙州 禪師, 서기778~897)를 찾아가서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라고 답하였다 하여 이 화두가 생겨났다고 한다. 부처님은 일체 중생에게 틀림없이 불성이 있다고 하였는데, 조주 선사(趙州 禪師)는 왜 (, 없다)”라고 하였을까를 의심하는 것이 무자화두법(無字話頭法)이다.

 

이처럼 화두는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문답에 대하여 의문을 일으켜 그 해답을 구하는 출발점이 된다. 전통적으로 이 화두를 가지고 공부를 할 때는 간절한 마음으로 공부하기를 마치 닭이 알을 품은 것과 같이하며, 고양이가 쥐를 잡을 때와 같이하며, 어린아이가 엄마를 생각하듯 하면 반드시 화두에 대한 의심을 풀어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조선 중기의 고승 휴정(休靜)은 그의 선가귀감(禪家龜鑑)에서 닭이 알을 안을 때는 더운 기운이 늘 지속되고 있으며, 고양이가 쥐를 잡을 때는 마음과 눈이 움직이지 않게 되고, 배고플 때 밥 생각하는 것이나, 목 마를 때 물 생각하는 것이나 어린아이가 엄마를 생각하는 것은 모두가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고, 억지로 지어서 내는 마음이 아니므로 간절한 것이다. 참선하는 데 있어 이렇듯 간절한 마음 없이 깨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하였다.

 

어느 날 밤 꿈에 돌아가신 선친께서 나타나 너의 화두는 숲을 가꾸어라가 되어야 하느리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생각했다. 아버님이 왜 나에게 숲을 가꾸어라는 화두를 던지고 가셨을까? 그날로부터 내 머릿속은 앉으나 서나, 낮이나 밤이나 숲을 가꾸어라로 가득 차게 되었다. 그리고 300여 일이 지난 어느 날, 하늘에서 짙은 구름을 뚫고 내려오는 한 줄기 강렬한 붉은 빛이 내 머리를 파고들면서 나는 선친께서 던진 숲을 가꾸어라는 화두의 뜻을 깨닫게 되었다.

 

숲을 가꾸어라는 화두의 은 단순한 숲이 아니라 세상 만인(萬人)을 지칭하는 숲이다. 숲을 이루는 나무의 종류는 기후에 따라 다르다. 냉대와 한대 기후에서는 구과식물(毬果植物)인 침엽수가 주종을 이루고, 온대나 열대에는 속씨식물인 활엽수가 주종을 이루지만, 활엽수와 침엽수가 공존하는 혼합림도 있다. 그런 숲은 1헥타르당 44명이 숨 쉴 수 있는 산소를 제공해주며, 한 해에 68톤 정도 되는 먼지를 걸러낸다고 한다.

 

이렇게 숲은 첫째, 만물이 숨 쉬고 살 수 있는 산소를 제공하는 최대의 원천이고, 둘째, 온갖 먼지와 오물을 걸러내는 최대의 원천이고, 셋째, 온갖 동물과 새들이 찾아드는 안식처이다. 호수에 물이 차면 물고기는 잡아넣지 않아도 저절로 찾아들듯, 숲을 무성히 가꾸기만 하면 온갖 동식물은 부르지 않아도 저절로 찾아든다. 이렇게 볼 때 숲은 생명의 원천이요, 삶의 원천이요, 풍요의 원천이다.

 

가장 바람직한 인간사회는 부르지 않아도 온갖 짐승들과 새들이 저절로 찾아드는 풍성한 숲처럼 부르지 않아도 저마다 사람들이 찾아와 좋은 공기, 맑은 물, 맛있는 음식을 즐기면서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곳일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누구나 잠시라도 그렇게 공기 좋고, 물 좋고, 경치 좋은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비싼 여행비를 써가며 일부러 그런 곳을 찾아다닌다.

 

숲은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는 똑같이 좋은 공기, 좋은 물, 좋은 기운을 있는 그대로 마음껏 제공하듯 내가 만일 그런 숲처럼 풍성하고, 여유롭고,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다면 부르지 않아도 뭇사람들이 앞다투어 찾아올 것이다. 그렇게 만난 뭇사람들과 어울리면 풍성한 숲 같은 인간 세상이 생겨날 것이다. 돌아가신 선친이 온갖 좋은 명언을 다 제쳐두고 숲을 가꾸어라는 참으로 평범하고 순박한 화두를 던지고 가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으리라.

 

그대의 화두는 무엇인가? 만일 없으시다면 지금이라도 숲을 가꾸어라는 화두를 물고 늘어져 보면 어떨까? 그대의 삶이 한 단계 더 높아질 것이다.

 

-손 영일 컬럼 



작성 2025.05.28 07:39 수정 2025.05.28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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