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ㅣ 주경선 편집장
편향성과 맹목이 민주주의를 위협할 때
민주주의는 다양한 견해의 공존을 전제로 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공공의 이익을 도출해내는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민주적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편향적인 사고가 맹목적인 지지로 변질되며, 합리적 비판조차 용납되지 않는 폐쇄적 집단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편향과 맹신이 국가에 어떤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지 뼈아픈 경험을 통해 목격했다.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은 단지 개인의 일탈에 대한 법적 책임을 넘어, 특정 세력의 독선과 현실 왜곡이 민주주의 시스템을 어떻게 마비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국민 다수의 신뢰를 저버린 권력의 결과는 언제나 참혹한 사회적 대가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세력은 자신들과 의견이 다른 진영을 향해 무차별적인 비난과 혐오를 퍼붓고 있다.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고, 자신들만이 정의롭고 도덕적인 존재인 양 행동하는 태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독선이다. 이 같은 이분법적 사고는 오히려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에 가까우며, 때로는 공산주의 체제의 억압보다도 더 극단적인 형태의 집단 이기주의로 나타난다.
민주주의는 진영논리의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절차와 합의, 타협과 존중이라는 성숙한 시민의식 위에서만 유지될 수 있다. 특정 진영을 무조건적으로 추종하며 다른 목소리를 악마화하는 행태는 민주주의 사회에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더구나 이런 태도가 평화와 인권, 정의를 외치는 사람들의 진정성을 오히려 가리고 왜곡시키는 도구로 쓰일 때, 그것은 반인륜적인 폭력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내세우며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타인을 배척하고, 정의를 말하면서 정의를 훼손하는 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성찰과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편향이 아닌 균형, 맹목이 아닌 성찰, 분열이 아닌 연대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