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독립적인 챗봇 기능을 넘어 자율적인 다중 에이전트 워크플로(Multi-Agent Workflow)로 진화함에 따라, 다양한 플랫폼과 공급자에 분산된 수많은 에이전트의 식별, 신뢰 확보, 그리고 효과적인 거버넌스(Governance)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업계에서 제시된 새로운 명명 체계, 보안 강화 방안, 개방형 프로토콜 도입 움직임은 AI 에이전트 기술이 상호운용성을 갖춘 생태계로 나아가는 중요한 분기점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AI 에이전트 식별 위한 '에이전트 이름 서비스(ANS)' 부상
아마존, 에릭슨, 화웨이 소속 연구진들은 AI 에이전트를 위한 인터넷 규모의 주소 지정 및 검색 시스템인 '에이전트 이름 서비스(Agent Name Service, ANS)' 개념을 공동으로 제안했다. 기존 도메인 이름 시스템(DNS) 원리를 차용한 ANS는 'invoice-processor.finance.example.com'과 같이 인간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AI 에이전트에 고유 이름을 부여한다. 이와 함께 공개키 기반구조(PKI)를 활용해 각 에이전트의 디지털 신원을 암호학적으로 검증, 에이전트의 엔드포인트 URL 및 기능 정보를 이름에 매핑한다. 이를 통해 현재 공급자별로 상이한 독자적 API 및 데이터 포맷으로 인한 파편화 문제를 해소하고, 자율 에이전트에 대한 신원 도용이나 중간자 공격(Man-in-the-Middle Attack) 같은 보안 위협을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개방형 프로토콜 및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동향
ANS 구상과 발맞춰, 주요 기술 플랫폼 기업들도 자체 시스템 개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개최된 'Build 2025' 컨퍼런스에서 자사의 '애저 AI 파운드리 에이전트 서비스(Azure AI Foundry Agent Service)'와 함께 에이전트 간 상호 통신을 위한 개방형 기술 사양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개발자들은 '데이터 수집 에이전트'가 '규정 준수 감사 에이전트'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이어서 '보고서 생성 에이전트'가 작업을 수행하는 등, 표준화된 스키마(Schema)를 기반으로 복잡한 다중 에이전트 파이프라인을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엔트라 에이전트 ID(Entra Agent ID)'는 각 에이전트에 고유하고 검증 가능한 디지털 신원을 부여하며, 데이터 거버넌스 솔루션인 '퍼뷰(Purview)'와의 통합을 통해 모든 워크플로의 기록, 모니터링, 통제 기능을 강화한다.

산업별 파급 효과와 미래 전망
이러한 표준화된 명명 체계와 통신 프로토콜의 확립은 산업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응용 가능성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공급망 관리 분야에서는 규제 기준 충족을 인증받은 에이전트들이 자율적으로 물류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개인건강정보보호법(HIPAA) 등 관련 규정을 준수하는 신뢰성 있는 진단 에이전트를 손쉽게 발굴하여 시스템 통합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금융 서비스 부문에서는 통합된 보안 정책 아래 리스크 평가, 이상 거래 탐지, 규제 보고서 작성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다양한 에이전트들을 효과적으로 통합 운영할 수 있게 된다.
현재 AI 기술은 개별적으로 운영되던 도구들의 시대를 지나, 상호 연결된 '지능형 에이전트 웹(Agentic Web)'으로 나아가는 중대한 전환기에 놓여 있다. 개방형 명명 서비스, 공유 통신 규약, 그리고 견고한 거버넌스 체계 구축에 대한 업계의 공동 노력이 이루어진다면, 개발자와 기업들은 AI 에이전트의 단순 업무 자동화를 넘어, 대규모 환경에서도 안전하고 효율적인 상호작용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차세대 AI 솔루션 개발에 참여하는 주체들은 국제인터넷표준화기구(IETF)에서 논의 중인 ANS 초안 검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미래 자율 소프트웨어 에이전트 기술의 근간이 될 표준 정립에 기여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