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 한복판에 교육감들이 직접 등장했다. 단순 현안 대응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주체로서 교육이 정치권에 정책 질문을 던진 것이다.
김석준 부산광역시교육감, 천창수 울산광역시교육감, 박종훈 경상남도교육감은 5월 13일 공동 정책간담회를 열고, 대한민국 교육체제 전환을 위한 6대 교
육정책 과제를 대선 후보들에게 공개 제안했다. 이는 교육계가 더 이상 ‘보조자’가 아니라 ‘설계자’로서 직접 정치 어젠다에 개입한 첫 행보로 평가된다.
세 교육감이 제시한 정책은 단순한 예산 요구나 제도 보완 수준을 넘는다. 이들은 지방교육재정 국가 책임 강화, 교권 실질 보호, 대입체계 개편과 대학서열 해소, 교원·공무원 정원 확대, 사회적 돌봄 일원화, 학교 문화예술교육 확대 등 현장의 구조를 전면적으로 재편할 ‘전환 과제’들을 제시했다.
가장 핵심적인 첫 제안은 ‘교육재정의 국가 책임 강화’다. 고교무상교육에 대한 법적 국가 책임 명문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고등·평생교육 지원 종료(일몰제), 돌봄 예산의 교육청 일방 부담 구조 개편 등 국가재정 구조의 대수술을 요구했다.
두 번째 화두는 교권 보호. 오는 2025년 시행 예정인 학교안전사고법 개정안만으로는 부족하며, 「교원지위법」에 형사책임 면책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교육감은 “현장 교사를 법의 사각지대에서 지켜내는 것이 교육 회복의 출발”이라고 못 박았다.
세 번째는 대입체계 전면 개편. 수능 절대평가와 자격고사화, 지방국립대 등록금 무상화를 통해 고교교육 정상화와 대학 서열 구조를 허물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박종훈 교육감은 “서울 몇몇 대학 중심의 피라미드 구조는 공교육을 지속적으로 파괴해왔다”고 지적했다.
네 번째 제안은 ‘교원 및 지방공무원 증원’이다. 교육 수요의 다변화에 비해 공급 체계는 구시대적이라는 진단이다. 학급 단위 정원 배정, 소규모 학교의 추가 인력 보강, 기간제 교원의 자율적 운영 확대 등 ‘교사 수급 체계의 체질 개선’이 골자다.
다섯 번째는 돌봄 기능의 분리와 국가 차원의 통합. 현재 교육청이 과잉 부담하고 있는 초등 돌봄 기능을 ‘국가돌봄청’이라는 전담기구로 일원화하고, 학교는 본연의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건을 정비하자는 제안이다.
여섯 번째는 학교문화예술교육의 회복. 최근 문체부 예산 감축으로 위축된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을 문화부가 책임지고 유지·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이당권 문화원장이 앞서 강조한 “문학을 통한 미래교육” 흐름과도 일맥상통한다.
이제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교육은 더 이상 행정적 뒷수습이나 예산 조정의 대상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과 지역 균형 발전, 미래 세대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전략 분야다.
세 명의 교육감이 내놓은 6대 과제는 ‘정치가 교육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라는 질문이자, 동시에 ‘교육이 어떤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가’에 대한 방향 선언이다.
대선 후보들이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 이제 국민은 지켜볼 일이다.
교육이 변화를 기다리는 시대는 끝났다. 변화를 요구하는 주체로 나섰다.
){kind=small}
){kind=small}
){kind=small}
){kind=sm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