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도시’ 정부가 지정한다…고령친화도시 제도 본격화

노인 인구 비율 아닌 정책 기반·주민 참여·돌봄체계 종합 평가

노인 정책 참여·디지털 포용·통합돌봄 포함…지정 유효기간 5년

지정 후 매년 이행상황 보고…계획 이행하지 않으면 취소 가능

  • 주거·이동은 독립 지표에서 빠져…세부 심사지침에서 보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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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 20일까지 행정예고…정부, 연내 첫 지정계획 공고 예정

 

 

노인이 많이 사는 지역이 아니라 고령자가 정책 결정과 지역 발전 과정에 참여하며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환경을 갖춘 지역을 정부가 ‘고령친화도시’로 지정하는 제도가 본격화된다.

 

보건복지부는 10월 1일 ‘고령친화도시 지정 및 지원 등에 관한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지방정부의 추진 조직과 인력, 노인의 정책 참여, 디지털 포용, 통합돌봄, 안전, 건강증진 사업 등을 심사해 지정하고 이후 이행상황도 매년 점검하는 내용이다.

 

다만 고령자의 일상생활을 좌우하는 주거와 이동권은 이번 심사표에서 독립된 평가항목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지정제도가 실질적인 도시 변화를 이끌려면 집과 교통, 의료·돌봄, 디지털 서비스가 하나의 생활권 안에서 연결되는지까지 세부 심사지침과 지방정부 조성계획에서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

 

고령자들이 지방정부 관계자와 지역 지도를 살펴보며 고령친화도시 조성계획을 논의하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AI 생성)

 

법률상 명칭은 ‘인증’ 아닌 ‘지정’

정부 제도의 공식 명칭은 고령친화도시 ‘인증’이 아니라 ‘지정’이다.

 

노인복지법은 고령친화도시를 지역정책과 발전 과정에 노인이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노인의 역량 강화와 돌봄·안전, 건강하고 활력 있는 노후생활이 구현되도록 정책을 운영하는 지역으로 정의한다.

 

고령인구 비율이나 복지시설 수만으로 지정하는 제도가 아니라, 정책을 추진할 조직과 인력을 갖췄는지, 관련 사업을 실제로 운영했는지, 앞으로 실행할 조성계획이 있는지를 함께 심사하는 구조다.

 

지정을 신청할 수 있는 지방정부는 특별자치시·특별자치도와 시·군·자치구다. 일반 시·도 전체를 지정하는 구조는 아니다. 

 

지방정부가 조성계획과 평가자료, 지정기준을 충족한다는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보건복지부 소속 심의위원회가 지정 여부를 심의한다. 지정 유효기간은 5년이다.

 

고령자 의견이 실제 정책에 반영되는지 평가

이번 제도의 핵심은 고령자를 복지서비스의 수혜자로만 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고시 제정안의 정량심사표는 ‘노인의 정책·지역사회 발전 과정 참여’에 12점을 배정했다. 정성평가에서도 노인 참여가 15점을 차지한다.

 

단순히 주민설명회 참석자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고령자가 지역의 문제를 제안하고 조성계획 수립과 사업 시행, 평가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고령자의 의견을 누구에게서 어떤 방식으로 수렴했는지, 제안이 실제 정책에 얼마나 반영됐는지, 건강이나 이동이 불편한 고령자도 참여할 수 있었는지까지 확인해야 제도의 취지에 맞는 평가가 가능하다.

 

통합돌봄 15점…돌봄·안전 분야 비중 가장 커

고시 제정안의 정량평가는 100점 만점으로 구성됐다.

 

▲ 추진기반 18점
조례와 담당부서, 고령친화 협력체계, 노인실태조사, 고령친화 인식 개선 실적을 평가한다.

 

▲ 능동적 참여 12점
노인이 지역정책과 지역사회 발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와 운영 실적을 살핀다.

 

▲ 역량 강화 15점
디지털 포용에 6점, 학습·권익·역량 지원에 9점을 배정했다.

 

▲ 돌봄·안전 35점
연속적·통합적 돌봄체계 구축 15점, 돌봄 종사자·가족 지원 10점, 지역사회 안전 강화 10점으로 구성된다.

 

▲ 건강·활력 20점
고령자 건강증진에 12점, 활력 있는 노후 활동 지원에 8점을 배정했다.

 

정성평가도 별도의 100점 체계다. 정책 근거의 체계성 30점, 지속·실현 가능성 20점, 형평성 20점, 혁신성 15점, 노인 참여 15점이다.

 

다만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최종 심사에 각각 얼마나 반영하는지, 몇 점 이상이어야 지정하는지 등 구체적인 판정기준은 이번 고시안에 제시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별도의 심사지침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집에서 계속 살려면 주거와 돌봄 함께 봐야

통합돌봄체계가 정량평가에서 단일 지표로 가장 높은 15점을 받은 것은 고령친화도시가 복지시설을 늘리는 정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있다.

 

2026년 3월 27일부터 시행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은 노쇠·장애·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사람이 살던 곳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도록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통합해 연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방문진료와 방문간호, 장기요양, 식사·가사 지원 등을 연결하더라도 집 안에 높은 문턱이 있거나 욕실이 미끄럽고 엘리베이터가 없다면 고령자가 지역생활을 이어가기 어렵다.

 

고령친화도시 조성계획에서는 주택 개조와 안전점검, 고령자에게 적합한 공공임대주택, 퇴원 후 주거 복귀 지원, 방문의료·요양·식사·이동지원이 서로 연결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정량심사표에는 주거가 독립된 평가항목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주거환경 개선 실적을 돌봄·안전이나 건강 분야에서 어떻게 평가할지는 향후 지정계획과 심사지침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저상버스 숫자보다 집에서 목적지까지 연결돼야

고령자가 진료를 받고 장을 보거나 사회활동에 참여하려면 교통수단뿐 아니라 집 앞 보행로부터 버스정류장, 병원과 복지시설 출입구까지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은 고령자를 교통약자에 포함하고 있다. 지방정부는 저상버스 도입뿐 아니라 저상버스가 다닐 도로와 교통약자가 접근할 수 있는 버스정류장 등의 정비계획도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고령친화도시의 이동환경은 저상버스 대수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보행 신호시간이 충분한지, 보도에 단차나 장애물이 없는지, 보행기와 휠체어를 이용해 승하차할 수 있는지, 농어촌과 외곽지역에서도 병원과 생활시설로 이동할 수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이동권도 이번 정량심사표에 별도의 심사영역으로 제시되지는 않았다. 노인의 정책 참여와 건강·돌봄 사업이 실제 효과를 내려면 세부 심사지침에서 보행과 대중교통, 생활시설 접근성을 구체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디지털 교육 횟수보다 실제 이용 가능성 중요

이번 심사표에는 ‘디지털 포용’이 6점짜리 지표로 포함됐다.

 

디지털 포용은 스마트폰 교육을 몇 차례 진행했는지만 확인하는 개념이 아니다. 고령자가 교통편을 찾고 진료를 예약하거나 복지서비스를 신청할 때 디지털 환경 때문에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디지털포용법도 디지털 취약계층의 접근성 개선과 사회 참여 지원을 국가와 지방정부가 추진할 정책에 포함하고 있다. 

 

온라인이나 모바일 신청만 운영할 경우 기기 사용이나 본인인증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는 서비스 이용 단계에서 탈락할 수 있다. 고령친화도시라면 전화와 방문 신청을 함께 제공하고, 큰 글자와 단순한 화면 구성, 쉬운 안내문, 대면 도움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교육 참여 인원뿐 아니라 교육 이후 고령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실제로 찾아 신청할 수 있게 됐는지도 평가할 필요가 있다.

 

WHO는 주거·교통·정보 등 8개 영역 제시

세계보건기구(WHO)의 고령친화도시 체계는 도시생활을 서로 연결된 여덟 영역으로 구분한다.

 

옥외공간과 건물, 교통, 주거, 사회 참여, 존중과 사회적 포용, 시민 참여와 고용, 의사소통과 정보, 지역사회 지원과 보건서비스다. WHO는 이들 영역을 고령자의 건강과 참여를 가로막는 물리적·사회적 장벽을 확인하고 개선하기 위한 틀로 제시한다. 

 

국내 정부 지정제도와 WHO의 ‘고령친화도시·지역사회 글로벌 네트워크’ 가입은 동일한 절차가 아니다. 국내 제도는 노인복지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방정부를 지정하는 제도이고, WHO 글로벌 네트워크는 지방정부가 국제 네트워크에 가입해 실행계획과 경험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번 고시안은 노인 참여와 디지털 포용, 통합돌봄을 평가항목으로 구체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반면 WHO가 독립 영역으로 제시한 주거와 교통은 국내 정량심사표에 별도 항목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두 분야가 평가에서 제외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돌봄·안전, 건강·활력, 노인 참여 등 다른 영역이나 정성평가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역별 평가 편차를 줄이려면 향후 심사지침에서 주거와 이동환경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지정 후 매년 보고…계획 이행하지 않으면 취소 가능

고령친화도시 지정은 한 번의 심사로 끝나지 않는다.

 

지정 지방정부는 매년 12월 31일까지 해당 연도의 고령친화도시 조성계획 이행상황을 보건복지부에 보고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보고서를 검토해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권고할 수 있다.

 

지방정부가 정당한 사유 없이 조성계획을 이행하지 않으면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이 취소될 수 있다.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지정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

 

재지정을 원하는 지방정부는 5년의 유효기간이 끝나기 1년 전까지 신청해야 한다.

 

정부는 지정 지방정부에 관련 사업 평가와 시범사업 선정, 포상 과정에서 가점을 줄 수 있고 국제 네트워크 교류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가점이 자동으로 부여되는 것은 아니며, 대상 사업과 적용방식은 보건복지부가 별도로 정해야 한다.

 

10월 20일까지 행정예고…연내 지정계획 공고

보건복지부는 고시 제정안을 10월 1일부터 20일까지 행정예고한다. 의견수렴을 거쳐 고시를 제정·시행하고, 지방정부의 준비 상황 등을 고려해 2026년 안에 지정계획을 공고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첫 지정도시의 수와 신청지역, 접수·심사 기간, 결과 발표일은 확정되지 않았다. 해당 일정은 향후 지정계획 공고에서 확인해야 한다.

 

고령친화도시의 성패는 지정서나 표지판보다 고령자의 생활이 실제로 달라지는지에 달려 있다. 집에서 안전하게 생활하고, 필요한 의료·돌봄을 제때 받으며, 이동과 디지털 이용의 제약 없이 지역사회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확인하려면 지방정부가 매년 제출하는 이행보고서에 사업 시행 여부뿐 아니라 주거환경 개선, 의료·돌봄 연계, 생활시설 접근성, 디지털 서비스 이용 격차, 노인 정책 참여와 같은 변화를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 

 

이행 결과를 주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방안도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과제가 될 수 있다.

작성 2026.10.01 17:57 수정 2026.10.0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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