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에게 '징계'라는 단어는 누구나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징계는 잘못을 한 사람만 받는 처분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사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하며 느낀 것은 징계의 본질은 '처벌'이 아니라 '공직사회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제도'라는 점이다.
지방공무원은 주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다. 주민들은 공무원이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행정을 맡긴다. 만약 공직자가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거나, 법령을 위반하거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동을 한다면 피해는 개인에게만 그치지 않는다. 행정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결국 지방자치의 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징계제도는 공무원을 처벌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직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주민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이다. 다시 말해 징계는 공직윤리를 회복하고 동일한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다.
실제로 징계를 받는 사례를 살펴보면 단순히 비위행위 때문만은 아니다. 법령에 대한 이해 부족, 관행에 의존한 업무처리, 기록을 소홀히 한 행정, 이해충돌에 대한 인식 부족 등 작은 부주의가 징계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는다. 공직자는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법령과 기준을 숙지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징계제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공무원은 업무를 처리할 때 더욱 신중해진다. 어떤 행위가 비위에 해당하는지, 어떤 절차를 거쳐 징계가 이루어지는지, 자신의 권리는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불필요한 실수를 줄일 수 있다. 결국 징계를 아는 것은 징계를 피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이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점은 징계에도 절차와 권리가 보장된다는 사실이다. 징계는 일방적인 처분이 아니다. 사실관계 확인, 소명 기회 부여, 징계위원회의 심의와 의결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하며, 당사자는 의견 제출과 진술, 불복절차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법과 절차에 따라 운영되는 징계제도는 공직자를 보호하는 기능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갑질, 직장 내 괴롭힘, 음주운전, 성비위뿐 아니라 개인정보 유출, SNS 사용, 이해충돌 문제 등 징계 사유가 다양해지고 있다. 사회가 공직자에게 요구하는 윤리 수준도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 이제는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직윤리와 책임 있는 행동이 요구되는 시대다.
징계를 두려워하기보다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징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공무원일수록 더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더 안전하게 행정을 집행하며, 결국 주민으로부터 더 큰 신뢰를 받게 된다. 공직의 신뢰는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법과 원칙을 이해하고 지키려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징계를 제대로 아는 것'에 있다.
(필자 소개) 김재범/ 공무원 징계전문 더바름행정사사무소 대표이자 인천시 총무과장, 법무담당관, 인천시 감사관을 역임한 공직출신이다. 공직에서의 오랜 감사 및 법무 경력을 바탕으로 징계 공무원 구제(소청심사, 재심의, 면책 등)를 전문으로 다룬다. 인천시공무원노동조합과 업무협약을 맺고 공무원 권익보호 및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