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대운하, 2500년 물길이 공연장이 되다

13개국 예술가들이 운하에서 만났다…세계문화유산을 ‘살아 있는 문화공간’으로

 밤이 되자 오래된 운하 옆에 조명이 켜지고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강 위의 배와 오래된 다리 뒤로 현대적인 베이징의 도시 불빛이 보인다. 무대에서는 중국 전통음악과 춤이 펼쳐지고, 잠시 뒤 다른 나라에서 온 예술가들의 공연이 이어진다.

 9월 24일부터 27일까지 베이징 퉁저우 운하문화광장에서 열린 제4회 베이징국제운하예술제의 모습이다. 이번 행사에는 운하 문화를 가진 13개 국가의 14개 예술단체와 중국 및 해외 예술가 70명이 참여했고 모두 22차례 공연이 진행됐다.

 공연 장소가 특별하다. 행사장이 위치한 대운하는 중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유산이다. 베이징에서 남쪽 지역을 연결하는 중국 대운하는 약 2500년에 걸쳐 형성된 거대한 수로망으로 중국의 정치와 경제, 물류에 오랫동안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옛날에는 곡식과 각종 물자를 실은 배가 이 물길을 이용해 이동했다. 오늘날 철도와 도로가 물류의 중심이 되면서 운하의 경제적 역할은 과거보다 줄었지만 역사와 문화적 가치는 오히려 커졌다.

 중국 대운하는 201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그러나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해서 박물관처럼 손대지 않고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역사문화유산을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다시 활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베이징국제운하예술제도 이런 흐름에 속한다. 운하 주변에 공연장을 만들고 야시장과 문화상품, 음식, 무형문화유산 체험을 함께 배치했다.

 행사장에는 60여 개의 판매·체험 공간이 마련됐다. 음식, 문화상품, 게임과 체험 등 세 가지 주요 구역으로 구성되어 관람객이 공연만 보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식사하고 쇼핑하며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국제성이다. 중국의 대운하를 배경으로 중국 예술만 보여주는 행사가 아니라 여러 국가의 예술가들을 초청했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도 강과 운하는 도시의 역사와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물을 매개로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는 구조다.

 문화유산을 이렇게 활용하면 장점이 많다. 먼저 젊은 세대가 역사문화유산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오래된 운하의 역사에 관한 긴 설명문을 읽는 데 관심이 없는 청소년도 음악공연이나 야시장, 사진 촬영을 계기로 그 공간을 찾아갈 수 있다.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공연을 보러 온 사람이 주변 음식점에서 식사하고 문화상품을 구입하거나 숙박하면 문화행사가 지역 소비로 연결된다.

 중국 관광에서 ‘야간경제’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낮에 관광지를 보고 숙소로 돌아가는 대신 밤에도 공연과 야시장, 조명 관광을 즐기면 관광객의 체류시간과 소비가 늘어난다.

 최근 중국의 여러 도시가 오래된 성벽과 고궁, 강변, 옛거리를 야간공연의 무대로 활용하는 이유다. 시안에서는 당나라 문화를 소재로 한 공연과 야간 퍼레이드가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았고, 충칭에서는 장강과 도시 야경을 활용한 야간관광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문화유산을 공연장으로 활용할 때는 주의도 필요하다. 지나친 조명이나 대형 시설이 유적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관광객이 너무 많이 몰려 문화재 보호가 어려워지는 상황도 피해야 한다.

 즉 문화유산 활용과 보존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관광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되 문화유산의 역사적 가치가 상업적 행사에 가려져서는 안 된다.

 한국에도 중국 대운하와 비교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많다. 서울 한강과 수원화성, 경주 역사유적, 전주 한옥마을, 낙동강 주변 문화유산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문화재 야간개장과 미디어아트, 전통공연 등이 늘고 있다. 그러나 공연 하나로 끝내기보다 지역 음식과 시장, 박물관, 교통, 숙박을 함께 연결한다면 지역관광의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문화유산은 과거의 흔적이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과 만나야 미래에도 의미가 이어진다. 베이징 대운하에서 열린 예술제는 2500년 된 물길이 현대 예술과 관광을 만났을 때 어떤 새로운 공간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과거에는 물자가 이동했던 운하를 따라 이제 음악과 문화가 이동하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중국이 문화유산을 관광과 문화산업으로 다시 활용하는 방식 가운데 하나다.

[참고자료]

베이징시 정부, 제4회 베이징국제운하예술제 안내
베이징시 문화관광국 관련 행사 자료

北京大运河变成城市文化舞台

 第4届北京国际运河艺术节于9月24日至27日在北京通州举行。来自13个国家的14个艺术团体和70名中外艺术家参加活动,共带来22场演出。

 大运河拥有2500多年历史,也是世界文化遗产。今天,北京正在通过音乐、舞蹈、美食和文化市集,让这条古老的水路重新进入现代城市生活。

 文化遗产不仅需要保护,也可以通过合理利用,让更多年轻人了解它的历史价值。

 韩国同样拥有丰富的历史文化空间。中国大运河的做法,为文化遗产与现代演出、旅游和地方经济的结合提供了参考。

大运河 Dà Yùnhé — 대운하
艺术节 yìshùjié — 예술제
文化遗产 wénhuà yíchǎn — 문화유산
世界文化遗产 shìjiè wénhuà yíchǎn — 세계문화유산
文旅融合 wénlǚ rónghé — 문화·관광 융합
夜间旅游 yèjiān lǚyóu — 야간관광
文化市集 wénhuà shìjí — 문화 장터

작성 2026.10.01 02:16 수정 2026.10.01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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