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타 배우 인터뷰] 배우 안재준, 무대와 매체 오간 10년…“꾸준히, 조연 이상의 자리까지”

10월 연극 ‘연습실 기반 이중 구조의 현재성 연구: 희곡 <평범한 가족>’서 민재 역

드라마·영화·연극·뮤지컬 넘나들며 활동…“여유 찾으니 연기가 더 즐거워졌다”

액션 3년 수련에 콘텐츠 제작까지…“악역과 액션 가능한 배우의 다양성 보여주고 싶어”

[화담일보=김현섭 기자] “나의 행동이 나의 유언이다.”

 

배우 안재준이 자신의 좌우명으로 꼽은 문장이다. 올해로 연기 활동 10년 차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한 장르에 머물기보다 연극과 뮤지컬 무대, 드라마와 영화 등 매체를 오가며 배우로서의 시간을 쌓아왔다.

 

한때는 작품이 없다는 사실에 조급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법을 배웠고, 연기에만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도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했다. 오히려 그때부터 배우로 활동하는 시간이 더 즐거워졌다는 것이 안재준의 이야기다.

 

화담일보는 배우와 제작자를 연결하는 캐스팅 플랫폼 캐스타(CASTAR)에 프로필을 등록한 배우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안재준 배우가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현재 준비 중인 작품, 지난 활동을 통해 달라진 연기관과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민재라는 역할, 우선 나로부터 시작하려 했다”

 

안재준은 현재 오는 10월 공연을 앞두고 연극 ‘연습실 기반 이중 구조의 현재성 연구: 희곡 <평범한 가족>’을 준비하고 있다.

 

작품은 ‘평범한 가족’이라는 공연을 준비하는 배우들의 연습 과정을 다시 하나의 공연으로 보여주는 구조를 취한다. 원작인 이민규 작가의 희곡 <평범한 가족>은 국립극단 희곡우체통 낭독회를 통해 소개된 작품으로, 가족과 소통, 폭력의 문제를 다룬다.

 

안재준은 이번 공연에서 배우들 가운데 가장 선배인 ‘민재’를 맡는다. 연기에 진심이고 오랫동안 활동해온 만큼 정석적인 방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불필요하게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는 민재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았다고 말했다.

 

“민재라는 역할은 우선 저로부터 많이 시작하려고 했습니다.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제가 그동안 봐왔던 선배님들에게는 어떤 모습이 있었을까’를 생각했어요. 그중 어떤 모습을 가져오면 좋을지 고민하면서 결국 저만의 민재를 만들어가려고 연습하고 있습니다.”

 

특히 안재준은 작품 속 인물들의 행동을 단순히 옳고 그름으로 구분하기보다는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기를 바랐다.

 

그는 “누구든 자신의 행동에는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잘못돼 보이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옳아 보일 수 있지만 결국 그 사람은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객분들이나 공연을 보는 다른 예술인들도 과연 무엇이 옳고 무엇이 아닌지 스스로 생각하면서 공연을 봐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소심했던 학생이 배우가 되기까지…“처음에는 유명해지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은 무대와 카메라 앞을 오가는 배우지만, 학창 시절의 안재준은 상당히 소심한 학생이었다.

 

남자 친구들과 있을 때는 곧잘 떠들었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조용한 편이었다. 대신 드라마 보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화면 속 배우들을 보면서 자신도 그 안에서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배우가 되고 싶었던 처음의 이유를 묻자 그는 웃으며 솔직한 답을 내놨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유명해지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제가 소녀시대를 정말 좋아했는데, 유명해지면 만날 수도 있겠지 생각하기도 했어요.”

 

부모에게 연기를 배우고 싶다고 이야기하자 조건이 붙었다. 고등학교 1~2학년 동안 공부를 열심히 하면 연기학원에 보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나름 열심히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렇게 처음 연기학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시작은 어느덧 10년 가까운 배우 생활로 이어졌다.

 

하지만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늘 즐겁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먼저 자리를 잡아가는 동료들을 보며 자격지심을 느낀 순간도 있었고, 코로나19 시기에는 부동산 관련 일을 하며 배우와는 전혀 다른 업종의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경험하기도 했다. 가족을 위한 신장 공여 역시 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큰 경험이었다.

 

여러 시간을 거치면서 그가 내린 결론 중 하나는 “열정과 끈기, 꿈만으로는 길게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배우라는 꿈을 포기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연기를 오래 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연기 하나에만 의존하지 않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좀 더 여유가 생긴 것 같습니다. 당장 작품이 없어도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차분히 다음 스텝을 기다릴 줄 알게 됐어요. 온전히 연기에만 100% 집중하지도 않게 됐고요.”

 

그는 어떤 일이든 본업이 되는 순간 ‘즐거움’이라는 감정 하나만으로 계속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연기 활동을 하다 보니 즐거운 순간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저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도 많아졌고요.”

 

 

배우 생활을 버티게 한 긍정적인 성격…기억에 남은 두 작품

 

안재준이 생각하는 자신의 강점은 의외로 단순하다. ‘긍정적인 성격’이다.

 

그는 “제가 정말 긍정적인 편”이라며 “힘든 일이 있어도 다음 날이면 잊어버리는 편인데, 이런 마인드적인 부분은 정말 제 강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랜 활동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현장으로는 드라마 ‘보쌈-운명을 훔치다’와 뮤지컬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을 꼽았다.

 

‘보쌈-운명을 훔치다’ 촬영은 신장 공여 수술 이후 오랜만에 찾은 드라마 현장이었다.

 

단역으로 촬영에 참여한 그는 오랜만의 현장에 어색함을 느껴 혼자 있었는데, 당시 함께 촬영한 배우 양현민이 먼저 말을 걸어주며 긴장을 풀어줬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

 

안재준은 “촬영이 끝난 뒤 연락을 드렸는데 번호도 주시면서 언제든 연락하라고 말씀해주셨다”며 “요즘에는 연락을 못 드리고 있지만 그 순간이 정말 많이 기억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은 또 다른 의미에서 특별한 작품이다.

 

안재준에게 본격적으로 뮤지컬 무대의 재미를 느끼게 한 작품이자, 이후 뮤지컬 활동을 계속해나가는 계기가 됐다.

 

연극과 뮤지컬뿐 아니라 드라마와 영화까지 경험한 그는 매체와 무대를 완전히 다른 연기라고 구분하지는 않았다.

 

“제가 생각했을 때 연기는 사실 다 비슷합니다. 다만 카메라 앞에서는 좀 더 편안하게 해야 하는 부분이 있고, 무대에서는 객석에 있는 관객들에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좀 더 에너지를 써야 하는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각각이 주는 매력은 분명하다고 했다.

 

매체 연기에서는 촬영 당시의 순간이 영상이라는 결과물로 남는 즐거움이 있다. 반면 무대는 부족한 부분을 반복해서 연습하며 완성해나갈 수 있고,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는 순간이 특별하다.

 

“카메라는 나중에 영상 결과물을 보는 행복이 있고, 무대는 관객분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퇴장할 때 느끼는 행복이 있는 것 같습니다.”

 

 

3년간 준비한 액션…“악역과 액션 가능한 배우라는 것 보여주고 싶어”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을 묻자 안재준은 ‘악역’을 꼽았다.

 

스스로는 상당히 남성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캐스팅에서는 예상보다 귀엽거나 친근한 이미지의 역할을 맡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또 하나의 무기는 액션이다.

 

액션은 오래전부터 도전하고 싶었던 분야였고, 이를 위해 약 3년 동안 별도로 배웠다. 현재는 동료들과 함께 ‘사나이 무비’라는 액션 콘텐츠 채널도 만들어 조금씩 촬영을 이어가고 있다.

 

안재준은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는 정교한 액션 합을 직접 만들어보고 촬영하면서 배우로서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만의 악함을 보여주면서 액션도 가능한 배우라는 다양성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악역이지만 단순히 거친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연기와 액션 역량을 함께 보여줄 수 있는 배역을 만나는 것이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목표 중 하나다.

 

 

“성실하고 열심히 하지만 겸손한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작품과 현장을 경험한 안재준이 마지막으로 꺼낸 단어는 ‘꾸준함’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무엇인가를 이루겠다는 목표보다 지치지 않고 계속 발전하며 배우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먼저다. 다만 그 꾸준함 끝에는 분명한 욕심도 있다.

 

“배우로서의 목표는 꾸준함입니다. 지치지 않고 앞으로 계속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러면서 더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고 싶은 욕망도 있습니다. 조연 이상의 모습으로요.”

 

그에게 성공은 단순히 더 큰 역할을 맡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함께 현장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는지도 중요하다.

 

안재준은 자신이 언젠가 이런 배우로 기억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재준 배우는 참 성실해. 참 열심히 해. 그러면서도 겸손해. 정말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 사람이야.’ 그렇게 기억되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유명해지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연기는 어느새 그의 삶에서 꾸준히 이어가고 싶은 일이 됐다.

 

작품이 없는 시간을 견디는 법을 배우고, 다른 일을 경험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혔다. 무대에서는 관객의 박수를 기다리고, 카메라 앞에서는 하나의 장면이 결과물로 남는 순간을 기다린다.

 

그리고 이제 안재준은 또 다른 장면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민재’로 무대에 서고, 이후에는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악역과 액션 연기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배우 안재준. 그가 이야기한 ‘꾸준함’이 앞으로 어떤 역할과 작품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작성 2026.09.30 17:30 수정 2026.09.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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