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가 하락하면 추가 담보 요구·반대매매…투자손실에 이자 부담까지
- 생활비·의료비는 투자금과 분리하고 대출금리·담보비율 확인해야
70대 이상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6개월 동안 5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 신용융자도 같은 기간 45.7% 늘어 전체 연령대 증가율을 웃돌았다.
주식투자 자체를 문제로 볼 이유는 없다. 기대수명이 길어진 만큼 은퇴 이후에도 일정한 금융자산을 장기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근로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빌린 돈으로 투자해 주가 하락과 대출이자, 생활비 부족을 함께 감당해야 하는 경우다.
이번 수치는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10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대출 잔액 자료에서 나온 결과다.
전체 증권사나 모든 70대 투자자의 상황을 보여주는 통계는 아니다. 이용자 수가 아닌 대출 잔액의 증가율이라는 점도 구분해야 한다.

70대 이상 신용융자 잔액 6개월 새 56.8% 증가
금융감독원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0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60대 이상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025년 말 6592억원에서 2026년 6월 말 9608억원으로 늘었다.
6개월 동안 3016억원, 45.7%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전체 연령대 신용융자 증가율인 36.3%보다 9.4%포인트 높았다. 전체 신용융자 증가액 8419억원 가운데 60대 이상 증가분이 35.8%를 차지했다.
특히 70대 이상 고객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같은 기간 56.8% 증가했다.
다만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70대 이상 이용자 수와 1인당 평균 대출액, 투자 종목, 소득과 보유자산을 확인하기 어렵다. 일부 고액 계좌가 잔액 증가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 수치를 ‘70대 전체가 빚을 내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의미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확인되는 사실은 10개 대형 증권사에서 70대 이상 고객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단기간에 빠르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증권사 돈으로 주식 사는 ‘신용거래융자’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주식 매수대금의 일부를 내고 나머지를 증권사에서 빌려 주식을 사는 거래다. 자기자금보다 많은 주식을 매수할 수 있어 주가가 오르면 수익이 커지지만, 가격이 떨어지면 손실도 확대된다.
금융투자협회의 신용거래융자 핵심설명서는 주가가 예상과 달리 하락하면 투자원금 전부 또는 투자원금보다 많은 금액을 잃을 수 있다고 안내한다. 빌린 돈에는 투자 결과와 관계없이 이자가 붙는다.
신용으로 산 주식의 가치가 증권사가 정한 담보유지비율 아래로 떨어지면 투자자는 현금이나 다른 증권을 추가로 넣어야 한다. 정해진 기한까지 담보를 채우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팔아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이를 반대매매라고 한다.
금융투자협회가 위험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사례에서는 자기자금 400만원과 신용융자 600만원으로 1000만원어치 주식을 매수했다가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반대매매 후에도 대출금 전액을 갚지 못해 투자원금 400만원을 잃고 7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는 신용거래의 손실 구조를 보여주는 가상 사례다. 실제 담보유지비율과 추가담보 납부기한, 반대매매 수량과 가격 산정
방식은 증권사 및 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주식담보대출 63%가 60대 이상…모두 ‘빚투’는 아냐
고령층은 보유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증권담보대출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10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을 담보로 내준 대출 잔액은 2026년 5월 말 2조9027억원이었다. 2025년 말보다 24.3% 증가했다.
이 가운데 60대 이상이 받은 대출은 1조8283억원으로 전체의 63.0%를 차지했다. 50대는 20.4%, 40대는 11.4%였다.
신용거래융자와 증권담보대출은 구조가 다르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거래다. 증권담보대출은 이미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방식이다.
증권담보대출은 생활비나 사업자금, 다른 대출 상환 등에 사용할 수도 있다. 공개된 자료에는 대출금의 사용처가 나타나 있지 않으므로 60대 이상 증권담보대출을 모두 주식 재투자를 위한 ‘빚투’로 분류할 수는 없다.
다만 자금 용도와 관계없이 담보로 제공한 주식의 가격이 하락하면 추가 담보를 요구받거나 보유주식이 강제로 처분될 수 있다. 생활비로 쓴 대출이라도 주가 하락으로 노후자산까지 줄어들 위험은 남는다.
고령층 신용대출 연체율 높지만 빚투와 직접 연결 못 해
5대 은행의 60대 이상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2025년 말 4조원에서 2026년 6월 말 4조5000억원으로 1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체액은 135억원에서 166억원으로 23.0% 늘었다.
60대 이상 마이너스통장 연체율은 0.37%로 전체 평균인 0.22%보다 높았다.
마이너스통장을 포함한 전체 신용대출에서도 60대 이상 연체율은 0.59%로 전체 평균 0.35%를 웃돌았다.
그러나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이 모두 주식투자에 사용된 것은 아니다. 생활비와 의료비, 사업자금 등 여러 용도의 대출이 포함돼 있고 주식투자에 사용된 금액은 따로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고령층 신용대출 연체율이 높은 원인을 ‘빚투’로 단정할 수는 없다. 증권사 신용융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고령층의 은행 신용대출 연체율도 전체 평균보다 높게 나타난 만큼, 투자대출과 생활비 대출을 합한 전체 상환 부담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
은퇴 후에는 손실을 회복할 현금흐름이 중요
국가데이터처의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1517만원, 평균 부채는 4923만원이었다. 평균 순자산은 4억6594만원이다.
그러나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한 비중은 80.1%였고 저축액 비중은 14.2%였다. 모든 고령가구가 현금이 부족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평균적으로 자산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2024년 기준 66세 이상 은퇴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37.7%였다. 전년보다 낮아졌지만 근로연령층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평균자산이 많아 보인다는 이유로 고령층 전체를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집단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주택 보유 여부와 부채, 연금액, 금융자산에 따라 가구별 형편은 크게 다르다.
은퇴한 투자자가 신용거래로 손실을 보면 향후 근로소득으로 장기간 만회하기 어려울 수 있다. 추가 담보를 요구받았을 때 즉시 동원할 금융자산이 부족하면 생활비나 의료비로 남겨둔 예금과 연금까지 사용할 가능성도 생긴다.
노후자금을 위협할 수 있는 세 가지 투자 방식
▲ 생활비와 의료비까지 주식에 넣는 경우
주가가 하락하면 회복을 기다리지 못하고 손실이 난 상태에서 주식을 팔아야 할 수 있다.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다시 대출을 받으면 투자손실과 생활비 부채가 함께 늘어난다.
▲ 보유주식을 담보로 빌린 돈을 다시 투자하는 경우
기존 주식과 새로 산 주식이 동시에 하락하면 투자손실과 담보가치 하락이 겹친다. 추가 담보를 내지 못하면 노후자산으로 보유하던 기존 주식까지 반대매매로 처분될 수 있다.
▲ 손실을 만회하려고 대출 규모를 늘리는 경우
주가가 하락했을 때 대출을 늘려 같은 종목을 추가로 사면 평균 매입가격은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주가가 더 떨어지면 손실과 이자, 담보 부족액도 함께 커진다. 손실을 만회하려는 재투자가 반복되면 상환능력을 넘어설 수 있다.
증권사 한도가 ‘감당 가능한 투자액’은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빚을 내 투자할 경우 손실 충격이 커지므로 투자자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엄격하게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융투자업 규정은 신용거래융자의 보증금률을 최소 40% 이상으로 두고 담보비율을 최소 140% 이상 유지하도록 정하고 있다. 증권사는 종목의 변동성과 고객의 연령·투자성향·보유자산 등을 고려해 신용거래 한도와 담보유지비율을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증권사가 대출을 허용했다고 해서 해당 금액이 개인에게도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은퇴자는 대출 가능 금액보다 손실 발생 뒤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 주가가 30% 이상 하락해도 생활비와 의료비를 낼 수 있는가
▲ 추가 담보를 요구받아도 연금과 비상자금에 손대지 않을 수 있는가
▲ 대출 원금과 이자를 근로소득 없이 갚을 수 있는가
▲ 반대매매가 이뤄져도 주거와 돌봄 계획에 영향이 없는가
▲ 신용융자 금리와 만기, 담보유지비율을 정확히 알고 있는가
▲ 한 종목에 노후자산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지 않은가
이 가운데 하나라도 답하기 어렵다면 대출 규모를 줄이거나 신용거래 자체를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까운 시기에 사용할 생활비와 의료비, 주거비는 투자자금과 분리해 두는 것이 우선이다.
60·70대의 주식투자 자체가 위험한 것은 아니다.
위험의 핵심은 나이가 아니라 줄어든 현금흐름과 손실을 회복할 시간, 빌린 돈의 규모다. 주가가 오를 때 수익은 늘어날 수 있지만 대출이자와 상환의무는 시장의 방향과 관계없이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