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생활 속에서 많은 사람은 일상적인 피로와 정서적 긴장감을 호소한다. 다양한 문화와 편의시설을 가까이 누릴 수 있는 환경이지만, 자연과 접하는 시간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식물과 정원을 통해 자연의 가치를 일상으로 되돌리려는 이들이 주목받고 있다.
경기도 군포시 속달동 수리산 자락에는 식물을 단순히 재배하는 공간을 넘어 자연을 경험하고 배우는 공간을 만들어 온 정원예술가가 있다. '꽃그리너 꽃으로그림을그리다'를 운영하는 최미숙 대표는 지난 20여 년 동안 식물과 정원을 연구하며 자신만의 정원 문화를 만들어 왔다.
최 대표가 식물을 가까이하게 된 계기는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시작됐다. 계절마다 꽃이 피고 지던 어머니의 마당은 자연스럽게 식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백합 향기가 가득했던 집, 다양한 꽃을 정성껏 가꾸던 어머니의 모습은 시간이 흘러도 삶의 중요한 기억으로 남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아트플라워를 제작하며 꽃을 표현하는 방법을 익혔다. 비록 생화는 아니었지만 꽃을 만들고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과정은 식물을 향한 관심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이후 결혼과 육아를 병행하는 동안에도 집 안은 언제나 다양한 식물들로 채워졌다. 식물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일상의 균형을 유지하게 하는 중요한 존재가 됐다.
20여 년 전부터는 취미 수준을 넘어 보다 전문적인 배움을 시작했다. 식물을 건강하게 키우는 방법뿐 아니라 생육환경과 정원 조성, 공간 구성까지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를 위해 조경기능사 자격을 취득하고 원예교육지도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야생화 분경과 가든 디자인, 정원 조성, 플랜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를 꾸준히 익혔다. 배움은 자격증을 늘리는 과정이 아니라 식물을 이해하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였다고 그는 설명한다.
학습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50대에 접어든 이후 대학원에 진학해 정원문화산업학을 전공하며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새로운 분야를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나이를 이유로 배움을 멈추기보다 오히려 전문성을 더욱 높이는 계기로 삼은 것이다.
석사 과정을 마친 이후에도 정원관리, 분재, 테라리움, 플랜테리어 등을 꾸준히 연구했고, 그 결과 군포시 속달동 수리산 자락에 현재의 작업 공간을 마련했다. 이곳은 식물을 재배하는 농장인 동시에 다양한 정원문화 교육과 체험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 대표는 정원을 단순히 아름답게 꾸미는 공간으로 보지 않는다. 사람과 자연이 서로 연결되는 생활문화의 한 형태로 이해한다. 그는 "화가는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리지만 정원예술가는 땅 위에 식물로 풍경을 만든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이다. 그는 식물을 기르는 일은 결과보다 과정이 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 말한다. 계절의 흐름을 따라 흙을 만지고 식물의 변화를 살피는 일상이 몸과 마음의 리듬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러한 철학은 작업장 곳곳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농장을 운영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 가운데 하나는 잡초를 제거하는 작업이다. 비가 내린 뒤 빠르게 자라나는 풀을 정리하는 일은 상당한 노동을 요구한다. 오랜 시간 허리를 굽혀 흙과 마주해야 하는 만큼 체력적인 부담도 적지 않다.
그러나 최 대표는 이 시간을 가장 의미 있는 순간으로 꼽는다. 흙을 바라보며 반복적으로 손을 움직이는 동안 복잡했던 생각이 차분해지고, 식물의 성장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한결 안정되는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 그는 이러한 시간을 자연과 호흡하는 과정이자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받아들인다.
이 같은 철학은 그가 제작하는 야생화 분경과 테라리움에도 그대로 담겨 있다. 야생화 분경은 자연 속 풍경을 작은 화분 안에 구현한 작품이다. 바위와 흙, 야생화를 조화롭게 배치해 계곡이나 숲속의 풍경을 축소한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각각의 식물이 가진 생육 특성과 계절 변화까지 고려해 제작하기 때문에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
테라리움 역시 단순한 실내 장식품이 아니다. 작은 유리 용기 안에 식물과 이끼, 돌, 흙을 배치해 하나의 생태 환경을 구현하는 작업이다. 공간의 크기는 작지만 식물의 생육 환경과 습도, 통풍, 채광 등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하는 만큼 전문적인 식물 관리 지식이 요구된다.

최 대표는 "정원을 넓은 공간에서만 즐길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작은 화분 하나와 유리병 속 자연만으로도 일상에서 식물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험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기 위해 그는 다양한 원예 교육과 가드닝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정원 만들기 수업은 물론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 공공기관 등을 찾아가는 원예 체험 프로그램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식물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은 흙을 만지고 작은 식물을 심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게 된다. 완성된 작품은 모두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결과를 비교하기보다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는 경험으로 이어진다. 최 대표는 이러한 과정이 식물을 배우는 것을 넘어 자연을 이해하고 스스로의 성취를 발견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최미숙 대표의 활동은 식물을 판매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정원문화를 생활 속에 확산하고 자연과 함께하는 경험을 지역사회에 전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작업장을 찾는 방문객들은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식물을 심고 가꾸는 과정을 체험하며 정원의 가치를 경험한다.
20여 년 동안 식물과 함께 걸어온 길은 취미를 직업으로 바꾼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꾸준한 배움과 연구,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과 사람이 함께 성장하는 정원문화를 만들어 온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50대에 대학원에 진학해 전문성을 더한 선택 역시 이러한 철학의 연장선이었다.
군포시 수리산 자락에서 운영되는 '꽃그리너 꽃으로그림을그리다'는 오늘도 계절의 변화를 담아낸 작은 정원을 만들어 가고 있다. 야생화 분경과 테라리움, 정원 교육과 원예 체험을 통해 자연을 일상 가까이 전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식물을 매개로 사람과 자연이 연결되는 새로운 생활문화를 제안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환경 속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은 삶의 균형을 되찾는 하나의 문화가 되고 있다. 최미숙 대표의 정원은 식물을 감상하는 공간을 넘어 자연을 이해하고 직접 경험하는 생활 속 정원문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