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회생협회 윤병운 회장 칼럼] 유통 거인의 몰락과 거대한 후폭풍, ‘홈플러스 회생 폐지’가 남긴 과제

홈플러스 결국 파산결정.. 그 원인과 분석

홈플러스 파산결정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홈플러는 왜 파산의 길로 갔는가?

[한국기업회생협회 윤병운 회장 칼럼] 유통 거인의 몰락과 거대한 후폭풍, ‘홈플러스 회생 폐지’가 남긴 과제

 

[중소기업연합뉴스] 윤병운 칼럼니스트 = 2026년 7월 3일, 대한민국 유통 산업 역사에 기록될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정준영 법원장)가 대형마트 업계 2위이자 한때 전국 140여 개 점포를 호령하던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폐지를 전격 결정한 것이다.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1년 4개월 만의 일이다.

 

이로써 홈플러스는 사실상 법정 관리의 울타리를 벗어나 ‘기업 청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 즉 파산 수순을 밟게 되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통 거인의 파산 위기는 단순한 한 기업의 실패를 넘어 가뜩이나 얼어붙은 오프라인 유통 시장과 지역 경제, 그리고 수만 명의 노동자 삶에 유례없는 거대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1. 벼랑 끝에서 무너진 1년 4개월: 그동안의 회생 과정

홈플러스의 위기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의 급격한 성장과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침체라는 구조적 흐름 속에서 심화되었다. 결정적으로 2015년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점포 매각 후 재임차(세일앤리스백) 등 단기적 자금 확보에 치중하면서 기초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자금줄이 완전히 막힌 홈플러스는 지난해 2025년 3월 4일 법원에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당시 법원은 홈플러스의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존속가치)보다 크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고용과 경제적 파급력을 고려해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양도해 회사를 살리는 이른바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 작성을 허가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 29일 첫 회생계획안을 제출했고, 올해 들어 법원은 영업양도와 자금 마련 기간을 고려해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두 차례(3월, 5월)나 연장하며 회생의 기회를 부여했다.

 

그 과정에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SSM) 사업 부문을 NS홈쇼핑에 2천억 원대에 매각하는 데 성공하며 한 가닥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듯했다. 홈플러스는 남은 대형마트 매장 중 효율성이 떨어지는 37개점을 폐점하고 핵심 67개 점포 중심으로 구조를 재편해 본체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수정안을 지난 6월 30일 제출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냉정했다. 익스프레스 매각 대금 유입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 본체의 매출 감소세가 이어지는 반면, 직원 급여와 물품대금 채무, 조세 등 최우선 변제 대상인 공익채권이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을 정상 가동하기 위한 최소한의 긴급운영자금(DIP 파이낸싱) 2,000억 원을 추가로 조달하는 데 실패하면서, 법원은 "회생계획안의 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결론 내리고 절차 폐지를 선언했다.

 

2. 앞으로의 행보: 즉시항고 14일의 기적과 잔인한 파산 시나리오

법정관리 폐지 결정이 내려진 지금, 홈플러스 앞에 놓인 법적 경로와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번째는 14일 이내 2,000억 원 조달을 통한 '즉시항고'하는 것이다.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홈플러스는 폐지 결정 고지일로부터 14일 이내에 법원에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이번 폐지 결정의 결정적 사유가 ‘2,000억 원의 운영자금 미비’였던 만큼, 만약 이 기간 내에 극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항고한다면 법원이 스스로 결정을 취소하는 ‘재도의 고안’이 성립될 수 있다. 이 경우 회생 계획안을 최종 심의·의결하기 위한 관계인집회 기일이 재지정되면서 회생 절차는 기사회생하게 된다.

 

하지만 전망은 극히 어둡다. 그동안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은 2,000억 원의 대출 조건(김병주 MBK 회장의 개인 보증 등)을 두고 장기간 극심한 책임 공방을 벌여왔다.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법원의 최후통첩을 넘긴 상황에서, 단 2주 만에 이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되거나 제3의 투자자가 나타나 자금을 수혈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다는 것이 투자은행(IB) 업계의 중론이다.

 

두번째는 즉시항고 포기 또는 기각에 따른 '본격 파산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다.

항고 기한을 넘기거나 자금 증빙 없는 항고가 기각되면 회생 폐지 결정은 확정된다. 회생이 폐지된 기업에게 남은 선택지는 사실상 파산뿐이다. 홈플러스가 7월 중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하거나 법원이 직권으로 파산 선고를 내리면 본격적인 청산 절차가 시작된다.

 

파산 선고가 내려지면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이 홈플러스의 잔존 자산을 전면 실사하고 매각하여 채권자들에게 배당하게 된다. 다만, 현재 홈플러스의 주요 자가 점포 62개는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 신탁 담보로 잡혀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파산 절차보다는 메리츠 측이 담보권을 우선 실행해 점포 부동산을 개별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완전히 공중분해 된다.

 

3. 시장과 지역 경제에 미치는 도미노 붕괴의 서막

홈플러스의 파산 수순은 단순히 유통 대기업 하나가 사라지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고용, 제조, 지역 상권, 금융 시장에 이르기까지 한국 경제 전반에 거대한 연쇄 충격(도미노 효과)을 몰고 올 초대형 악재다.

 

첫번째, 1만 3,000명의 대량 실직과 고용 쇼크이다.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는 것은 일터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직고용 인력은 약 1만 2,000명에 달한다. 여기에 대형마트 매장 내 주차관리, 카트 관리, 미화, 보안 등을 담당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1,000여 명을 더하면 최소 1만 3,000명이 한순간에 실업자로 전락하게 된다. 유통업계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대규모 구조조정이자 고용 쇼크다. 이들의 재취업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심각한 사회적 갈등과 가계 파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두번째, 소상공인·중소 납품업체의 연쇄 부도 위기이다.

홈플러스 매장에 입점해 있는 수천 개의 소상공인 점포(식음료, 패션, 뷰티 등 코너 소상공인)와 신선식품·가공식품 등을 공급해 온 중소 납품업체들은 존폐 위기에 처해있다. 현재 홈플러스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약 150여 곳이 받지 못한 물품 대금 규모는 업체당 평균 7억 7천만 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파산 절차가 개시되면 이들의 대금 청구권은 후순위로 밀려나 사실상 한 푼도 건지기 어려워진다.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 협력업체들이 연쇄 부도를 맞이하는 ‘흑자 도미노 도산’이 현실화될 우려가 매우 높다.

 

세번째, 지역 상권의 공동화와 주민 불편 가중이다.

전국 곳곳의 홈플러스 매장은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문화센터, 핵심 상권 거점 역할을 해왔다. 특히 대형마트가 들어선 핵심 건물이 장기간 폐점 상태로 방치되거나 경매 물건으로 나와 유찰을 거듭할 경우, 해당 건물을 중심으로 조성되었던 주변 지역 상권 전체가 슬럼화(공동화)되는 현상이 불가피하다. 또한 지방 소도시나 대형마트 의존도가 높았던 지역 주민들은 장보기 불편 등 정주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는 불편을 겪게 된다.

 

네번째, 대형마트 업계 판도 변화와 독과점이 심화되는 것이다.

홈플러스의 퇴장은 오프라인 유통 시장의 지각변동을 의미한다. 홈플러스가 차지하고 있던 시장 점유율은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경쟁 대형마트와 쿠팡, 마켓컬리 등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흡수될 것이다. 3강 체제였던 대형마트 시장이 양강 체제로 재편되면서 생존한 기업들의 단기적인 매출 반사이익은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유통 시장의 경쟁 저하로 이어져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아지고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섯번째, 자본시장 및 금융권의 경색이다.

대형 유통업체의 파산은 금융시장에도 찬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다. 홈플러스 발행 채권이나 자산유동화증권(ABS), 단기 전단채 등에 투자했던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또한 사모펀드(PEF)가 기업을 인수해 과도한 레버리지(부채)를 일으켜 운영하다가 파산에 이르게 한 대표적인 잔혹사로 기록되면서, 향후 M&A 시장에서 유통업에 대한 금융권의 대출 심사와 리스크 관리가 극도로 까다로워질 것이다.

 

사모펀드 자본주의의 그늘과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

홈플러스의 파산 수순은 오프라인 유통의 패러다임 변화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기업의 본질적인 경쟁력 강화보다는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을 통해 단기 이익을 극대화하려 했던 사모펀드(PEF) 소유 구조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기업의 체력이 다해가는 와중에도 막판까지 자금 조달 책임을 미루며 진흙탕 공방을 벌인 대주주와 채권단의 모습은 씁쓸함마저 자아낸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앞으로 남은 14일 동안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한, 우리는 유통 거인의 해체와 그에 따른 고통스러운 청산 과정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지금 정부와 금융당국, 그리고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홈플러스 파산이 가져올 연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방어벽을 쳐야 한다. 실직 위기에 놓인 노동자들을 위한 고용안정 대책과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긴급 가동해야 하며, 대금을 받지 못해 무너질 위기에 처한 중소 납품업체들을 대상으로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이나 만기 연장 등의 금융 지원책을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 유통 거인의 몰락이라는 비극이 한국 경제 전체의 시스템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정부와 사회적 역량을 총동원해 후폭풍을 수습해야 할 골든타임이 지금 흐르고 있다.

 

[한국기업회생협회 / www.kocota.org / 1800-5250

작성 2026.07.03 15:31 수정 2026.07.03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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