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부동산경제신문 | 오피니언
인공지능(AI) 기술이 단순한 산업 혁신의 도구를 넘어 국가의 안보와 명운을 가르는 핵심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소버린 AI(Sovereign AI, 인공지능 주권)’를 둘러싼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국제 통상법 및 디지털 규범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사단법인 국제조정센터 박노형 이사장(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AI신뢰 거버넌스’에 게재한 ‘미국의 미토스 접근 제한과 소버린 AI’ 영상에서 최근 미국 정부의 기술 통제 조치를 심층 분석하고, 올해 1월부터 시행된 한국 AI 기본법의 맹점과 향후 제도적 개선 방향을 다각도로 제시했다.

반도체 넘어 ‘AI 모델’ 직접 통제… 미국의 미토스 차단이 던진 경고장
박노형 이사장은 지난 2026년 6월 미국 정부가 가상자산 및 테크 업계에 던진 충격적인 조치로 포문을 열었다. 미국 정부는 세계적인 AI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의 최첨단 AI 모델인 ‘미토스(Mythos) 5’와 ‘페이블(Fable) 5’에 대해 외국 국적자의 접근을 전격 제한했다. 고성능 AI가 사이버 보안 취약점을 정밀 탐지하거나 고도의 군사 정보 분석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국가 안보적 조치였다.
박 이사장은 이에 대해 “과거 네덜란드의 ASML 노광장비나 반도체 핵심 부품·소재에 국한되던 글로벌 수출 통제 기조가 이제는 소프트웨어의 최상위에 있는 ‘고성능 AI 모델 자체’를 무기화·전략 자산화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vs 유럽의 ‘소버린 AI’ 온도 차… 한국, 국산 모델 집착 벗어나야
미국의 기술 보호주의가 노골화되면서 자국만의 AI 통제권을 뜻하는 소버린 AI의 중요성이 커졌으나, 박 이사장은 한국과 유럽(EU) 간의 인식 차이를 명확히 짚어냈다.
한국은 주로 한국어 데이터와 한국적 문화 맥락을 잘 이해하는 ‘독자적인 국산 AI 모델’을 구축하는 일명 ‘토종 LLM’ 확보 수준에 논의가 머물러 있다.
반면 유럽은 단순한 모델 개발을 넘어 자국의 데이터가 미국·중국 등 외국 정부나 거대 플랫폼 기업에 종속되지 않도록 데이터 센터, 클라우드, GPU 인프라, 전력망, 사이버 보안 등 전방위 공급망 전체를 국가가 통제할 수 있는가의 ‘생태계적 관점’으로 접근한다.
박 이사장은 자본과 인프라 면에서 미국·중국 빅테크와 정면 대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한국은 ‘선택적 자립’과 ‘전략적 상호 의존’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보·국방·공공행정 등 중단 시 국가 마비가 올 수 있는 도메인 특화 분야는 완벽히 통제 가능한 독자 모델을 확보하되, 상업 비즈니스 영역에서는 글로벌 오픈소스를 유연하게 활용해 혁신 속도를 맞추는 투트랙 전략이다. 아울러 한국이 이미 세계적 강점을 지닌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제조, 방산, 로봇 등 물리적 산업 기반을 AI 주권 전략과 직접 연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6년 1월 시행 ‘한국 AI 기본법’의 맹점… “해외 빅테크 횡포에 국내 스타트업 무방비”
박노형 이사장은 특히 올해 1월부터 발효된 한국의 ‘AI 기본법’이 가진 치명적인 사각지대를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한국의 법 체계는 사용자가 최종적으로 맞닥뜨리는 ‘AI 시스템(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 규제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시스템 중심 규제’는 정작 공급망 상류에 위치한 ‘범용 AI 모델(파운데이션 모델)’ 자체에 대한 규제나 정보 제공 의무를 빠뜨리는 공백을 낳는다. 이로 인해 미국 오픈AI나 앤트로픽의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개발하는 국내 수많은 AI 스타트업(하류 사업자)들은 원천 모델의 위험 요소를 전혀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이번 미토스 사례처럼 미국 정부가 갑작스럽게 서비스를 차단할 경우 그 피해와 민형사상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기형적인 구조에 노출된다.
반면 유럽의 ‘EU AI법’은 범용 AI 모델 제공자에게 상세 기술 문서 작성, 안정성 시험 기록 보유, 훈련에 사용된 데이터의 공개 요약서 제출 등 강력한 의무를 명확히 부과해 하류 생태계를 보호하고 있다.
법적 책임 구조 다원화 시급… 신뢰 기반의 거버넌스 구축해야
박 이사장은 대한민국이 AI 시대의 종속국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향후 정비해야 할 법·제도적 가이드라인을 제안하며 영상을 마무리했다.
그는 가장 먼저 “AI 모델(상류 기술)과 AI 시스템(하류 서비스)을 법적으로 명확히 구별하여 책임 구조를 다원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범용 모델 개발사들이 자신들이 만든 기술의 한계와 안전 조치를 의무적으로 문서화해 하부 생태계에 제공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단순히 말뭉치를 긁어모으는 양적 접근을 넘어 역사적·문화적 편향(예: 구글 등 해외 AI의 독도 오기 표기 등)을 원천 차단하는 신뢰성 있는 데이터 파이프라인 관리를 모델 형성 단계부터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도 주문했다. 공공 데이터를 단순 개방하는 수준을 넘어, AI가 쉽게 검색·검증하고 재사용할 수 있는 친화적 형식과 품질 관리 중심으로 공공 정책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AI부동산경제신문 | 편집부
이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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