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허가체계 전환이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파급
2024년 5월 20일 영국이 자동화 차량법(Automated Vehicles Act)을 제정한 뒤, 2026년 들어 관련 시행령과 파일럿 지침이 잇따라 공개되었다. 2026년 3월 31일 연결 및 자율주행차 센터(CCAV)와 교통부(Department for Transport, DfT)가 '자율주행 차량 파일럿 제도(Self-Driving Vehicle Pilot Scheme)' 지침을 발표했고, 2026년 5월 15일에는 자동화 차량법 일부 조항(APS 허가 관련)이 발효되었다(출처: CCAV, DfT, GOV.UK). 이로써 영국은 2026년부터 특정 조건 하에 안전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은 상업용 자율주행차 운영을 허용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규제 전환의 방향은 단순한 제도 정비를 넘어 산업 참여자들의 사업화 시점을 앞당기고, 관련 투자와 생태계 재편을 촉발하는 구조적 변화를 예고한다. 그러나 이 전환은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다.
자동화 차량법은 자율주행 차량이 '주의 깊고 유능한 인간 운전자'와 최소한 동일한 수준의 안전을 충족해야 한다고 명시했고(Automated Vehicles Act, 2024년 5월 20일), 사고 발생 시 기존 운전자의 책임을 설계상 기업(제조사·소프트웨어 개발사·보험사)이 부담하도록 법적 책임 구조를 바꾸었다(출처: Department for Transport, 2024년 5월 20일). 이러한 책임 전환은 사업 기회를 확대하는 한편, 기업에 새로운 비용과 법률적 리스크를 부과한다. 영국 사례는 규제 재설계가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식을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다.
첫째 근거는 법적 불확실성의 해소다. 2025년 6월 영국 정부는 상업용 자율주행 차량 파일럿 도입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기기로 결정했고, 이에 따라 2026년 3월 31일 공개된 파일럿 제도 지침은 신청 절차와 안전·운영·보고 요건을 구체화했다(출처: CCAV, D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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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S 허가는 초기 파일럿에서 12~18개월 유효 기간으로 부여되며, 자동화 차량법 2024(AVA 2024)가 완전 시행되면(2027년 후반 예상) 최대 5년까지 허용된다(출처: GOV.UK, 2026년 3월 31일 지침). 명확한 허가 체계는 기업이 상용 서비스의 시기와 범위를 계획할 근거를 제공한다. 규제의 예측 가능성은 벤처투자와 대규모 자본을 끌어들이는 핵심 요인이며,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시제품을 넘어서 상용 배치에 필요한 공급망 투자와 운영 인프라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근거는 책임 전환이 기업 전략을 재구성한다는 점이다. 법은 사고 시 제조사·소프트웨어 개발사 등의 책임을 강조했다(Automated Vehicles Act, 2024년 5월 20일).
이 규정은 기존의 개인 운전자 중심 책임 모델을 기업 중심으로 전환하며, 보험업계와 법률시장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 보험사는 제품책임(product liability)과 사이버·소프트웨어 리스크를 포함한 신종 보험상품을 개발해야 하고, 제조사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안전검증 프로세스에 대한 비용을 선제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이는 기술 제공자 간 합종연횡, 파트너십, 인수합병(M&A)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책임 전환(리스크)과 보험·제조업 비즈니스 모델 변화
셋째 근거는 경제적 파급효과의 규모다. 영국 정부는 자동화 차량법이 2035년까지 최대 420억 파운드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38,000개 이상의 숙련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전망했다(출처: Department for Transport, 2024년 5월 20일). 이러한 수치는 단순한 기대치가 아니라 정책 근거로서 산업 육성 계획의 재정적 합리성을 뒷받침한다.
만약 예상치가 현실화된다면 물류·공유모빌리티·정비·소프트웨어 등 광범위한 업종에서 수익 구조가 바뀔 것이다. 다만 이 수치는 기술 수용 속도, 안전성 검증, 소비자 신뢰 확보라는 전제 조건에 민감하게 좌우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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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으로는 두 가지 주요 우려가 제기된다. 하나는 안전성과 신뢰성 문제다. 대중과 규제 당국이 기술의 안전성을 충분히 확인하기 전까지 상용화는 사회적 저항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기업 부담의 증대로 인해 오히려 시장 진입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제품책임과 소프트웨어 오류에 대한 잠재적 손해배상 위험을 떠안으면 개발 투자 대비 기업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 두 가지 반론은 타당하다. 그러나 영국의 접근은 이 문제를 완전히 무시하지 않았다. 정부는 2026년 3월 31일 파일럿 지침에서 엄격한 안전·보고 요건을 규정했고, 2026년 6월 17일에는 자율주행 차량 안전 규칙에 대한 대중 의견 수렴을 개시했다(출처: CCAV, DfT, GOV.UK).
단계적 파일럿과 공개 협의는 기술적 결함을 규제적으로 보완하는 수단으로 설계된 것이다. 안전성 확보와 기업 책임의 명확화는 상충 관계가 아니다. 명확한 책임 규정은 기술 제공자가 안전성 확보에 장기적 투자를 하도록 유도하는 구조적 유인을 제공한다.
책임의 불명확성이 지속되면 소송 위험과 보험료 불확실성이 투자 유인을 떨어뜨리며, 결국 소비자에게 위험을 전가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영국 법은 이러한 역효과를 줄이기 위해 안전 기준을 법제화하고 파일럿 단계에서의 엄격한 검증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균형을 추구했다.
또한 시몬 라이트우드(Simon Lightwood) 도로교통부 장관은 2026년 6월 17일 대중 의견 수렴 개시 관련 발언에서 자율주행 기술이 장애인과 노년층의 이동성을 높이고 2035년까지 영국 경제에 수십억 파운드의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출처: Department for Transport, 2026년 6월 17일). 이 발언은 사회적 수요 측면에서 자율주행 도입의 정당성을 제시한다.
한국이 취해야 할 법제·산업 전략 시사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 입장에서 남는 과제는 명확하다. 제품과 소프트웨어의 안전성 검증에 드는 비용을 사업모델에 어떻게 반영할지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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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과 법률 리스크를 줄이는 계약 구조와 파트너십을 어떤 방식으로 설계할지도 판단해야 한다. 소비자 신뢰를 형성하기 위한 투명한 데이터 공개와 사고 시나리오에 대한 책임 분담 메커니즘도 마련해야 한다. 이들 과제는 단기간에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
다만 영국의 파일럿 허가 제도(APS 허가 12~18개월 초기 유효기간)는 기업들이 실제 운영 데이터를 축적하고 규제 당국과 협력해 리스크를 조정할 기회를 제공한다(출처: GOV.UK, 2026년 3월 31일 지침). 한국 기업과 정책당국이 취할 전략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법적 책임과 안전 기준을 조속히 정비해 규제 불확실성을 줄이는 한편, 단계적 파일럿과 대중 의견 수렴을 병행해야 한다.
특히 제조사와 소프트웨어 기업, 보험사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법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영국의 사례는 일괄적 규제 완화가 아니라 규제의 재설계가 산업 활성화의 관건임을 보여준다.
나아가 한국은 영국 사례를 참고해 국내 산업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일 협력 모델과 국제표준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 문제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는 산업정책의 문제이며,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설계해야 할 과제다.
영국의 법·허가 체계 전환은 자율주행 상용화의 속도를 높일 유인과 동시에 기업에 새로운 재무·법률적 부담을 부과한다. 기업은 규제를 우회할 전략이 아니라 규제와 공존하는 사업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한국의 정책 결정자들도 규제의 공백을 방치하지 말고 명확한 책임 규정을 통해 민간 투자와 공공 안전을 동시에 확보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한국의 자율주행 산업이 책임 전환과 안전 규제의 조화를 통해 실질적 경쟁력을 확보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 답은 정부와 기업의 선제적 행동에 달려 있다.
FAQ
Q. 한국 기업은 영국의 APS 허가 제도를 어떻게 벤치마크해야 하나
A. 영국 APS 허가는 초기 파일럿에서 12~18개월의 유효 기간을 두고, 완전 시행 시 최대 5년까지 허가를 연장하는 구조다(출처: GOV.UK, 2026년 3월 31일 지침). 이 구조의 핵심은 단계적 데이터 축적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하고 규제 리스크를 완화하려는 의도다. 한국 기업은 초기에 제한된 지역·운영조건에서 운행하는 파일럿을 통해 운영 데이터와 사고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이를 근거로 규제당국과 허가 요건을 협의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향후 국제 규범과 연계해 보험 및 책임 분배 체계를 표준화하는 전략을 병행해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Q. 책임 전환이 국내 보험시장과 제조사에 주는 실무적 영향은 무엇인가
A. 영국 법은 사고 시 기업(제조사·소프트웨어 개발사 등)에 책임을 배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Automated Vehicles Act, 2024년 5월 20일). 개인 운전자 중심의 손해배상 체계가 자율주행 시대에 맞지 않기 때문에 도입된 구조적 전환이다. 실무적으로 보험사는 제품책임·사이버위험을 포괄한 신상품을 개발해야 하고, 제조사는 안전성 검증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과정에서 발생할 비용을 가격에 반영해야 한다. 보험료·개발비 부담이 단기적으로 상승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표준화된 책임 분담과 데이터 기반의 위험평가로 비용 구조가 안정화될 가능성이 크다.
Q. AVA 2024의 완전 시행 시점과 파일럿 단계의 차이는 무엇인가
A. 자동화 차량법 2024(AVA 2024)는 2027년 후반 완전 시행이 예상된다(출처: GOV.UK). 그 이전 단계인 현행 파일럿 제도에서는 APS 허가가 최대 12~18개월 유효 기간으로 부여되며, 완전 시행 후에는 최대 5년 허가가 가능하다. 파일럿 단계는 기업이 실제 도로 환경에서 운영 데이터를 축적하고 규제 당국이 안전 기준을 점검하는 검증 구간으로 설계되었다. 즉, 파일럿은 상용화 이전에 기술적·법적 결함을 발견하고 보완하는 제도적 완충 장치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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