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초콜릿은 없다: 한 분석가가 짚은 이란 합의의 환상

합의가 바꾸지 못하는 것에 관하여 - 종이는 본질을 바꾸지 못한다

'4H 축'은 건재하다: 합의가 비운 테러 네트워크의 빈자리

이란의 미래를 가를 진짜 전선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미·이란 양해각서를 두고 워싱턴의 한 대테러 분석가가 날카로운 경고를 던진다. 사령관 몇 명을 제거해도 정권의 구조와 이념은 그대로 남으며, 합의는 도리어 테헤란에 재건의 시간을 준다는 것이다. 이란 반체제 인사 출신 분석가 에르판 파르드의 이 논지는 강렬하다. 그러나 같은 합의를 '새 시대의 문'으로 보는 반대 진영도 분명히 존재한다. 

 

테러 조직은 오랫동안 억압하고 모욕해 온 사람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꽃과 초콜릿을 건네지 않는다. 워싱턴에 본거지를 둔 대테러 분석가 에르판 파르드는 이 단순한 비유로 미·이란 합의의 환상을 꼬집는다. 독재자와 테러 운동은 상대가 협상을 택했다는 이유만으로 본질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칼럼 제목은 도발적이다. "테헤란의 테러 네트워크가 존재하는 한, 트럼프의 이란 합의는 환상이다." 

 

파르드의 출발점은 1979년이다. 그는 그해 미국의 우유부단함과 한 동맹의 포기가 이슬람주의 테러의 부상을 도왔다고 본다. 그리고 2026년, 이란의 민주화 야권을 지지하길 또다시 주저한 결과가 이슬람주의 세력을 다시 강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역사가 반세기를 사이에 두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진단이다. 

 

한때 트럼프는 이란 시위대를 향해 지지를 보냈고, 많은 반체제 인사가 억압의 상징으로 여기던 알리 하메네이에 맞선 그를 향해 감사를 표했다. 그러나 합의가 서명된 지금, 한때 영웅으로 비치던 트럼프는 이제 봉기 중에 목숨을 잃은 이들을 뒤로한 채 또 하나의 거래를 택한 인물로 비친다고 파르드는 적는다. 

 

그의 핵심 논증은 '참수는 해체가 아니다'로 요약된다. 소수의 사령관이나 군사 자산을 제거하는 것으로는 깊이 뿌리내린 군부와 이념 체계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레이마니와 알리 하메네이의 제거는 정권의 위신과 사기에 큰 타격을 주었으나, 더 큰 구조가 살아남은 탓에 권력을 물려받은 자들은 생존과 시간을 노린다. 

 

파르드는 하메네이 이후 질서에서 아흐마드 바히디 같은 인물이 여전히 영향력을 쥐고, 혁명수비대(IRGC)의 해외 테러 조직과 쿠드스군이 그대로 작동한다고 지적한다. 그가 '4H 축'이라 부르는 하마스·헤즈볼라·후티·이라크의 하시드 알사아비 민병대 역시 건재하며, 테헤란은 필요할 때마다 이들을 통해 이스라엘을 압박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그가 무조건적 반대론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파르드는 이스라엘의 직접 공격에 맞선 트럼프의 이스라엘 지지를 가장 칭찬할 만한 정책으로 꼽고, 모사드가 야세 코헨과 다비드 바르네아의 지휘 아래 이란의 초국가적 테러망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고 평가한다. 

 

다만 그 모든 성과에도 네트워크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데 그의 우려가 있다. 그는 많은 이란인이 과거의 핵 합의(JCPOA)가 보통 시민이 아니라 정권의 테러 인프라를 키웠다고 믿으며, 새로운 재정적 완화도 같은 결과를 낳을까 봐 두려워한다고 전한다. 결국 진짜 문제는 합의의 서명 여부가 아니라, 미국과 동맹의 이익을 다시 위협할 초국가적 테러 인프라의 재건을 막는 일이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밴스 미 부통령은 이번 합의가 중동에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며, 걸프 국가들과의 외교가 그 공간을 만들었다고 평했다. 전쟁이 이미 이란의 핵·군사 역량을 무너뜨린 만큼, 끝없는 전쟁보다 검증을 동반한 외교가 낫다는 시각이다. 트럼프 역시 60일 안에 최종 합의가 안 되면 "다시 폭격하겠다"며, 합의가 위반되면 즉시 무력으로 되돌아갈 장치를 강조했다. 한쪽은 합의가 정권에 재건의 숨을 불어넣었다고 보고, 다른 쪽은 무력의 칼날을 쥔 채 시간을 번 것이라 본다. 판단은 결국 독자의 몫이다. 

 

이제 파르드가 끝내 말하고 싶은 것은 어쩌면 정치가 아니라 인간이다. 그는 이란의 미래가 외국에서 서명된 합의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싸우는 정권과 정치적 변화를 갈망하는 사회 사이의 끈질긴 투쟁으로 결정될 것이라 말한다. 종이는 한 체제의 본질을 바꾸지 못한다. 그러나 한 사회의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자유의 갈망은, 어떤 합의문도 끝내 지우지 못한다. 

 

강대국의 펜이 그은 한 줄보다, 빈 밥상 앞에서도 변화를 꿈꾸는 한 사람의 마음이 더 멀리 간다. 봉기의 거리에서 쓰러진 이들의 이름과 오늘도 자유를 향해 눈을 드는 평범한 이란인의 얼굴 위에, 이 합의의 진짜 무게가 놓여 있다. 합의는 시간을 살 수 있으나 마음을 살 수는 없다. 합의는 정권에 시간을 벌어 주지만, 한 사회의 자유를 향한 갈망까지 사들일 수는 없다.

작성 2026.06.24 03:18 수정 2026.06.24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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