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새 16% 폭락한 스페이스X... AI發 차입 리스크 우려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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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진형 기자]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로 전 세계 자본시장의 돈을 쓸어 담았던 스페이스X가 상장 열흘 만에 또다시 30조 원 규모의 초대형 회사채 발행을 선언했다. 이 소식에 스페이스X 주가는 하루 만에 16% 넘게 폭락하며 시장에 큰 충격을 던졌다. 공격적인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과정에서 불거진 대규모 부채 부담이 기술주 전반의 ‘AI 차입 리스크’ 우려로 번지는 양상이다.
1,000억 달러 현금 두고도 또 손 벌려… xAI·데이터센터가 삼킨 자금
미국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투자자들과의 전화 회의를 통해 최소 200억 달러(약 30조 7,000억 원) 규모의 선순위 무담보 회사채(5년~30년물)를 발행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12일 나스닥 상장을 통해 857억 달러(약 120조 원)를 조달한 지 불과 열흘 만에 다시 채권시장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현재 스페이스X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008억 달러(약 14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대규모 채권 발행에 나선 배경에는 일론 머스크의 AI 기업인 ‘xAI’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가 있다. 스페이스X는 올해 xAI를 인수하며 AI 사업을 그룹의 핵심 축으로 편입했다. 이 과정에서 승계받은 고금리 단기 차입금(브릿지론) 약 200억~290억 달러의 만기가 6개월 내로 도래하자, 만기가 긴 회사채를 발행해 이를 갚으려는(차환) 목적이다.
동시에 세계 최대 규모의 AI 인프라인 ‘콜로서스2 데이터센터’ 구축과 엔비디아 GPU 확보 등 막대한 AI 설비투자(CAPEX) 자금을 선제적으로 가용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주식 추가 발행 대신 회사채를 선택해 주주가치 희석은 피했지만, 시장은 향후 스페이스X의 순 부채가 2031년까지 4,000억 달러(약 560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시총 600조 원 하루 만에 증발… 3조 원 쏟아부은 서학개미 ‘패닉’
투자 심리는 즉각 얼어붙었다. 현지시간 22일 뉴욕증시에서 스페이스X는 전 거래일 대비 16.43% 폭락한 154.6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공모가(135달러) 대비 상장 직후 사흘간 폭등했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한 수치다. 이날 하루에만 시가총액 약 600조 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는데, 이는 뉴욕증시 역사상 하루 시총 감소 폭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설상가상으로 이날 산하 소셜미디어 X가 대규모 접속 장애를 일으킨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 같은 급락세에 국내 해외주식 투자자(서학개미)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스페이스X가 상장한 12일부터 22일까지 열흘간 무려 19억 4,960만 달러(약 2조 7,000억 원~3조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서학개미 해외주식 순매수 압도적 1위 규모다. 상장 초기 주가 폭등세를 보고 뒤늦게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은 난데없는 초대형 회사채 쇼크에 고스란히 노출되며 막대한 평가손실을 안게 됐다.
AI발 차입 리스크 확산… 버블 붕괴인가, 숨 고르기인가
스페이스X발 충격은 국내 증시에도 도미노 타격을 줬다.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이 동반 급락한 가운데 2주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고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관련 부품 종목들이 일제히 미끄러지는 등 기술주 투심이 극도로 위축됐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AI 버블 붕괴’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기엔 이르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시장이 AI 투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의 자금 조달 규모와 실제 수익성을 깐깐하게 따져보는 ‘검증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페이스X는 대규모 지출 속에서도 오픈소스 AI 스타트업 ‘리플렉션AI’에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고 2029년까지 총 63억 달러(매달 1억 5,000만 달러)를 받는 메가 트랙을 체결하는 등 자체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증명해 나가고 있다.
24일 ‘마이크론 실적 발표’가 분수령
단기 흔들림에 그칠지, 혹은 AI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의 전면적인 재조정으로 이어질지는 현지시간 24일 예정된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3분기(8월 결산) 실적 발표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글로벌 메모리 업황의 풍향계인 마이크론의 성적표와 경영진의 가이던스(전망치)에 따라 기술주 전반의 운명이 갈릴 수 있다.
월가에서는 마이크론의 3분기 매출을 약 350억 달러, 주당순이익(EPS)을 20달러 안팎으로 내다보며 회사 측 제시안보다 눈높이를 높여 잡은 상태다. 시장의 관심은 이미 예견된 어닝 서프라이즈를 넘어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 부족 지속 여부 ▲AI 서버용 수요의 견고함 ▲2027년 장기 공급망 전망에 쏠려 있다.
마이크론이 AI 수요가 여전히 강력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면 스페이스X발 쇼크는 단기 매물 소화 과정으로 일단락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업황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나 수요 둔화 징후가 보인다면 기술주 전반의 조정 국면이 한층 길어질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AI부동산경제신문 | 편집부
이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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