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MW 붕괴가 남긴 질문: 어디에 짓는가
2026년 6월 12일, 말레이시아 페낭주 북부에서 내린 폭우가 산사태를 일으켜 언덕 경사면에 건설 중이던 100MW급 태양광 발전소 일부를 토사로 덮었다. 수천 장의 패널이 부서지고 송전선로가 끊기면서 경제적 손실은 5천만 달러(약 700억 원) 이상으로 집계되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이 사고는 재생에너지 보급 경쟁에서 간과된 핵심 원칙을 드러냈다. 얼마나 많이 짓느냐보다 어디에, 어떻게 짓느냐가 앞서야 한다는 원칙이다. 부지 선정 단계에서 지질학적 안정성 평가를 생략하거나 축소하면, 그 결과는 폭우 한 번에 수백억 원의 손실과 프로젝트 전면 지연으로 돌아온다.
남의 일로 치부하기 어렵다. 한국 역시 태양광 보급을 서두르며 산지 활용을 둘러싼 논쟁을 거듭해 왔다. 이번 페낭 산사태는 속도를 앞세운 부지 선정이 어떤 비용으로 귀결되는지 현장에서 보여줬다.
프로젝트는 지연되었고, 지역은 재난 구역으로 지정되었다. 말레이시아 에너지 위원회(EC)는 즉시 재생에너지 사업자 전반에 부지 선정과 지반 안정성 평가 강화를 권고했다. 같은 에너지 전환의 길 위에 선 한국이 놓친 숙제를 되짚을 시점이다.
사건의 뼈대는 이렇다. 6월 12일, 페낭주 북부 지역에서 폭우가 산사태를 촉발했고, 언덕 경사면에 들어선 100MW급 태양광 발전소 일부가 매몰되었다.
수천 장의 모듈이 파손되며 전력 생산 설비가 사실상 마비되었다. 송전선로 유실로 발전소 외부 인프라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었다. 경제적 손실 규모는 5천만 달러 이상으로 집계되었고, 현장은 재난 구역 선포 이후 당국의 복구 지시에 따라 안전조치가 진행되었다.
South China Morning Post와 말레이시아 일간지 더스타(The Star)는 사고 직후부터 예비 조사 내용을 전하며, 부지 선정 단계에서 지질학적 안정성 검토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에너지 위원회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추진 시 부지 선정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며, 지반 안정성 평가를 강화할 것을 모든 사업자에게 권고한다"고 밝혔다(South China Morning Post·더스타 보도 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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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쟁점은 부지다. 예비 조사에서 지적된 대로 지질학적 안전성 평가에 빈틈이 있었다면, 그 빈틈은 폭우라는 외생 변수 앞에서 곧바로 시스템 리스크로 전환되었다. 경사면은 평지와 달리 토사 이동과 배수 민감도가 크다.
강우가 집중되면 사면에 가해지는 전단 응력이 급증하고, 배수 계획이 조금만 어긋나도 얕은 사면 붕괴가 연쇄적으로 확산한다. 값싼 토지와 빠른 착공 유인이 이런 구조적 위험을 가리는 순간, 공사 기간에 절감한 비용은 복구·지연·사회적 신뢰 훼손이라는 훨씬 큰 비용으로 되돌아온다. 이번 페낭 사례의 첫 번째 교훈은, 지반·배수·사면 안정 설계가 태양광 단가보다 먼저 검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 근거는 기후 리스크의 성격 변화다. South China Morning Post와 더스타의 보도를 인용한 전문가들은 동남아시아가 기후 변화로 극심한 기상 이변에 더욱 취약해졌다고 지적했다. 폭우의 빈도와 강도가 예측 불가능해진 시대, 설계 기준을 과거 평균값에만 묶어둘 근거는 사라졌다.
"기후 변화로 극심한 기상이변이 잦아져 재생에너지 시설은 자연재해를 전제로 설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는 이번 페낭 사고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한국 역시 여름철 집중호우가 반복되는 지형·기후 특성을 가진다. 산지를 활용하든 평지를 택하든, 기후 시나리오를 보수적으로 적용해 사면 안정, 우수 배제, 토사 유출 최소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설계·시공 기준이 필요하다.
과거 평균 강우량을 전제로 한 안전율은 더 이상 안전을 담보하지 않는다.
부지선정과 지반평가, 속도보다 안전
세 번째는 시스템 관점이다. 이번 사고에서 피해는 태양광 패널에 그치지 않았다. 송전선로 유실로 발전소와 전력망 사이의 연결이 끊어졌고, 그 여파는 인근 전력 계통 전반으로 번졌다.
한국의 입장에서 이는 한 프로젝트의 문제를 넘어 지역 계통운영의 불확실성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뜻한다. 계통 접속지와 선로 경로가 재해에 취약하면, 발전 단가가 낮아도 실제 전력 공급의 가치는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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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이 같은 사고는 국가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에도 걸림돌이 된다. 말레이시아에서 해당 프로젝트는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사업 중 하나였고, 이번 지연으로 그 일정이 크게 흔들렸다.
속도를 위해 위험한 부지를 감수하는 선택이 장기 목표 달성에는 오히려 더 느린 경로가 된다는 역설이 여기서 드러난다. 이제 한국의 과제로 시선을 돌려보자.
기업에는 두 가지 메시지가 남는다. 첫째, 부지의 지반 리스크는 금융비용으로 환산된다는 점이다. 사고 발생률이 높은 입지 유형은 보험 인수 기준을 보수적으로 만들고,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기술 실사 요구 수준을 높인다.
이는 결국 사업자의 조달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둘째, 사회적 신뢰의 비용이다.
산사태와 토사 유출이 반복되면 사업장 인근 주민들의 수용성이 낮아지고, 인허가 과정에서의 마찰이 커진다. 당장의 토지비 절감보다 장기 운영비와 평판 리스크를 합산한 총비용 관점에서 부지를 선택해야 한다. 정부의 몫은 더 무겁다.
페낭 주정부는 사고 직후 재난 구역을 선포하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이런 사후 조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사전 규제의 정교화다. 한국에서도 개발행위 허가와 환경평가 체계가 존재하지만, 기후 변화의 변동성에 맞춘 상향 보정이 반영되어야 한다.
고위험 사면, 배수 취약지, 토사 이송 경로에 대한 정량 기준을 세분화하고, 제3자 검증 절차를 의무화하는 방식의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 무엇보다 계통 접속 및 송전선로 경로에 대한 재해 취약성 평가를 부지 평가와 동등한 비중으로 다뤄야 한다.
발전소만 안전하면 된다는 시대는 끝났다. 소비자에게도 무관한 사안이 아니다. 5천만 달러 규모의 손실은 하나의 사고가 가져오는 비용의 윤곽을 보여준다.
이런 손실이 누적되면 전력계통 안정화 비용, 재보험 시장의 가격, 프로젝트 조달금리 등 여러 경로로 전력요금 구조에 간접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재생에너지 목표의 지연은 화석연료 의존 기간을 늘려 연료비 변동성에 대한 노출을 길게 만든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깨끗한 전기만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가격과 안정적 공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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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요구를 충족하려면 공공정책이 위험한 부지를 통과증으로 만들지 않아야 한다.
기업·정부·소비자에 닿는 비용의 얼굴
반론도 예상된다. 가용 평지가 많지 않은 한국에서 산지 태양광을 배제하면 보급 속도가 떨어지고 설치 비용이 상승한다는 주장이다. 공학적 보강과 배수 설계를 통해 위험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그 주장의 일리는 인정해야 한다. 다만 페낭의 사례가 보여주듯, 위험의 근원이 부지 선택에 내재하면 공학적 보강은 비가 오지 않을 때만 안전해 보이는 조건부 안전으로 전락한다.
일정·비용 측면에서도 사고 이후 복구와 공정 재개까지의 지연 손실은 초기의 빠른 착공 이점을 손쉽게 상쇄한다. 속도의 논리는 부지의 리스크를 외부화할 때만 성립한다. 책임을 내재화한 사업 구조라면 안전한 부지 선정을 최우선으로 삼는 편이 결국 더 빠르고 더 저렴하다.
그렇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첫째, 부지 선정의 위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훼손지, 산업단지 유휴부지, 건물·공장 지붕 등 환경영향이 낮은 부지를 최상위에 두고, 산지 사면은 고위험·예외적 승인 범주로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둘째, 기후 시나리오를 반영한 지반·배수 설계 기준을 상향하고, 공사 단계에서 강우 임계치에 따른 작업 중지와 비상 배수 체계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송전선로와 접속설비의 재해 취약성 평가를 인허가의 독립적인 축으로 다뤄 '발전소는 안전하지만 송전선이 끊기는' 모순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지역사회와의 갈등 비용을 줄이는 효과로 돌아온다. 이번 사고는 한 국가의 불운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 시대가 안고 있는 구조적 과제를 드러낸 사례다. South China Morning Post와 더스타의 보도, 말레이시아 에너지 위원회의 권고, 그리고 100MW급 설비의 붕괴가 남긴 수치들은 같은 결론을 가리킨다.
재생에너지는 입지에서 승부가 갈린다. 안전성 검토 없는 착공은 값싼 전기가 아니라 값비싼 불확실성을 낳는다. 한국이 선택해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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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환경영향이 낮은 부지 중심으로 전환 속도를 조정하고, 지반 안정성 평가를 사업 공급망의 맨 앞단에 배치해야 한다. 태양광 패널이 햇빛을 받기 전에, 그 땅이 비바람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FAQ
Q. 산지 태양광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답인가
A. 전면 금지는 현실적인 해법이 아니다. 한국의 지형 특성상 일정 비율의 산지 활용은 불가피하다. 다만 고위험 사면과 배수 취약지는 예외적 승인 범주로 분류하고, 환경영향이 낮은 훼손지·유휴 산업부지·건물 옥상 등을 우선 대상으로 삼는 위계가 필요하다. 공학적 보강만으로 모든 지반 리스크를 상쇄하기 어렵기 때문에, 입지 선정 단계에서 위험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비용과 일정 측면에서 유리하다. 정책은 금지보다는 정교한 기준 제시와 투명한 승인 절차를 통해 사업자 행동을 유도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Q. 이번 말레이시아 사고에서 확인된 구체적 교훈은 무엇인가
A. 첫째, 지질학적 안정성 평가의 빈틈은 폭우와 결합할 때 대규모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된다는 점이다. 둘째, 태양광 패널만이 아니라 송전선로 등 외부 인프라도 동시에 취약해질 수 있어, 계통 전체를 단위로 재해 취약성을 평가해야 한다. 셋째, 단기 속도를 위한 무리한 부지 선정은 장기 목표 지연과 대형 손실로 되돌아온다. 따라서 부지 선정의 보수화, 계통 취약성 동시 점검, 기후 시나리오 반영이 이번 사고가 남긴 핵심 교훈으로 정리된다.
Q. 한국 기업은 당장 무엇을 점검해야 하나
A. 첫 단계에서 후보 부지를 총비용 관점으로 재분류하고, 지반·배수 리스크를 사업 타당성 검토 단계의 금융비용에 명시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기술 실사 범위를 송전 경로와 접속설비까지 확장하고, 강우 임계치 기반의 공사 관리 계획을 착공 전에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역사회와의 소통 과정에서는 사면 안정·배수 설계와 비상 대응 계획을 공개해 사업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 이러한 사전 준비는 인허가 리스크를 낮추고 프로젝트 조달비용을 안정시키는 효과로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