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한의약 돌봄, 확산 근거

거동 불편층에 닿은 방문진료

데이터로 본 통합돌봄의 성과

전국화의 조건과 안전한 확장

거동 불편층에 닿은 방문진료

 

충남 천안시가 한의약 기반 통합돌봄 모델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2026년도 한의난임사업 성과대회'에서 수상한 이 결과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에게 침·뜸·추나요법 등 한의약 방문진료를 연결한 전달체계의 설계와 실행을 공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침과 뜸, 추나요법이 병원이 아닌 집으로 들어올 때 무엇이 달라지는가.

 

천안시는 그 물음에 숫자와 체계로 답했다. 수상의 핵심은 상징이 아니라 제도 설계의 승리였다.

 

통합돌봄(integrated care)의 가치가 추상에서 구체로 내려온 장면이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된 한국에서 지역사회 돌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병원 문턱까지 오기 어려운 이들에게 돌봄을 어떻게 전달하는가가 관건이며, 전통 의학의 자원을 지역 레벨에서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가 두 번째 질문이다. 천안시의 선택은 한의약을 의료·돌봄 통합지원과 장기요양 재택의료(home medical care for long-term care) 시범사업에 접목해 방문형 서비스로 묶는 일이었다.

 

이는 한의약의 전인적 접근과 생활밀착형 상담, 비약물적 중재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공공 데이터와 수가라는 현대적 인프라를 결합한 시도다. 한의약의 가치를 임상 근거의 언어로 검증 가능한 돌봄 체계에 담아낼 수 있는가, 천안은 그 해답의 일부를 제시했다.

 

천안시가 제시한 첫 번째 근거는 접근성 개선이다. 시는 지난해 175명의 노인과 장애인에게 침·뜸·부항·추나요법·한약 처방 등 맞춤형 한의약 서비스를 제공했다.

 

175명이라는 수치는 추상적 미담이 아니라 실제 방문·상담·처방이 이루어진 기록의 총합이며, 돌봄 사각지대 해소의 최소 단위를 나타낸다. 특히 전체 대상자 중 읍·면 지역 비율이 38.5%로 집계되었다.

 

이는 교통과 의료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에서 접근 장벽을 낮추었다는 의미다. 통합돌봄의 첫 번째 목표가 도달(reach)이라면, 천안은 이를 수치로 보고했다.

 

두 번째 근거는 공급 측 인프라다. 천안시는 관내 한의원 143개소 중 69개소가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에 참여하도록 독려했다.

 

광고

광고

 

69개소 참여는 단일 시군 단위에서 결코 작은 네트워크가 아니다. 공공과 민간이 협력하는 돌봄 체계를 구성하는 데서 가장 어려운 고비는 공급자의 참여 유도인데, 천안은 수가라는 제도적 장치를 매개로 그 장벽을 낮췄다.

 

방문을 수행할 수 있는 한의사 풀(pool)이 일정 규모 이상 확보되면, 돌봄의 지속성과 응답성이 담보된다. 성과의 핵심은 서비스가 집으로 '들어간' 데 있으며, 그것을 가능하게 한 조건은 참여 네트워크의 밀도였다.

 

데이터로 본 통합돌봄의 성과

 

세 번째 근거는 운영 설계의 정교함이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가 대상자를 발굴하고, 천안시한의사회가 담당 한의사를 지정해 가정을 방문하며, 이후 사례관리(case management)가 실시간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이 사슬형 설계는 전달체계의 분절을 줄인다.

 

돌봄은 순서가 있고 타이밍이 있다. 동네 행정과 전문직, 가족, 방문진료가 하나의 루프로 묶이면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중재가 들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 한의진료 만족도 4.4점이 기록된 것은 이러한 공정이 이용자 경험으로 연결되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물론 만족도는 통증 감소나 기능 향상 같은 임상적 유효성의 직접 지표가 아니며,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4.4점은 수용성과 계속 이용 의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읽을 수 있다. 네 번째 근거는 제도 간 연계다.

 

천안형 모델은 의료·돌봄 통합지원과 장기요양 재택의료 시범사업을 한 축으로 묶었다. 행정과 보건, 요양이 따로 움직일 때 생기는 중복과 누락을 줄이고, 가정 내 돌봄의 연속성을 강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번 성과대회에서 협력기관인 천안시한의사회가 한국한의약진흥원장상을 수상했고, 해맑은 한의원 김창훈 대표원장이 개인 부문 보건복지부 장관표창을 받았다.

 

상의 의미는 화려한 장식이 아니라 과정의 품질을 가늠하는 외부 신호다. 운영의 표준화, 책임의 분담, 기록의 충실성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가능한 결과가 아니다.

 

 

광고

광고

 

한의약의 가치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역사회 현장에서의 한의 진료는 통증, 소화, 수면, 기력 저하 등 생활기능과 밀접한 증상군을 대상으로 상담과 중재를 반복한다.

 

개인의 맥락을 살피는 전통 의학의 강점이 여기서 드러난다. 동시에 현대적 언어로 기록하고 평가할 때만 공공자원으로서의 정당성이 강화된다.

 

효능 주장은 임상시험이 말하도록 두고, 지금은 전달체계를 더 섬세하게 다듬을 때다. 환자보고결과(patient-reported outcome measures, PROMs), 방문 간격 준수율, 낙상·입원 등 주요 생활·의료 사건의 변화 같은 지표를 정기적으로 수집·공개하면 논쟁은 데이터로 수렴한다.

 

물론 반론이 존재한다. 침·뜸·부항·추나요법·한약 처방의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논쟁은 오래된 것이다.

 

방문형 서비스에서의 약물·시술 안전관리, 위·변조 방지, 과잉진료 리스크를 우려하는 시각도 유효하다. 비용 대비 효과성, 즉 동일 예산으로 더 많은 건강이득을 가져오는가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이 지적들에 대해 천안의 성과 데이터는 아직 제한적이며, 무작위 대조시험 같은 엄밀한 임상시험 결과는 본 사업 소개 자료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사례의 성격은 치료법 자체의 우월성 증명이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계층에게 도달하는 전달체계의 설계와 실행에 방점이 있다. 안전 우려에는 표준화된 방문 프로토콜, 재평가 주기, 부작용 보고체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비용효과성은 시범사업 단계에서 자원 투입과 결과(예: 응급실 이용, 불필요한 이송) 데이터를 축적해 후속 평가로 답해야 한다.

 

전국화의 조건과 안전한 확장

 

천안의 경험은 전국 확산을 고민하는 정책결정자에게 몇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참여 의료기관의 충분한 네트워크와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69개소 참여가 보여주듯, 일정 규모를 넘어설 때 비로소 방문의 연속성이 생긴다.

 

행정복지센터와 전문가단체 간의 역할 분담이 분명해야 한다.

 

광고

광고

 

대상자 발굴, 의뢰, 방문, 사례관리라는 선순환이 깨지면 이용자 경험은 곧바로 악화된다. 측정 체계를 단순하지만 의미 있게 설계해야 한다.

 

만족도 4.4점은 출발선일 뿐, 기능 개선·고립감 완화·자가관리 역량을 포착하는 지표로 확장해야 한다. 상·벌의 신호도 분명해야 한다.

 

이번에 천안시한의사회와 김창훈 원장이 받은 상은 품질에 대한 외부의 인정이자, 참여 동력을 유지하는 비금전적 인센티브다. 독자의 입장에서 이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가족 중 누군가가 거동이 불편하거나, 혼자 병·의원을 오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방문형 통합돌봄은 삶의 밀도를 바꾼다. 집이라는 안전지대에서 상담과 중재를 받는 경험은 치료 순응도를 높이고, 조기 경고 신호에 더 빨리 대응하게 한다.

 

한의약은 생활증상 관리에 강점이 있어 이러한 상황에서 유용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만 개인별 효능은 증상과 상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표준화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도록 제도적 가드레일이 필요하다.

 

결국 핵심은 서비스가 손에 닿는가, 그리고 그 손길이 안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기록되는가다. 이번 보건복지부 장관상 수상은 지방정부 단위의 실험이 공적 언어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무게가 있다. 행정과 전문가단체, 개별 의료기관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나오는 합은 크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시범 단계에서 쌓인 데이터의 체계적 공개와 외부 평가 의뢰가 첫째다. 사업의 전국화 이전에 지역별 인프라 차이를 감안한 맞춤형 설계가 둘째다.

 

모든 지역이 천안과 같은 인적 자원과 네트워크를 갖추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 치밀한 표준과 유연한 적용 규칙이 필요하다. 우리 지역의 통합돌봄은 어디까지 왔고, 한의약의 자원은 누구에게 닿고 있는가.

 

이 질문을 남긴다.

 

FAQ

 

Q. 일반 가정은 어떻게 이 같은 한의약 방문 돌봄을 이용할 수 있나?

 

A. 공식 절차와 자격 요건은 지자체별로 다르며, 천안시의 구체적 신청 경로는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는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나 보건소 공고를 통해 대상자 발굴과 의뢰가 이뤄지며, 이후 지역 한의사회의 배정을 받아 방문이 진행된다. 자신의 가족이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거주지 행정복지센터에 문의해 현황과 자격 요건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사업이 시범 단계인 경우가 많아, 신청 가능 지역과 시점은 변동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 또는 한국한의약진흥원 공식 채널에서 최신 시범사업 참여 지역을 확인하는 것도 유효한 방법이다.

 

Q. 만족도 4.4점은 어떤 의미가 있으며, 임상적 효과를 증명하는가?

 

A. 만족도 4.4점은 이용자 경험과 수용성을 보여주는 지표로서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만족도는 통증 감소나 기능 향상 같은 임상적 결과를 직접 증명하지 못하며, 별도의 임상지표와 함께 봐야 한다. 향후에는 환자보고결과(PROMs), 재이용률, 낙상·입원 같은 사건 지표를 함께 수집해 만족도와의 상관을 분석하는 접근이 적절하다. 현재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임상지표의 변화가 공식 확인되지 않는다. 만족도가 높다는 것은 서비스 수용성과 지속 이용 의향이 높다는 의미이며, 이는 돌봄 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선행 지표로 볼 수 있다.

 

Q. 다른 지자체가 천안 모델을 도입하려면 무엇이 선행되어야 하나?

 

A. 참여 한의원 네트워크의 확보와 방문진료 수가 등 제도적 인센티브 설계가 우선이다. 이어서 행정복지센터-전문가단체-의료기관 간 역할을 명확히 나눈 표준 운영 절차를 만들고, 사례관리 기록과 데이터 수집 체계를 단순하면서도 비교 가능한 형태로 구축해야 한다. 시범 초기에 과도한 지표를 설정하면 현장 부담이 커지므로 핵심 3~5개 지표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지역 인구구조와 의료 인프라 격차를 고려한 맞춤 설계가 필요하며, 이는 전국화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조건이다. 천안의 사례에서 확인된 69개소 규모의 참여 네트워크와 실시간 사례관리 체계는 최소 기준선으로 참고할 만하다.

 

 

광고

광고
작성 2026.06.22 05:32 수정 2026.06.22 05:32

RSS피드 기사제공처 : 아이티인사이트 / 등록기자: 최현웅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