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6시간을 혼자 보낸다"… 쉬는 청년 늘수록 깊어지는 ‘관계 빈곤’의 그림자

취업 문제 넘어선 사회적 고립 경고… NEET 청년 일상 분석 결과 공개

20대 초반은 관계 회복, 20대 후반은 취업 연계, 30대는 돌봄 부담 해소가 핵심 과제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생활시간조사 통해 드러난 청년 고립의 실태 진단

NEET 내부 분해: 구직형 / 가사·육아형 / 비활동형(그럼 범례 ‘쉼·기타형’)(2014→2024)

청년의 멈춤은 더 이상 취업 여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일하지도 않고 학교에 다니지도 않으며 직업훈련에도 참여하지 않는 이른바 NEET 청년 문제가 새로운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이들의 일상을 들여다본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분석 결과 청년들의 어려움은 단순한 구직 실패를 넘어 생활 구조의 약화와 인간관계 단절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생활시간조사 자료를 활용해 20세부터 34세까지의 NEET 청년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분석한 '구조를 잃은 하루: 생활시간조사로 본 쉬는 청년의 24시간'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청년 노동시장 이행 과정을 다룬 연속 연구의 세 번째 결과물로, 취업 통계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청년들의 실제 생활 모습을 조명했다.

 

같은 NEET라도 연령에 따라 전혀 다른 현실을 보였다.

2024년 기준 20세부터 24세까지의 NEET 청년 가운데 구직 활동이나 가사·육아에도 참여하지 않는 비활동형 비율은 46%로 조사됐다. 사실상 절반에 가까운 청년이 사회활동 전반에서 이탈한 상태로 나타난 것이다.

 

반면 25세부터 29세 구간에서는 구직 활동을 이어가는 청년 비율이 74%로 가장 높았다. 30세부터 34세 구간에서는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는 유형이 51%를 차지하며 다수를 형성했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연령별 정책 접근이 달라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20대 초반은 생활리듬과 사회관계 회복에 집중해야 하고, 20대 후반은 구직 기간 단축과 취업 연결 지원이 중요하다. 30대는 돌봄 부담을 완화하고 노동시장 재진입을 돕는 정책이 우선 과제로 제시됐다.

 

청년들의 하루는 점차 구조를 잃어가고 있었다.

취업하거나 학교에 다니는 청년들은 낮 시간대에 일과 학습, 구직 활동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NEET 청년들은 생산적 활동이 하루 중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지 않았으며 활동 강도 역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생산활동 비율은 2019년 26%, 2024년 31%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미디어 이용과 여가 활동은 하루 전반에 걸쳐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규칙적인 생활 구조가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혼자 보내는 시간의 증가였다.

20세부터 29세까지 NEET 청년이 혼자 보낸 시간은 2019년 하루 평균 282분에서 2024년 372분으로 늘어났다. 5년 사이 90분이 증가한 수치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하루 6시간이 넘는 시간을 홀로 보내고 있는 셈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여가 시간이 늘어난 결과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의 축소와 연결 부족을 의미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즉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은 일자리 부족만이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가 줄어드는 ‘관계 빈곤’ 현상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출발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데이터분석·성과확산센터장은 NEET 정책의 핵심 질문이 "일자리가 있는가"가 아니라 "이 청년은 현재 어디에 멈춰 있는가"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비활동형, 구직형, 가사·육아형 등 다양한 유형을 세분화해 접근해야 하며, 특히 고졸 이하 청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집중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년 지원 정책도 새로운 방향 전환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청년 고립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노동시장 복귀뿐 아니라 정신건강과 사회참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단순한 취업 지원을 넘어 생활리듬 회복 프로그램, 사회관계망 형성 지원, 심리 상담, 진로 탐색 프로그램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연구는 쉬는 청년 문제를 단순한 실업 현상이 아닌 사회적 연결과 생활 구조의 관점에서 바라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혼자 보내는 시간이 크게 증가한 현상은 청년 고립 문제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는 취업 지원과 함께 관계 회복과 사회 참여를 돕는 정책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청년의 멈춤은 노동시장에서의 일시적 공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생활 리듬의 붕괴와 관계 단절, 사회적 고립이 함께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세밀한 정책 대응이 요구된다.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은 취업 여부가 아니라 청년 개개인의 현재 상태와 삶의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소개

한국직업능력연구원(KRIVET)은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의해 1997년 설립된 국무총리 산하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직업교육훈련정책 및 자격제도에 관한 연구와 직업교육훈련 프로그램의 개발·보급 등 직업능력개발에 관한 연구사업의 수행’을 설립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설립 목적하에 1997년 개원한 이래 세계적인 연구기관으로 성장해 왔다. (사진제공)

작성 2026.06.20 23:41 수정 2026.06.20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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