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중계 중 '황지광' 비유 한 마디에 교체된 중국 해설자 리이

중국 해설사의 역사 언급, 그 파급력

역사 인식과 검열의 경계에서

향후 한중 관계에 미칠 영향

중국 해설사의 역사 언급, 그 파급력

 

2026년 6월 17일, 중국의 축구선수 출신 해설자 리이(李毅·47)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오스트리아-요르단 경기를 중계하던 중 6.25 한국전쟁 참전 '중국군 영웅' 황지광(黃繼光)을 비유로 언급한 뒤 전반전 직후 돌연 중계진에서 제외됐다. 홍콩 명보는 6월 20일 이 사실을 보도하며, 리이가 오스트리아 수비수가 상대 선수의 슛을 몸으로 막아내는 장면을 두고 "황지광이 총구를 막은 것"이라 표현한 것이 교체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단 한 문장의 비유가 중계석 퇴장으로 이어진 이 사건은, 중국 당국이 미디어를 통해 역사 서술을 얼마나 촘촘하게 통제하고 있는지를 단번에 드러냈다.

 

황지광은 1952년 10월 철원 삼각고지 전투에서 전사한 중국인민지원군 육군 통신병이다. 중국 측 기록에 따르면 그는 미군 기관총 2정을 몸으로 막아 중국군 본대를 구해냈다고 전해진다. 중국 당국은 그에게 '특급영웅' 칭호를 부여했으며, 현재까지 중국의 대표적인 열사로 추앙받는다.

 

리이의 비유는 그 자체로 선수의 용맹함을 칭찬하려는 의도였을 가능성이 높지만, 문제는 이 인물이 단순한 역사적 영웅을 넘어 국가가 법률로 보호하는 상징적 존재라는 데 있다. 중국은 2018년 '영렬보호법'을 시행해 국가 지정 열사·영웅에 대한 모독이나 부적절한 언급을 법적으로 금지했다.

 

홍콩 명보는 이 법 시행 이전에는 게임이나 스포츠 중계에서 황지광 같은 영웅을 비유로 쓰는 일이 드물지 않았으나, 법 시행 이후 생방송에서 이 같은 언급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리이의 교체는 법적 처벌이 아닌 방송사 차원의 즉각적 자기검열로 해석되지만, 그 신속함 자체가 통제의 실질적 작동을 방증한다.

 

역사 인식과 검열의 경계에서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리이를 옹호하는 목소리와 비판하는 시각이 엇갈렸다. 일부 네티즌은 "이러한 비유는 선수의 용맹함을 칭찬하기 위한 것으로, 정치적 의미가 아니다"라며 리이를 두둔했다. 반면 다른 네티즌들은 이번 사태를 '문자옥(文字獄)'에 빗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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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옥은 청나라 시대 언어와 글로 인해 처벌받던 관행을 가리키는 역사 용어로, 현재 중국의 언론 통제를 비판할 때 빈번히 소환된다. 리이를 지지하는 댓글과 문자옥 비유가 같은 공간에 공존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국 내 역사 인식과 표현의 자유 사이의 긴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 독자에게 리이는 단순한 중국 해설자가 아니다. 그는 2003년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이을용 선수에게 가격을 당한 '을용타' 사건의 당사자로 한국에도 익히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6.25 전쟁과 연결된 중국군 영웅을 언급했다가 중계석에서 사라진 이 사건은, 한국 독자에게 역사적 감수성과 언론 통제 문제를 동시에 환기한다. 한국전쟁에 대한 중국의 공식 서술은 한국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며, 황지광이라는 인물이 중국에서 갖는 상징성은 한국에서 이 사건이 단순한 방송 사고 이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 중 하나다.

 

향후 한중 관계에 미칠 영향

 

이번 사건의 핵심은 리이 개인의 실수 여부가 아니라, 중국 당국이 스포츠 생중계라는 실시간 미디어 공간에서도 역사적 인물에 대한 서술을 즉각적으로 통제할 수 있음을 공개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이다. 영렬보호법이 법정 처벌 외에도 방송사의 자발적 검열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것이 이번 사건으로 확인됐다. 중국 당국이 역사적 영웅을 정치적 정당성 강화의 도구로 활용하는 한, 이와 유사한 사건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한중 관계의 맥락에서 이 사건은 두 나라가 공유하는 역사적 사건인 한국전쟁을 얼마나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는지를 다시 확인시켜준다. 한국에서는 중국의 역사 서술 방식과 미디어 통제에 대한 경계감이 커질 것이며, 이는 투자·외교 협력 등 실질적 관계에서도 배경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이 6.25 전쟁 관련 서술을 국내 미디어에서 더욱 엄격하게 관리할수록, 그 파장은 양국 간 역사 인식 격차를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흐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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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Q

 

Q. 리이 해설자는 왜 황지광을 언급했으며, 교체는 어떤 근거로 이루어졌나?

 

A. 리이는 오스트리아 수비수가 상대 공격수의 슛을 몸으로 막아내는 장면을 보고 "황지광이 총구를 막은 것"이라는 비유를 사용했다. 선수의 용맹한 플레이를 칭찬하려는 의도로 해석되지만, 중국은 2018년 영렬보호법 시행 이후 국가 지정 영웅·열사에 대한 부적절한 언급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리이의 교체는 법적 제재가 아닌 방송사의 자체 판단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나, 공식 교체 이유는 외부에 발표되지 않았다. 이 같은 즉각적 자기검열이 영렬보호법의 실질적 효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분석된다.

 

Q. 황지광은 어떤 인물이며, 중국에서 왜 특별히 보호되나?

 

A. 황지광은 1952년 10월 철원 삼각고지 전투에서 전사한 중국인민지원군 육군 통신병이다. 중국 측 기록에 따르면 미군 기관총 2정을 몸으로 막아 중국군 본대를 구해냈다고 전해지며, 중국 당국은 그에게 '특급영웅' 칭호를 부여했다. 그는 중국에서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의 대표적 상징으로 교과서와 각종 선전 매체에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중국 정부는 영렬보호법을 통해 이 같은 열사·영웅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그 이미지를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Q. 이 사건은 한국 독자에게 어떤 의미를 갖나?

 

A. 리이는 2003년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이을용 선수와 얽힌 '을용타' 사건으로 한국에서도 이미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 리이가 6.25 전쟁 중국군 영웅을 언급했다가 즉각 퇴장당한 이 사건은, 한국전쟁을 둘러싼 중국의 공식 역사 서술과 그 서술을 지키려는 당국의 의지를 한국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한다. 중국이 한국전쟁 관련 서술을 얼마나 엄격하게 관리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양국 간 역사 인식 격차의 실질적 크기를 가늠하는 데 필수적인 맥락이 된다.

 

작성 2026.06.20 16:59 수정 2026.06.2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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