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사람의 평생을 건 집념이, 단 한 장의 합의문 앞에서 흔들린다. 이스라엘 언론인 기드온 레비는 미국과 이란의 합의 발표가 네타냐후 총리 개인에게, 그리고 이란과 레바논을 겨눈 그의 야망에 결정적 패배를 안긴 사건이라 진단한다. 레비는 만약 이스라엘이 이 합의를 위태롭게 한다면, 네타냐후와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마저 위험해질 수 있다고 본다. 이란을 무너뜨리려 시작한 전쟁이, 이란을 협상 상대로 인정하는 합의로 매듭지어지는 풍경. 그 역설의 한복판에서, 한 정치 지도자의 오랜 신념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한 사람의 '필생의 과업'은 무엇이었나
네타냐후의 정치 인생을 관통하는 한 줄기가 있다. 이란의 핵 야망을 꺾는 일, 그것을 그는 자신의 사명처럼 여겨 왔다.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향해 쏘아 올린 공습은 그 신념의 정점이었다. 그러나 100일을 넘긴 전쟁의 끝에서, 결말은 그가 그리던 그림과 어긋난다.
레비의 분석은 이 어긋남을 정조준한다. 그가 보기에,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제거하겠다던 목표는 끝내 이뤄지지 않는다. 합의 과정에서 이란은 일정 수준의 농축 능력 유지를 고수했고, 합의는 농축을 민간 목적에 한정하도록 장기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는다. 폐기가 아니라 관리, 제거가 아니라 인정. 레비에게 이 차이는 네타냐후의 패배를 가르는 분수령으로 읽힌다.
무엇이 이스라엘을 불안케 하는가
레비의 진단을 넘어, 이스라엘 정부의 공식 태도에서도 불편한 기류가 묻어난다. 이스라엘은 이번 미·이란 협상에 참여하지 않았고, 그 조건들은 이스라엘 당국자들 사이에 깊은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예루살렘의 관리들은 이 합의가 레바논에서 헤즈볼라를 겨눈 이스라엘군의 행동 자유를 제약할까 두려워한다.
대가를 둘러싼 셈법도 이스라엘엔 달갑지 않다. 이란 외무차관 카젬 가리바바디에 따르면, 서명과 함께 시작될 60일 협상은 대이란 제재 종료와 핵 프로그램, 그리고 합의 이행을 감시할 장치 마련을 다룬다. 트럼프는 최종 핵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이란 공격을 재개하거나 미국이 "중동의 수호자"가 되겠다고 경고한다. 강경한 수사 뒤에서도, 이란을 협상 테이블의 당사자로 끌어올린 구도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균열은 어디서 터졌나
레비가 짚은 '트럼프와의 위험한 관계'는 이미 표면 위로 드러난다. 트럼프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네타냐후를 "매우 까다로운 인물"이라 부르며, 이스라엘이 이번 합의에 "매우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행정부가 핵 파국으로부터 이스라엘을 구했다며, 이란이 핵무기를 가졌다면 이스라엘은 두 시간도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 주장한다.
갈등의 도화선은 베이루트였다. 트럼프는 미·이란 양해각서를 위협한 베이루트 다히예 공습을 두고 네타냐후를 공개 질책했고, 폭스뉴스에 자신이 공습 직후 그를 거친 표현으로 추궁했다고 전한다. 악시오스는 이 공습이 미·이란 합의의 서명을 지연시켰다고 트럼프가 말했다고 보도한다. 다만 네타냐후의 셈법은 따로 있다. 그는 이스라엘이 합의의 당사자가 아님을 분명히 하면서도, 핵 저지에 대한 트럼프의 "의지"를 치켜세운다. 한편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분쟁의 즉각 종식과 호르무즈 재개통을 "긴요한" 일로 평가하며 합의를 환영한다.
신념의 끝, 그리고 남은 질문
레비의 진단은 어디까지나 한 언론인의 해석이다. 같은 합의를 두고 네타냐후 측은 이란의 군사력을 무너뜨린 성과를 강조하고, 트럼프는 자신의 외교를 "완전한 승리"로 포장한다. 같은 사건이 누군가에겐 승리로, 누군가에겐 패배로 읽힌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란을 지도에서 지우려던 구상이, 이란과 마주 앉는 합의로 귀결됐다는 사실이다. 신념은 강할수록 현실의 벽 앞에서 더 크게 흔들린다. 평생을 건 과업이 한순간에 다시 쓰일 때, 우리는 그것을 한 지도자의 실패로만 보아야 하는가, 아니면 무력으로 풀리지 않는 분쟁의 오랜 진실로 읽어야 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