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리의 깃발은 양쪽에서 동시에 펄럭인다. 트럼프는 "완전한 승리"라 외치고, 테헤란도 "우리가 이겼다"고 선언한다. 미국과 이란이 모든 전선의 전투를 멈추고 호르무즈 해협을 열기로 합의했지만, 알자지라의 오사마 빈 자바이드는 양측 모두 승리를 주장하는 와중에도 세부 사항을 둘러싼 험난한 협상이 아직 앞에 놓여 있다고 분석한다. 합의문의 잉크가 채 준비되기도 전에, 한 가지 질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멈춘 것은 과연 전쟁인가, 아니면 잠시의 숨 고르기인가. 이 합의가 평화라 불릴 자격이 있는지를, 이제 차분히 들여다본다.
왜 '조약'이 아니라 '틀'인가
이 합의의 정체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양측이 6월 19일 스위스에서 서명할 양해각서(MOU)를 두고 일각에서는 전쟁을 끝내는 평화 합의라 부르지만, 이는 실상을 부풀린 표현에 가깝다. 합의된 것은 앞으로의 협상을 이끌 외교적 틀일 뿐, 평화 조약도, 두 나라를 광역전 직전까지 몰고 간 분쟁들에 대한 포괄적 해결도 아니다.
국제 외교에는 결이 있다. 휴전은 전투를 멈추는 일이고, 평화 협정은 전투를 일으킨 분쟁 자체를 푸는 일이다. 지금의 합의는 그 중간 어디쯤에 머문다. 핵심 쟁점은 미해결인 채 훗날의 협상으로 미뤄졌고, 대리 세력 활동과 경제 압박, 전면전 문턱 아래의 제한된 군사 충돌이라는 '회색지대' 대결의 큰 틀은 거의 그대로 남는다. 더구나 이 합의는 전쟁으로 끊겼던 기존의 협상 과정을 다시 잇는 성격이 짙다. 새로운 정치적 타결이라기보다, 멈췄던 시계를 다시 돌리는 일에 가깝다.
무엇이 풀렸고, 무엇이 남았나
겉으로 드러난 성과는 또렷하다. 미·이란은 휴전을 60일 연장하는 틀에 합의했고, 금요일 서명식과 뒤이은 핵 협상을 예고한다. 합의는 전쟁 전 세계 석유·액화천연가스의 약 20%가 지나던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을 되살리도록 설계됐다. 다만 해협의 완전한 재개통이 즉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단서가 붙는다.
문제는 미뤄둔 매듭들이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 제재, 그리고 이스라엘의 레바논 전쟁과 점령을 포함한 광범위한 역내 안보 문제가 모두 미해결로 남아 추가 협상의 대상이 된다. 핵 문제의 운명은 협상에 부쳐졌으나 지금으로선 결론이 없고, 트럼프는 첫 발표에서 정작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핵 문제를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그가 그어온 선도 흔들린다. 과거 이란 핵 프로그램의 전면 폐기를 거듭 요구했던 트럼프는, 이번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란의 저농도 우라늄 농축을 허용할 것이라 말한다. 이란은 해외에 동결된 수십억 달러 자산의 반환과 미국·국제 제재의 해제를 원한다.
승리의 셈법은 양쪽이 다르다. 트럼프는 이 합의를 "전적이고 완전한 승리"라 부르고, 이란 역시 승리로 자축하면서도 "완전한 불신" 속 협상에 임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같은 문서를 놓고 두 나라가 서로 이겼다고 말하는 풍경은, 이 합의의 빈틈을 그대로 비춘다.
협상장의 공기는 미묘하다. 이란 외무차관 카젬 가리바바디는 양해각서 문안이 최종 확정됐다고 이란 매체에 밝히며, 일요일 레바논에서의 긴장 고조 이후 테헤란이 요청한 일부 수정이 받아들여졌다고 전한다. 그는 이란 군의 위협이 "협상 진전을 도왔고" 문안 확정에 "이바지했다"고 주장한다.
이행의 무대와 시점도 정해졌다.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양측이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의 즉각적·영구적 종료를 선언했다고 X에 올리고, 이번 주 중재국 주관으로 일련의 회동이 열려 기술 협상과 서명식의 토대를 놓을 것이라 예고한다. 정작 트럼프는 같은 날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로 향한다. 그러나 베이루트의 거리에서는 환호 대신 의심이 흐른다. 합의 소식에도 레바논 시민들은 좀처럼 안도하지 못한다.
서명은 끝이 아니라 출발선이다
총성은 멎었고 깃발은 양쪽에서 올랐다. 그러나 깃발의 색이 다르듯, 두 나라가 그리는 평화의 모양도 다르다. 핵과 제재와 레바논이라는 세 매듭이 60일의 시간 속에서 풀릴지, 아니면 다시 전선을 만들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역사의 교훈은 한결같다. 서명은 분쟁의 마침표가 아니라 새로운 문장의 첫 글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양측이 동시에 승리를 외치는 합의일수록, 진짜 시험은 환호가 잦아든 뒤에 찾아온다. 우리는 펄럭이는 두 개의 승리 깃발을 평화의 증표로 믿어야 하는가, 아니면 아직 풀리지 않은 세 개의 매듭을 먼저 헤아려야 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