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경쟁력은 기술이 아니라 '팀 설계'에서 나온다
기업의 연간 AI 지출은 한화 5조 8천억원에 달하지만, 매출 상승효과는 평균 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MIT 미디어랩 프로젝트 난다(NANDA)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제너레이티브 AI 디바이드(The GenAI Divide: State of AI in Business 2025)'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막대한 투자와 빈약한 성과 사이의 간극을 메울 해법으로 'AI 팀워크' 조직 설계가 주목받고 있다. AI 소통 협업툴이며 지능형 워크 OS '써팀(SirTEAM) 운영사 ㈜크리니티 유병선 대표는 최근 발표한 '人i팀의 조건' 자료에서 "AI 도입은 전산팀의 IT 프로젝트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HR 프로젝트"라고 진단했다.

왜 5조 8천억원을 쓰고도 매출은 5%만 늘었나
기업들은 지난 한 해 AI 솔루션 도입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실제 조직 성과로 이어진 사례는 드물었다. MIT 미디어랩 보고서는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조직의 성과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워크슬롭(Workslop)'이라는 새로운 비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지난해 9월 'AI가 만든 워크슬롭이 생산성을 파괴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의미 없는 AI 결과물이 오히려 업무를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
적절한 AI 생성물을 다시 손보는 데 드는 복구 비용은 건당 평균 27만원으로 집계됐다. 기술이 업무를 줄여주는 게 아니라, 검토와 수정이라는 새로운 비용을 만들어내는 역설이 발생한 셈이다.
㈜크리니티 유병선 대표는 이런 현상의 근본 원인을 '도구로서의 AI'라는 관점에 있다고 봤다.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듯 AI를 들여놓는 방식으로는, 아무리 성능 좋은 모델을 쓰더라도 조직의 일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AI 도입은 IT 프로젝트인가, HR 프로젝트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보여주는 사례로 모더나(Moderna)가 꼽힌다. CIO매거진이 지난해 6월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모더나는 인사(HR) 부서와 정보기술(IT) 부서를 하나의 리더십 아래 통합하고, 최고인사책임자(CHRO)를 '최고인재디지털기술책임자(Chief People and Digital Technology Officer)'로 임명했다.
모더나의 스테판 방셀 최고경영자(CEO)는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시스템과 사람을 잇는 '연결 조직'이자 조직 내 새로운 '팀원'으로 규정했다. 나아가 IT 부서가 'AI 에이전트를 위한 인사부서' 역할로 진화해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기술과 사람이 맞물리는 접점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조직 효율을 좌우한다는 판단에서다.
㈜크리니티 유병선 대표는 이 사례를 근거로 "AI 도입은 단순 업무 처리를 위한 효율화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전면 재설계하는 작업"이라며 "도입 주체도 IT·전산팀이 아니라 HR과 IT가 통합된 조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를 '지시하는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메타인지와 AI의 역량이 결합한 협업 파트너, 즉 '人i팀'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AI와 사람, 역할은 어떻게 나눠야 하나
㈜크리니티 써팀(SirTEAM)이 제시한 분석에 따르면 AI의 역량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방대한 데이터를 즉시 분석해 인간의 인지 한계를 넘어서는 '인지 증강', 복잡한 문제에서 패턴을 찾아 최적의 해법을 제시하는 '추론 증강', 단순 반복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실행 증강'이다.
반면 인간만이 가진 영역도 분명하다. 스스로 환경을 파악하고 목적을 설정하는 '메타인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열정과 내적 동기', 기업 고유의 윤리와 철학에 따른 '가치 판단', 상황에 따라 전략을 과감히 전환하는 '판 뒤집기' 능력이다. 이 네 가지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으로 분류됐다.
이 같은 역할 구분은 부서별로 구체화된다. 고객서비스팀에서는 AI가 24시간 1차 응대와 분류, 조치를 맡고 사람은 클레임 해결과 VIP 응대 등 감정적 신뢰 회복을 담당한다.
영업팀에서는 AI가 잠재고객 분석과 제안서 초안을 작성하고, 사람은 실제 협상과 의사결정자 설득에 집중한다. 마케팅팀은 AI가 콘텐츠 생산과 성과 분석을 상시 가동하고, 사람은 브랜드 철학과 최종 크리에이티브 판단을 맡는다.
보안팀에서는 AI가 이상 탐지와 위협 분류를 수행하고, 사람은 실제 침해 여부 판단과 정책 승인이라는 고위험 의사결정을 담당한다. 재무·인사·성장팀 역시 AI가 예산 집계와 데이터 분석을 자동화하고, 사람은 조직 문화 설계와 리더십 코칭이라는 핵심 역할에 집중하는 구조다.
리더는 무엇을 바꿔야 하나... D5와 HaRD 리더십
㈜크리니티 써팀(SirTEAM)은 새로운 리더십 모델로 '人i HaRD 리더십'을 제시했다.
HaRD는 '인간 존중-AI 자원 개발(Human Respect - ai Resource Development)'의 약자다. 과거 인적자원관리가 평면적이었다면, AI 시대 리더는 인간에 대한 존중과 AI 자원이 입체적으로 시너지를 내는 '인간-AI 융합 자원'을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실행 틀로는 '디스커버-드림-디자인-딜리버-디벨롭(D5)' 프레임워크가 제안됐다. 이는 데이비드 쿠퍼라이더와 다이애나 휘트니가 제시한 '긍정 탐구(Appreciative Inquiry)' 이론을 AI 시대에 맞게 응용한 것이다.
문제 중심이 아니라 강점 중심으로 조직을 진단하고, "1년 뒤 우리가 자랑스러워할 성과는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으로 비전을 그린 뒤, AI를 파트너로 삼는 협업 구조를 설계하고 실행, 학습하는 순환 구조다.
리더십의 무게중심도 옮겨가야 한다. 기존 리더가 문제를 찾아 지시하고 실행을 통제했다면, AI 시대 리더는 강점을 찾아 기회를 설계하고 자율적 실험과 피드백을 촉진하는 역할로 이동해야 한다는 게 ㈜크리니티 써팀(SirTEAM)의 진단이다.
단순히 KPI 달성을 확인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의미 있는 성과를 설계하는 '임팩트 메이커'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팀이 큰 조직을 이기는 시대
이러한 변화의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로 라이트 형제의 비행 실험이 거론됐다. 미국 정부 지원을 받은 대규모 조직 '랭리 프로젝트'는 문서와 위원회 중심의 승인 절차에 매몰돼 두 차례 시험비행 모두 추락한 뒤 폐기됐다.
반면 소규모 자율팀이었던 라이트 형제는 글라이더 실험을 반복하며 비행 원리를 축적해 인류 최초의 유인 동력 비행에 성공했다.
최근 AI 산업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AI 코딩 도구를 개발한 커서(Cursor·앤트로픽 계열사 애니스피어 운영)는 2025년 초 약 20명 규모의 소수 정예 팀으로 운영됐지만, 같은 해 6월 연환산매출(ARR) 5억 달러를 돌파하며 기업가치 99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업무형 AI 서비스를 빠르게 제품화한 젠스파크(Genspark)도 출시 10개월 만에 ARR 1억 55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 세계 20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인원 규모보다 인재 밀도, AI 레버리지, 실행 속도의 결합이 성과를 좌우한다는 분석이다.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드(Claude Code) 팀은 긴 로드맵 대신 짧은 실험 주기를 우선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완벽한 기획 문서보다 24시간 안에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을 먼저 만들고, 가설을 현실과 빠르게 부딪혀본 뒤, 검증된 결과만 사후에 문서화하는 순서다.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자사 AI 모델을 무료로 공개해 글로벌 개발자 생태계를 우군으로 확보한 중국 큐원(Qwen)의 오픈소스 전략 역시, 폐쇄적 위계보다 개방적 협력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됐다.
일하는 방식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할 때
㈜크리니티 써팀(SirTEAM)은 현재 많은 기업이 처한 상황을 '단편화'로 진단했다.
개인 단위에서는 AI를 단순 도구로만 활용해 워크슬롭이 늘고, 팀장과 리더는 구성원이 짧은 시간에 만든 자료를 반복적으로 검토하느라 매몰되며, 조직 차원에서는 위계와 승인 절차가 빠른 실행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생산성의 진짜 병목은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프로세스와 문화, 리더십의 한계라는 게 핵심 진단이다.
해법으로는 '프로세스 혁신(PI)' 3단계가 제시됐다.
1단계 '리워크(ReWORK)'는 AI가 학습할 수 있는 형태로 데이터베이스를 정제하고 업무 방식을 재정의하는 단계다. 2단계 '리마인드(ReMIND)'는 조직의 핵심 가치와 비전을 중심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가치 기반으로 재구조화하는 단계다. 3단계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은 AI 에이전트와의 협업 구조, 즉 人i팀을 완성해 압도적 속도와 품질의 워크플로를 설계하는 단계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요구되는 인재상은 '3대 밀도'로 요약된다. 탁월한 동료들로 구성된 '인재 밀도', 정교한 질문과 문제 정의 능력을 뜻하는 '질문 밀도', AI에 잡무를 맡기고 본질적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몰입 밀도'다. ㈜크리니티 유병선 대표는 "성과는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묻고 맥락을 이해하느냐에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크리니티는 메일 보안과 협업 분야에서 쌓아온 강점을 바탕으로, 자체적으로도 '발견-상상-설계-실행-지속'의 5단계 긍정 탐구 모델을 적용해 AI 기반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사업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메일 협업 서비스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서, 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신기술을 패키지에 적용해 비즈니스 개발과 운영을 통합하는 'BizDevOps 721' 전략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AI 도입의 성패가 결국 조직 설계와 리더십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코닥이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하고도 기존 필름 사업을 보호하려는 낡은 평가 체계 때문에 2012년 파산보호를 신청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손에 쥐어도, 그 기술을 받아들일 조직의 구조와 보상 체계가 바뀌지 않으면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교훈이다. AI 시대 기업의 경쟁력은 결국 '얼마나 좋은 AI를 쓰느냐'가 아니라 '사람과 AI가 어떻게 한 팀이 되느냐'에서 갈릴 전망이다() 2026-06-10
스티븐의 머니챌린저 하승범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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