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미화의 상담이야기] ‘영츠하이머’ 잊어버리는 청춘에게 필요한 것은 회복의 시간이다...

끊임없는 연결이 만든 디지털 피로와 청년 세대의 인지 부담

회복탄력성 교육이 청년 정신건강의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는 이유

청년층 사이에서 ‘영츠하이머’라는 신조어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젊음을 의미하는 ‘영(Young)’과 알츠하이머를 결합한 표현으로, 의학적 질환이 아닌 심한 건망증이나 기억력 저하를 경험하는 젊은 세대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중요한 약속을 잊거나 방금 들은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고, 집중해야 할 순간에도 쉽게 주의가 흐트러지는 경험이 이제는 낯설지 않은 일이 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스마트폰 과다 사용, 수면 부족, 스트레스 누적, 과도한 음주 등을 꼽는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정보와 자극은 뇌가 충분히 정리하고 회복할 시간을 빼앗고 있다. 하루 종일 이어지는 알림과 메시지, 학업과 취업 경쟁, 성과 중심의 사회 분위기는 청년들의 인지적 피로를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영츠하이머 현상을 단순히 기억력 문제로만 해석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교육적 관점에서 본다면 이는 청년 개인의 능력 부족보다 회복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사회 환경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청년들은 이전 세대보다 더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지만,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와 끊임없는 연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이를 처리하고 소화할 수 있는 심리적·인지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디지털 피로와 정보 과부하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정보가 넘쳐나는 환경에서는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걸러낼 것인가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된다. 하지만 청년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진 반면, 이를 정리하고 성찰하는 시간은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집중력 저하와 기억력 감퇴, 정서적 소진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교육 현장 역시 이러한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교육은 주로 지식 습득과 성취 향상에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는 얼마나 많이 아는가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배우고 회복할 수 있는가가 더욱 중요한 역량이 되고 있다. 따라서 미래 교육은 정보 습득 능력뿐 아니라 집중력 관리, 자기조절 능력, 디지털 사용 습관, 정서 회복 역량을 함께 길러주는 방향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회복탄력성이다. 회복탄력성은 어려움이나 실패를 경험한 이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심리적 힘을 의미한다. 다양한 연구에서는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자아존중감과 사회적 지지가 높을수록 우울과 불안을 효과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고 보고한다. 이는 청년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능력과 주변 사람들과의 건강한 관계는 정신적 회복력을 높이는 중요한 자산이다.

[사진: 정보 과부하와 경쟁에 지친 청년 VS 회복의 시간이 인지 건강을 지키는 모습, 챗gpt 생성]

채미화 센터장은 “영츠하이머 현상을 단순히 기억력 저하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청년들이 지속적인 정보 자극과 경쟁 환경 속에서 충분한 휴식과 회복의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어 “하루 중 일정 시간을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는 습관을 갖고, 건강한 인간관계와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인지 건강과 정서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영츠하이머 현상은 기억력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회복력의 문제일 수 있다. 청년들이 잊어버리고 있는 것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자신을 돌보고 재정비할 시간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사회는 청년들의 피로를 개인의 나약함으로 해석하기보다 과도한 경쟁과 정보 과부하가 만들어 낸 구조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교육 역시 변화해야 한다. 성취와 경쟁만을 강조하는 교육에서 벗어나 자기돌봄과 정서관리, 회복탄력성, 사회적 관계 형성 능력을 함께 가르치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디지털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더 많은 정보를 기억하는 능력이 아니라,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에 있기 때문이다.

 

영츠하이머라는 신조어는 청년 세대의 결함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다. 오히려 시대의 속도가 인간의 회복력을 앞질렀다는 사회적 신호에 가깝다. 지금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자극과 성과 압박이 아니라, 다시 자신을 회복하고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환경이다. 그것이야말로 건강한 사회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교육적 과제라 할 수 있다.

 

 

 

작성 2026.06.12 11:16 수정 2026.06.1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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