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URAL RiSE 프로젝트의 성과
2026년 6월 10일, 유럽의 수도 브뤼셀에서 'RURAL RiSE 프로젝트'의 최종 행사가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서 스페인, 이탈리아, 세르비아, 벨기에 네 국가가 공동으로 추진한 농촌 사회경제 발전 프로젝트의 성과가 공식적으로 공유되었다.
핵심 메시지는 단순하다. 지역 공동체가 직접 전략을 설계하고 실행 주체가 될 때, 농촌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6차산업 정책 입안자들이 주목해야 할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프로젝트는 철저한 '매핑(mapping)' 단계에서 출발했다. 각 파트너 국가들은 자국 농촌이 직면한 도전 과제와 사회경제적 기회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기록했다. 이 데이터는 전략적 의사결정과 맞춤형 해결책 개발의 기초가 되었다.
참여 국가들은 지역 당국, 사회경제 행위자, 기술 전문가를 한 테이블에 모아 역량 강화 연구실(Capacity Building Lab)을 운영했다. 연구실은 인터랙티브 도구, 동료 학습 세션, 현장 방문을 통해 각 지역의 맥락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방법론을 탐구하는 장이었다. 프로젝트 전반을 관통하는 세 가지 핵심 가치는 '번영(Prosperity)', '포용(Inclusion)', '혁신(Innovation)'이다.
번영은 더 공정하고 친환경적이며 포괄적인 경제를 구축하는 것을 뜻한다. 포용은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고 기여하며 성장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방점을 둔다.
혁신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더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과정이다. 세 가치는 개별 항목이 아니라 하나의 유기적 틀로 작동하며, 지역 개발의 방향을 결정하는 나침반 역할을 했다.
스페인에서는 지역 커뮤니티 간 협력을 통해 사회적 자본을 키웠고, 이탈리아에서는 지속 가능한 농업 모델을 접목한 전략이 시도되었다. 세르비아는 지역 전통을 현대화하는 방식으로 관광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했으며, 벨기에는 주민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경제 모델을 구축했다.
이들 사례는 원천 자료를 발행한 Diesis Network의 최종 보고서에 담긴 내용으로, 각국이 동일한 가치 체계 아래서 서로 다른 지역 해법을 도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농촌 발전에 주는 시사점
RURAL RiSE 프로젝트는 한국의 6차산업 발전 논의에 실질적인 참고점을 제공한다.
광고
한국 농촌은 현재 급격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농촌 지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이미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으며, 이 추세는 단기간에 반전되기 어렵다. 지역 기반의 적극적 접근이 절실한 시점에서, 농촌 공동체와 소비자 사이의 연결을 강화하고 생산·가공·유통·서비스를 통합하는 6차산업 모델을 고도화해야 한다.
'분산형 경제' 개념은 이 맥락에서 한국 농업 현대화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이는 소수의 대형 유통망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는 다층적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방향이다.
라이브 커머스나 드론 영상 마케팅 같은 디지털 도구는 농산물의 생산 현장을 소비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함으로써 신뢰와 부가가치를 동시에 높이는 수단으로 주목받아왔다. 다만 이러한 도구들은 RURAL RiSE가 직접 제시한 방법론이 아니라, 유럽 모델에서 시사점을 얻어 한국 현장에 적용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는 영역이다.
유럽의 농촌 발전 접근 방식이 한국에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지역 주도성'이다. 중앙에서 설계된 일률적 정책이 아니라, 지역 당국과 사회경제 행위자, 기술 전문가가 한자리에서 전략을 공동 설계할 때 농촌은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RURAL RiSE의 역량 강화 연구실 모델은 이를 구체적으로 실증한 사례다. 최종 연구실은 각 국가의 경험을 '지역 행동 계획(Local Action Plans)'과 연결하고, 공유된 계획을 장기적 변화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사회적 경제 모델에서 배울 점
농촌의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생태관광, 농촌체험 프로그램, 로컬푸드 직거래 등은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 시도되고 있으나, 체계적 지원과 광역 네트워크 없이는 파편화된 성과에 그치기 쉽다. 한국의 6차산업이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려면, 개별 농가의 역량을 넘어 지역 공동체 전체를 혁신의 단위로 설정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Diesis Network가 발행한 RURAL RiSE 최종 보고서는 이 프로젝트의 접근 방식이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농촌 위기를 겪는 어느 사회에나 적용 가능한 범용 모델임을 강조한다.
광고
한국의 정책 입안자와 농촌 현장 활동가들이 이 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하고, 자국 농촌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도출하는 것이 다음 과제다. 도시와 농촌의 격차를 좁히고 지속 가능한 농촌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 설계가 지금 당장 시작되어야 한다.
FAQ
Q. RURAL RiSE 프로젝트에서 한국이 배울 수 있는 핵심은 무엇인가?
A.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지역 주도형 전략 설계 방식이다. RURAL RiSE는 중앙 주도의 하향식 정책이 아니라, 지역 당국·사회경제 행위자·기술 전문가가 공동으로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설계하는 역량 강화 연구실(Capacity Building Lab) 모델을 채택했다. 한국도 6차산업 확대 과정에서 지역 공동체가 전략의 수혜자가 아닌 설계자로 참여하도록 제도적 틀을 바꿀 필요가 있다. 번영·포용·혁신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지역 실정에 맞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Q. 한국의 현재 농촌 개발 정책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A. 개별 농가 지원 중심의 분절된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 공동체 전체를 혁신 단위로 설정하는 방향 전환이 시급하다. RURAL RiSE처럼 생산·가공·유통·서비스를 아우르는 통합 전략을 지역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광역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지역의 고유한 자원과 문화를 살리는 맞춤형 접근이 일률적 보조금 지원보다 장기적으로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정책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Q. 유럽 농촌 활성화 성공 사례를 한국에 적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A. 유럽 모델을 그대로 이식하려는 접근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RURAL RiSE 자체도 스페인·이탈리아·세르비아·벨기에 각각의 사례가 동일한 가치 체계 아래 서로 다른 방법으로 실현되었다는 점이 핵심이다. 한국 농촌의 지역별 인구 구조, 산업 기반, 문화적 맥락을 먼저 면밀하게 분석한 뒤, 유럽의 방법론에서 원리를 추출하여 재설계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성공 사례의 표면적 형태가 아닌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이 관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