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학문의 경계 허물기
노스이스턴 대학교(Northeastern University) 연구진이 인공지능(AI)과 물리학이 예상보다 훨씬 많은 공통점을 지닌다는 사실을 규명하고, 이 두 분야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새로운 신경망 아키텍처를 개발했다.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의 자금 지원을 받는 연구소가 주도한 이 연구는 복잡한 수학적 원리를 AI 설계에 직접 적용함으로써 머신러닝 모델의 정확성과 설명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물리학 교수 제임스 할버슨(James Halverson)은 "AI가 더 나은 물리학 연구를 가능케 하며, 덜 알려진 사실이지만 물리학 또한 AI를 더 잘 이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할버슨 교수는 특히 신경망(neural networks)으로 대표되는 AI 유형과 현대 물리학의 근간을 이루는 근본적인 입자 상호작용 사이의 구조적 유사성을 규명하는 데 연구 역량을 집중했다.
이 연구는 추상적인 이론 탐구처럼 보이지만, 새로운 AI 시스템 개발과 우주의 근본 구성 요소를 이해하는 방식 모두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끌어냈다. 연구소의 가장 광범위하게 인용된 성과 중 하나는 할버슨 교수와 파비안 륄레(Fabian Ruehle) 물리학 및 수학 교수가 공동으로 참여한 논문이다. 이 논문은 콜모고로프-아르놀트 표현 정리(Kolmogorov-Arnold representation theorem)라는 수학적 원리에 기반한 신경망의 새로운 아키텍처를 제시한다.
콜모고로프-아르놀트 표현 정리는 복잡한 다변수 함수를 더 단순한 단변수 함수들의 합성으로 분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수학적 명제로, 이를 신경망 설계에 접목하면 모델이 복잡한 방정식을 단순화하는 능력을 구조적으로 갖출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아키텍처를 통해 머신러닝 모델이 정확한 결과를 산출하고, 사실적 오류를 줄이며, 추론 과정을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하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AI의 발전, 과학 발전의 견인차
이 연구가 학계에서 폭넓은 관심을 끈 배경에는 AI의 '블랙박스' 문제가 있다. 기존의 심층 신경망은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을 사람이 추적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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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적 원리에서 파생된 새로운 아키텍처는 이 문제를 구조적으로 접근함으로써, 단순히 정확도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AI 시스템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할버슨 교수는 "모든 새로운 기술이 그렇듯이 도전 과제가 존재하지만, 이 도전을 극복하는 과정 자체가 기술 발전에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노스이스턴 대학교 연구진이 제시한 접근법은 AI 기술의 발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AI가 더 많은 데이터와 복잡한 문제를 처리하면서 발생하는 오차를 물리학적 모델을 통해 체계적으로 줄일 수 있다면, 그 파급 효과는 입자물리학, 천체물리학, 재료과학 등 기초과학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다.
할버슨 교수팀이 규명한 신경망과 입자 상호작용 간의 유사성은 우주의 근본 구성 요소를 연구하는 방식 자체를 바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이 연구의 의미는 작지 않다.
AI 기반 시뮬레이션이 대형 물리학 실험 장비의 일부 역할을 대신하거나 데이터 처리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면, 연구 접근성이 높아지고 더 많은 연구자가 대규모 실험 없이도 심층적인 탐구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국립과학재단이 이 연구소에 지속적인 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그러한 잠재력에 대한 제도적 인정으로 볼 수 있다.
한국 과학 기술에 미칠 영향
한국의 과학기술계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AI와 물리학의 융합 연구는 반도체 소자 설계, 양자컴퓨팅, 첨단 소재 개발 등 한국이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분야와 맞닿아 있다.
다만 삼성전자나 특정 기업의 기여 가능성은 현재 시점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안이 아니므로, 구체적인 산업 연계 효과는 추후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검토해야 한다. 한국 정부의 AI·기초과학 투자 확대 기조가 이 분야의 국내 연구 역량 강화로 이어질지는 연구비 배분과 인재 육성 전략에 달려 있다. AI와 물리학의 융합 연구는 단순한 학제 간 교류를 넘어, 두 분야가 서로의 방법론과 이론을 실질적으로 재설계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노스이스턴 대학교 연구진의 성과는 이 방향이 실험실 안의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고 검증 가능한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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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Q
Q. 콜모고로프-아르놀트 표현 정리 기반 신경망(KAN)은 기존 신경망과 무엇이 다른가?
A. 기존의 다층 퍼셉트론(MLP) 방식 신경망은 각 노드에서 고정된 활성화 함수를 사용하고 학습 가능한 가중치를 엣지에 배치하는 구조를 취한다. 반면 KAN(Kolmogorov-Arnold Network)은 엣지 자체에 학습 가능한 함수를 배치하여 복잡한 다변수 관계를 더 단순한 구조로 분해할 수 있다. 이 구조적 차이 덕분에 KAN은 모델 크기를 줄이면서도 정확도를 유지하거나 높이는 데 유리하며, 추론 과정을 인간이 해석하기 쉬운 형태로 표현하는 데도 강점을 보인다. 노스이스턴 대학교 연구진은 이 특성을 활용해 머신러닝 모델의 사실적 오류를 줄이고 설명 가능성을 강화하는 데 성과를 거뒀다.
Q. 물리학 원리가 AI 설계에 기여하는 구체적인 사례는 무엇인가?
A. 할버슨 교수팀의 연구에서 핵심은 신경망의 수학적 구조와 입자물리학에서 다루는 근본적인 입자 상호작용 사이의 유사성을 규명한 것이다. 입자물리학에서는 복잡한 상호작용을 대칭성과 군론(group theory) 같은 추상적 수학 언어로 기술하는데, 이러한 기술 방식이 신경망의 표현 능력과 구조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발견이 새로운 아키텍처 설계의 단서가 됐다. 이는 물리학자가 AI 연구에 단순한 계산 도구로 기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물리학 고유의 이론 체계가 AI 설계 원리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Q. AI와 물리학 융합 연구가 실제 과학 현장에서 활용되기까지 어떤 과제가 남아 있는가?
A. 연구 성과가 실험실 수준의 검증에서 실제 과학 현장의 표준 도구로 자리 잡기까지는 여러 단계의 검증과 최적화가 필요하다. KAN 아키텍처는 특정 유형의 문제에서 강점을 보이지만, 범용 AI 시스템으로 확장될 때의 계산 비용과 안정성은 아직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영역이다. 또한 AI 출력 결과의 신뢰성을 과학적 기준으로 보증하기 위한 검증 프로토콜과 윤리 기준 마련도 병행되어야 한다. 할버슨 교수가 지적했듯이, 이러한 도전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두 분야 모두의 발전을 촉진하는 동력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