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문화유산 이야기》는 《강원도 문화유산 이야기》에 이어, 아빠와 딸이 함께 충청북도의 문화유산을 찾아가는 두 번째 책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마음이 답사 여행으로 이어졌고, 그 길 위에서 오간 질문과 대화가 이 책의 바탕이 되었다. 머리말에 적힌 그 시작이 책 전체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책은 청주와 보은, 충주와 음성, 진천과 증평, 괴산, 단양과 제천, 옥천과 영동까지 충청북도의 여러 지역을 두루 살핀다. 용두사지 철당간, 법주사, 충주 고구려비, 미륵대원지, 감곡성당, 농다리 같은 문화유산이 차례로 이어지고, 본문 중간중간에 ‘자세히 알아보기’를 두어 답사에 필요한 기본 지식도 함께 풀어준다. 설명은 어렵지 않고, 현장에서 바로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자연스럽다.
이 책은 문화유산을 딱딱한 정보로만 다루지 않는다. 오래된 탑과 불상, 절터와 성당을 따라가다 보면 그 안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삶과 지역의 시간도 함께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 책은 충청북도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답사서이면서, 한 아버지와 딸이 함께 걸으며 쌓아 온 시간의 기록으로도 읽힌다. 아이와 함께 답사를 떠나고 싶은 부모에게도, 우리 문화유산을 조금 더 편하게 만나고 싶은 독자에게도 잘 어울리는 책이다.
<작가소개>
작가 나곽주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통신회사와 방송사에서 33년을 일했다. 하나뿐인 딸과 대화할 시간과 공간을 만들기 위해 15년 동안 함께 전국의 문화유산을 찾아 여행을 다녔다. 그렇게 얻은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움과 그것에 얽힌 스토리를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자 글을 쓰고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강원도 문화유산 이야기 : 아빠와 딸, 역사의 시간을 걷다≫가 있다.
<이 책의 목차>
제1부. 청주, 보은
01. 배에는 돛대가 필요하지, 용두사지 철당간(龍頭寺址 鐵幢竿)
[자세히 알아보기] 당간과 당간지주
02. “살 집을 지어 다오”, 용화사 석조불상군(龍華寺 石造佛像群)
03. 희귀한 불비상을 보려면 이곳으로, 국립청주박물관
04. 불법이 머무는 곳, 법주사(法住寺)
[자세히 알아보기] 팔상도란?
제2부. 충주, 음성
01. “나라의 정중앙에 탑을 세워라”, 탑평리 칠층석탑(塔坪里 七層石塔)
02. 동호인들이 찾아낸 엄청난 국보, 충주 고구려비(忠州 高句麗碑)
03. 애첩을 위해 불사른 절, 청룡사지(靑龍寺址)
04. 신라의 마지막 왕자와 공주의 아픈 사연, 미륵대원지(彌勒大院址)
[자세히 알아보기] 석등의 구조와 유형
05. 죽고 나서 대접받은 왕? 경종 태실(景宗 胎室)
06. 오미마을의 세 수호신, 마송리 석장승(馬松里 石長丞)
07. 명성황후의 피신처가 성당으로, 감곡성당(甘谷聖堂)
제3부. 진천, 증평, 괴산
01. 천 년을 버텨 온 돌다리, 진천 농다리(鎭川 籠橋)
02. 마을은 내가 지켜 주마, 남하리 석조보살입상(南下里 石造菩薩立像)과 사지(寺址)
03. 근두운을 탄 부처, 광덕사 석조여래입상(光德寺 石造如來立像)
04. 고려 광종의 속셈, 원풍리 마애이불병좌상(院豊里 磨崖二佛並坐像)
05. 화장한 미남 부처, 각연사(覺淵寺)
[자세히 알아보기] 다양한 부처와 보살
06. 만동묘 계단이 가파른 까닭은? 화양서원(華陽書院)
제4부. 단양, 제천
01. 바보 온달이 하루 만에 쌓은 성, 온달산성(溫達山城)
02. 신라 탑을 모방한 고려 탑, 사자빈신사지 사사자구층석탑(獅子頻迅寺址 四獅子九層石塔)
03. 벽화 백화점, 신륵사(神勒寺)
04. 문화유산 집단 이주지, 청풍(淸風) 문화유산단지
[자세히 알아보기] 석가모니의 몸은 남달랐다
05. 벽돌탑을 흉내낸 돌탑, 장락동 칠층모전석탑(長樂洞 七層模塼石塔)
제5부. 옥천, 영동
01. 최고의 일출 명소, 용암사(龍岩寺)
02. 의병장을 기려 지은 아름다운 공부방, 이지당(二止堂)
03. 승탑 전시장? 영국사(寧國寺)
[자세히 알아보기] 사찰의 문
<이 책 본문 中에서>
“대한제국 시기인 1901년 어느 날, 고종의 후궁이자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의 생모인 엄비(嚴妃)가 꿈을 꾸었다. 꿈에 청주 무심천에서 7구의 석불이 나타나 살 집을 지어 달라고 청했다. 심상치 않은 꿈이라 여긴 엄비가 사람을 보내 조사해 보니 무심천 늪에 수초로 뒤덮인 석불 7구가 있었다. 이에 1902년 인근 상당산성 안에 있던 보국사라는 절을 석불이 발견된 무심천변으로 옮기고 이름을 바꿔 용화사(龍華寺)라고 했다. 그리고 7구의 석불을 용화사에 봉안했다.”
“신라의 의신조사(義信祖師)는 불법을 얻고자 지금의 인도인 천축으로 유학을 떠났다. 공부를 마친 스님은 여러 불경을 구해 흰 나귀에 싣고 귀국했다. 스님이 나귀를 끌고 절을 지을 만한 터를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중 속리산 자락 한 곳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나귀가 발걸음을 멈추고 움직이지 않았다. 이에 스님이 주변 산세를 보니 평범하지 않았다. 스님은 문득 깨달은 바가 있어 이곳에 절을 짓고 ‘부처님의 법이 머문다’는 뜻으로 법주사(法住寺)라 이름 지었으니 때는 신라 진흥왕 14년(553)이다.”
“옛날 어느 노승이 청계산 자락을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며 하늘에 용 두 마리가 나타나 여의주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러다 여의주를 놓쳐 땅에 떨어졌고 용 한 마리가 청계산으로 내려오더니 여의주와 함께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이를 이상히 여긴 노승이 용이 사라진 청계산으로 올라가 보고 산세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용이 날아 하늘로 올라가는 형세인 비룡승천형(飛龍昇天形)의 뛰어난 길지였던 것이다. 이에 노승은 용의 꼬리가 사라진 자리에 암자를 짓고 청룡사라 칭했다.”
“935년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은 나라의 운명이 다한 것을 직감하고 전쟁으로 인해 백성들이 희생되는 것을 막고자 고려에 투항한다. 이로써 천 년 역사의 신라는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이때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는 나라가 망한 슬픔에 통곡하며 부왕에게 하직 인사를 드린 후 누이동생 덕주공주(德周公主)와 함께 금강산으로 향했다. 마의태자(麻衣太子)라는 명칭은 나라가 망한 후 평생 베옷만 입었기 때문에 불려진 것이다. 두 사람이 경상북도 문경에서 충청북도 충주로 가는 길목인 하늘재를 넘자 천하의 길지가 보였다. 이에 마의태자는 이곳에 절을 짓고 북쪽을 향하도록 석불을 세웠다. 한편 덕주공주는 마의태자가 짓고 있는 절로부터 북쪽으로 10리 떨어진 월악산 기슭의 월악사라는 절에 당도하여 큰 바위에 남쪽을 향하도록 미륵불을 새겼다. 이때부터 절 이름이 월악사에서 공주의 이름을 딴 덕주사로 바뀌었으며, 오늘날에도 마의태자가 조성한 석불과 덕주공주가 새긴 마애불은 서로를 바라보며 오누이의 애틋한 정과 망국의 아픔을 나누고 있다.”
<추천사>
나곽주 작가의 《충청북도 문화유산 이야기》는 《강원도 문화유산 이야기》에서 이어진 두 번째 걸음이다. 앞선 책과 마찬가지로 이번 책에도 문화유산이 먼저 있고, 그 곁에 아빠와 딸의 대화가 놓여 있다. 머리말에서 작가는 바쁜 회사 생활 속에서 딸과 대화를 나눌 시간이 늘 부족했다고 적는다. 그 아쉬움 속에서 시작한 주말 답사 여행이 오래 이어졌고, 현장에서 주고받은 말들이 쌓여 이 책이 되었다. 그러니 이 책은 충청북도의 문화유산을 따라가는 답사기이면서, 한 아버지가 딸과 관계를 만들어 간 시간의 기록이기도 하다.
이 책은 설명을 앞세우기보다 현장의 흐름을 따라간다. 청주의 용두사지 철당간 앞에서는 당간이 무엇인지 묻는 딸의 말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국립청주박물관의 불비상 앞에서는 낯선 이름과 형식이 자연스럽게 풀린다. 법주사에 이르면 절의 내력과 전각의 구조, 사천왕상과 팔상전의 의미가 하나씩 이어지고, 충주 고구려비 앞에서는 오래된 비석이 품고 있는 삼국의 긴장이 오늘의 독자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이런 방식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문화유산을 가까운 자리로 옮겨 놓는다. 질문은 가볍지만 답은 가볍지 않고, 설명은 충실하지만 글의 호흡은 무겁지 않다. 덕분에 학생도, 부모도, 일반 독자도 편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책에 실린 문화유산의 폭도 넓다. 법주사와 용화사처럼 불교문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곳이 있는가 하면, 감곡성당처럼 근대의 시간을 품은 장소도 있고, 농다리처럼 생활의 지혜가 오래 남은 유산도 있다. 미륵대원지와 덕주사의 설화에서는 망국의 슬픔과 오누이의 정이 겹쳐 보이고, 청룡사지와 원풍리 마애이불병좌상에서는 절터와 마애불에 스민 시대의 공기가 읽힌다. 청풍문화유산단지에 이르면 한 자리에 머물던 유산들이 다른 장소로 옮겨와 다시 시간을 이어가는 장면도 만나게 된다. 한 지역의 문화유산을 묶어 소개하는 책이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의 층위는 단순하지 않다. 오래된 불상과 탑, 절터와 비석, 성당과 서원이 충청북도라는 공간 안에서 서로 다른 시대를 품고 나란히 놓인다. 독자는 그 길을 따라가며 한 지역의 문화가 어떻게 쌓여 왔는지를 자연스럽게 살피게 된다.
이 책이 더 편하게 읽히는 이유는 문화유산을 박물관 유리장 안의 대상으로만 두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는 유산 하나를 설명할 때에도 늘 그것이 사람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함께 보여준다. 용두사지 철당간을 두고 청주 시민들이 벌인 보전 운동을 이야기하고, 감곡성당에서는 명성황후의 피신처였던 자리가 성당으로 바뀌게 된 사연을 짚어준다. 농다리에서는 다리의 구조만이 아니라 그 다리를 둘러싼 전설과 생활의 기억을 함께 들려주고, 마송리 석장승에서는 마을 사람들의 장승제까지 놓치지 않는다. 유산은 돌과 흙과 나무로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곁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마음과 말 속에서도 이어져 왔다는 사실이 이 책 곳곳에 스며 있다. 그래서 독자는 문화유산을 공부한다는 느낌보다, 한 지역을 오래 지켜 온 시간의 표정을 들여다본다는 느낌으로 읽게 된다.
이 책에는 오래 답사를 다닌 사람이 가진 익숙함이 있지만, 그것이 독자를 앞질러 가는 법이 없다. 아는 것을 많이 보여주려 하기보다, 딸의 눈높이에 맞추어 풀어온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다. 그래서 중간중간에 있는 ‘자세히 알아보기’도 그런 태도 위에 놓여 있다. 당간과 당간지주, 석등의 구조와 유형, 팔상도, 다양한 부처와 보살처럼 현장에서 한 번 더 짚어 보면 좋은 내용을 따로 모아 두었는데, 본문에서 생긴 궁금증을 조금 더 또렷하게 정리해 준다. 본문은 걸어가듯 읽히고, ‘자세히 알아보기’는 잠시 멈추어 다시 살펴보게 한다. 이 리듬이 책을 단단하게 받쳐 준다. 답사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고, 집에서 미리 읽고 가기에도 알맞다.
작가는 지난 15년 넘는 세월 동안 딸과 주말마다 답사 여행을 다니며 문화유산에 대해 주고받은 대화들, 자연휴양림의 밤하늘 아래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자신의 소중한 국보와 보물이라고 적는다. 그 문장은 이 책 전체를 이해하게 한다. 문화유산은 이 책에서 먼 과거의 유물이기 전에, 지금 함께 걷고 바라보고 묻는 시간을 가능하게 해준 매개체이기도 하다. 아이와 함께 길을 나서고 싶은 부모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되고, 우리 문화유산을 낯설지 않게 만나고 싶은 독자에게는 편안한 입문서가 되며, 전작에 이어 작가의 발걸음을 따라가고 싶은 독자에게는 반가운 연속편이 된다. 충청북도의 문화유산을 한 권에 모아 보여주면서도, 그 유산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과 시간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책은 오래 곁에 두고 다시 펼쳐볼 만하다.
(나곽주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244쪽 / 신국판형(152*225mm) / 값 16,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