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우선 성공 가능성이 높은 건식개질 시장을 선택해야

- 감축효과와 경제성을 고려한 CCU 기술에 촛점

- 이산화탄소-합성가스 전환 기술, 새로운 건식개질 촉매 개발로 상업화 가능

- CCU 기술 상용화는 산업 현장과 시장에서 완성될 수 있어

[특별기고] 탄소를 활용하는 CCU 기술이 대규모 범용 석유화학을 대체할 만큼 상용화된 사례는 아직 제한적이지만,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한 무기탄산염, 합성가스, 메탄올, e-SAF 제조 기술 등은 이미 실증·초기 사업화 단계에 들어섰다.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이 화두인 요즘, 현 시점에서 화학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한국화학연구원의 장태선 박사에게 현재의 CCU 기술에 대한 진단을 요청하여 지난번에 이어 세 번째로 그의 견해를 들어본다.

<한국화학연구원 장태선 박사, 그는 현재 한국에너지기후변화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CCU 중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시장부터 선점해야

 

CCU, 즉 탄소 포집·활용 기술을 바라볼 때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점은 기술이 없어서 상용화가 안 된 것시장이 아직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아 상용화가 더딘 것을 구분하는 일이다. CCU 기술은 오랫동안 연구되어 왔지만, 탄소를 돈이 되는 원료로 바꾸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특히 온실가스 중 골칫덩이인 이산화탄소는 이미 매우 안정한 물질이기 때문에 다시 연료나 화학제품으로 바꾸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결국 CCU 기술의 성패는 촉매나 반응기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기술과 제품에 적용할 현장 상황이 우선 중요하며, 일반적으로는 값싼 무탄소 전력, 저렴하고 안정적인 수소, 이산화탄소 공급망, 제품을 사 줄 시장, 탄소 감축을 인정해 주는 제도 등이 함께 갖춰질 때 결정된다.


CCU 전체를 하나의 기술로 판단해서 된다,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사업화 가능성은 제품군별로 크게 다르다. 예를 들면 단기적으로 가장 유망한 분야는 콘크리트·시멘트·건설소재형 CCU 기술이다. 이 분야는 이산화탄소가 제품 안에 비교적 오래 고정되고, 추가 에너지 소모가 작으며, 기존 레미콘·건설 공급망과 결합하기 쉽다. 두 번째는 정유·석유화학·제철 등 기존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고농도 이산화탄소 등을 활용해 합성가스, 메탄올, 폴리카보네이트, 폴리우레탄 등을 생산하는 산업 연계형 CCU 기술이다. 세 번째는 항공·해운처럼 전기화가 어려운 부문을 겨냥한 e-fuel, 특히 e-SAF 등이다. 이 분야는 에너지 요구량이 크지만, 항공유 시장의 탈탄소 수요와 규제가 강해질수록 프리미엄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사업화의 가장 큰 첫 번째 걸림돌은 경제성이다. 특히 이산화탄소는 공짜 원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포집, 정제, 압축, 수송 비용이 들며 여기에 전환 공정에서 필요한 수소와 전력 비용이 더해진다. 이산화탄소를 연료나 기초화학 제품으로 바꾸는 기술은 대부분 값싼 청정수소와 저탄소 전기가 없으면 기존 화석원료 제품보다 비싸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 걸림돌은 탄소감축 인정 기준이다. CCU 제품이 정말 탄소를 줄였는지 판단하려면 전 과정 평가가 필요하다. 이산화탄소를 사용했더라도 생산 과정에서 더 많은 전기를 쓰거나, 제품이 곧바로 연소되어 다시 배출된다면 감축 효과는 제한적이다.


세 번째는 시장이다. 기업이 CCU 제품을 만들 수 있어도 공공조달, 녹색제품 인증, 탄소크레딧, 연료 혼합의무, 장기 구매 계약이 없으면 투자 회수가 어렵다. 네 번째는 인프라와 환경이다. CCU 기술은 단일 설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배출원, 포집설비, 전환·분리공정, 제품 수요처가 가까이 모여야 물류비가 줄고 사업성이 생긴다. 결국 CCU 기술은 개별 기술개발 사업이 아니라 산업단지 단위의 공급망 사업으로도 봐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사업화를 추진하려면 모든 CCU 기술을 동시에 밀기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시장부터 선점해야 한다. 첫째, 단기적으로는 산업부산물 활용 광물화처럼 에너지 투입이 작고 탄소저장성이 분명한 분야를 우선 실증해야 한다. 또한 석유화학단지와 제철소를 중심으로 합성가스, 메탄올, 고분자 원료 등 기존 공정과 연결 가능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둘째, 중장기적으로는 무탄소 전력과 청정수소 가격이 낮아질 때를 대비해 e-SAFe-메탄올 같은 연료형 제품을 준비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논문 성과가 아니라 CCU 분야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인 기술 보안과 함께 국내외 시장을 고려한 톤당 제조원가, 톤당 감축비용, 제품 판매처, 인증 가능성, 장기 구매계약 등의 출구전략에 대한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탄소를 원료로 하는 환원가스  건식개질 기술이 성공 가능성 가장 높아


CCU 기술 확보가 가져올 새로운 가치는 단순히 탄소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첫째, 탄소를 비용이 아니라 원료로 보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둘째, 철강·시멘트·석유화학 같은 감축이 어려운 산업의 탄소중립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 셋째, 수소, 재생전력, 촉매·반응, 분리·정제, 공정제어가 결합된 고부가가치 공정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넷째, 국제 탄소규제와 저탄소 제품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CCU는 만능 해결책도 아니고 실패한 기술도 아니며, 현장 상황에 맞추어야 하는 탄소중립에 필요한 핵심 기술이다. CCU 기술은 어떤 탄소를, 어떤 에너지로, 어떤 제품으로, 어떤 시장에 팔 것인가가 명확할 때 비로소 사업이 된다. 앞으로의 정책과 연구개발은 기술 그 자체보다 실증 여부, 수요기업, 인증제도, 금융, 장기 구매 계약을 함께 설계하는 등 출구전략을 세워야 한다. 결국 CCU 기술 상용화에 따른 감축은 산업 현장과 시장에서 완성된다.


참고로 국내외에서의 대표적인 상용화 추진 사례는 다음과 같다. 부흥산업사는 건식개질 기술로 플랫폼화합물인 합성가스 생산을, CarbonCure는 광물탄산화 기술로 콘크리트 양생을, CRI(Carbon Recycling Institute)는 지열을 활용한 직접수소화 기술로 메탄올 생산을, ArcelorMittal·LanzaTech는 제철 배가스 활용 발효 기술로 에탄올 생산을, Twelve는 무탄소 전력과 이산화탄소 활용 e-SAF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작성 2026.06.11 23:29 수정 2026.06.11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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