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25일부터 7월 4일까지 충무로 와이아트 갤러리에서 ‘도시의 고독’’을 기록하는 사진작가 윤원기 개인전 '텅 빈 밀도'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복잡한 도시의 표면에 가려진 공허함과 심리적 고립감을 사진 매체로 기록하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지는 보편적인 감정에 의미있는 질문을 던진다.

도시의 이면과 상실을 기록한 윤원기 사진전
이번 전시는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도시의 일상적 풍경 속에 자리한 부재의 감각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작가 윤원기는 거대한 도시를 하나의 섬으로 인식하고, 그 안에서 고립된 사람들의 심리를 렌즈에 담아왔다.
전작인 '섬이 된 거리'가 도시라는 바다에 떠 있는 현대인의 고독감에 주목하고 그들에게 위로를 건네고자 기획되었다면, 신작 '텅 빈 밀도'는 무언가로 가득 채워진 거대한 공간에서 역설적으로 체감되는 인간의 공허한 상태에 초점을 맞춘다.
도시를 구성하는 사물의 자취, 짙어지는 그림자의 농도, 낡은 벽면의 질감 등 빛을 잃어가는 피사체들은 단순한 소멸의 대상을 넘어선다. 윤작가는 주인을 알 수 없는 골목의 정물과 같은 사물들을 통해 현대인이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외로움, 불안, 그리고 심리적 압박을 시각화한다.
작가는 '가득 차 있음에도 왜 공허한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제기하며, 가장자리에 남은 낡은 공간들을 통해 애써 외면해 온 불안의 실체를 화면 위로 끌어올린다. 이는 단순한 풍경의 나열이 아니라, 동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적 상실에 대한 사실적인 시각 보고서다.

타인의 이미지 생산자에서 자신만의 시선으로
작가의 렌즈가 이토록 도시의 조용한 단면을 정확하게 향하게 된 배경에는 그의 직업적 이력이 존재한다.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윤원기는 졸업 후 오랜 시간 시각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대중적인 이미지를 생산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하지만 타인을 위한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생산하는 과정에서 점차 권태를 느꼈고, 온전히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는 동기가 그를 사진의 세계로 이끌었다. 매체를 전환한 이후, 그는 무심히 지나치던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골목길 풍경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작가는 "그것들을 사진으로 담으면서 새로운 아름다움도 찾게 되고, 마음의 위안을 받기도 한다"며 사진을 통해 얻게 된 변화를 설명한다.
타인의 목적에 부합하는 정교한 이미지를 설계하던 디자이너의 눈은 이제 목적지 없이 부유하는 자신의 내면을 향하는 관찰자의 렌즈로 바뀌었다. 끝내 다 담아내지 못한 미완의 감정들을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객관적으로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
채워질수록 멀어지는 도시의 고립된 기록
윤원기 작가의 작업 방식은 현상의 본질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이를 담담하게 재현하는 데 기반을 둔다. 그는 촘촘한 도시에서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심리적 고립감은 깊어지는 모순적 상황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2022년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열린 '외면', 2024년 가고시포 갤러리의 '엄마 생각', 그리고 최근 룩인사이드 갤러리와 사진서가에서 연이어 선보인 '섬이 된 거리'까지 그의 시선은 일관되게 소외와 고독이라는 주제를 관통한다.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통해 사라질 것들을 간직하는 그의 사진은 삶이 스쳐 지나갔음을 증명하는 독백과 같다.
"도시는 무언가로 가득 차 있다. 숨 막히는 밀도와 아득한 공백이 교차하는 자리에는 오직 사물의 자취와 그림자의 농도만이 짙어진다"는 작가 노트의 구절처럼, 그는 익명성 속에 숨겨진 개인의 고독을 묵묵히 기록한다.
"덧없는 것을 붙잡아 사라질 것들을 사진 속에 간직하는 일은, 우리의 삶이 스쳐 지나갔음을 말해주는 기록"이라고 그는 정의한다.

화면을 채운 입자가 건네는 무언의 위로
이번 전시의 핵심 관람 포인트는 작품에 투영된 피사체와 관람객 자신의 내면을 교차해 보는 경험이다.
작가는 전시를 찾는 이들에게 "제 작품은 도시 속의 일상에서 무심하게 지나치는 풍경입니다. 그런 이미지들 속에서 혹시 내면의 자신의 모습이 반영되거나 이유 모를 동질감이 느껴지는 이미지들이 있는지 봐주시면 감사합니다"라고 당부한다.
서울 중구 퇴계로에 위치한 와이아트 갤러리에서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토요일은 오후 12시부터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화려하고 빠른 현대 사회의 속도전 속에서 원인 모를 공허함을 느끼고 있다면, 작가가 포착한 고요한 공백의 기록들이 하나의 응답이 될 수 있다.
"가득 찬 삶에서 왜 공허함을 느끼는 분이 계신다면, 제 사진들을 보면서 마음속에 위로의 잔상이 남았으면" 한다는 작가의 바람처럼, 사라져가는 존재들이 남긴 흔적을 바라보는 일은 복잡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자신을 돌아볼 객관적인 시간을 제공한다.
사물과 군중으로 가득 찬 도시의 이면에서 현대인이 겪는 고립감을 담담히 포착해, 우리가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자문하게 만드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 상세 안내]
전시명: 텅 빈 밀도 (Empty Density)
작가명: 윤원기
전시 분야: 사진
전시 기간: 2026년 6월 25일(목) ~ 7월 4일(토)
관람 시간: 평일 11:00~19:00 / 토요일 12:00~18:00 (매주 일요일 휴관)
전시 장소: 와이아트 갤러리 (서울시 중구 퇴계로27길 28 지하1층 3호), 관람료 뮤료
[아티스트 소개: 윤원기]
‘도시의 고독’’을 기록하는 사진작가 윤원기는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오랜 시간 시각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타인을 위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후 온전히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들고자 사진으로 매체를 전환,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골목길의 낡은 사물과 풍경 속에서 울림을 주는 순간들을 이미지로 채집하고 있다.
2022년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열린 개인전 <외면>을 시작으로, 2024년 가고시포 갤러리 <엄마 생각>, 2026년 룩인사이드 갤러리와 사진서가의 <섬이 된 거리>, 그리고 와이아트 갤러리의 <텅 빈 밀도> 등 꾸준히 개인전을 개최하며 관람객과 만나고 있다.
작가는 렌즈를 통해 도시의 익명성 속에 감춰진 개인의 고독을 조명하며, 비어 있음으로써 선명해지는 위로의 잔상을 통해 현대인이 공유하는 보편적인 감정을 조용히 환기시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