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이진희] 북한배경학생 교육에 대한 성찰

▲이진희/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니스트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2000년대 초, 북한의 압록강을 건너고, 광할한 중국대륙을 횡단하고, 때로는 무시무시한 동남아 정글을 헤치고 힘겹게 대한민국에 도착한 아이들이 있었다. 이들 대부분이 북한 출생이라 탈북청소년이라 불렀다. 당시 정부에서는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 학력 공백을 채우고, 남한 사회의 문화와 규범을 익힘으로써 우리 사회에 빠른 적응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결핍이 많은 존재로 규정했고 동화를 전제로 한 교육은 아이들에게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왔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변화의 시점에 서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아이들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태어난 곳이 다르고 살아온 경험이 다른 이들을 탈북이라는 하나의 틀로 묶을 수 없어졌다. 기존의 북한 출생과 더불어 제3(중국) 출생, 남한 출생 등 전혀 다른 생활 경험을 가진 아이들이 대한민국에서 함께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들 중 70% 이상은 탈북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북한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북한식 교육을 받지도 않은 아이들이다. 탈북한 북한인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를 둔, 중국에서 태어난 아이들로 브로커를 통해 한국으로 입국한 경우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 정부에서도 탈북청소년이 아니라 이들을 북한배경학생이라고 부른다.

 

지금 북한배경학생들은 대한민국 학교의 교실에 앉아 있지만, 낯선 이방인과 같이 생활한다. 그래서 일반학생보다 중도 탈락율이 3배 이상이고 많은 학생들이 학업을 따라가기가 버겁다고 말한다. 더군다나 최근 이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국어 구사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과거 탈북청소년은 억양이 다르고 한국어 표현이 서툴러도 의사소통은 가능했었지만 이들은 다르다. 특히 제3국에서의 체류기간이 길수록 한국어 구사능력은 형편없이 부족하다. 북한배경학생들만을 위한 특성화학교, 대안학교, 미인가학교 등도 있다. 하지만 일부학교에서는 한국어를 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입학을 불허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학교에서조차 이들을 받아주지 않는 아이러니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우리의 제도가 이들의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적신호이기에 정부의 대책이 절실하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하는 것은 이들이 동화의 대상이 아니라 통합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살아온 배경을 숨기고, 다름과 차이를 지우는 방식이 아니라 각자의 배경과 경험을 가진 채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통합의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복잡한 이주 경험이나, 두 언어와 문화 사이에서 살아온 경험을 약점이 아니라 강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이제는 별도 시설에서 행하는 그들만의 교육보다, 일반 학교 안에서 지원을 강화하고 남북의 학생들이 같이 서로를 배우는 방식으로 방향이 전환되어야 하지 않을까? 2009년 교육부가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를 만들고 일반 학교에도 맞춤형 지원을 시작한 것이나 통일부가 남북하나재단을 통해 심리·교육 지원을 확대해 온 것은 이 흐름의 제도적 표현이다.

 

둘째, 그동안 기초교육과 체험학습 위주의 교육활동의 기본 내용이었다면, 이제 한국어 구사능력의 향상에 최우선을 두어야 할 것이다. 언어 소통의 미흡은 단지 학업능력 저하 뿐만아니라 정서 장애 및 인간관계에서의 갈등까지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학교현장 교사의 역량강화와 인식의 변화가 핵심이다. 교육대상은 변화하고 제도는 앞서가도 학교현장의 인식이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의 방식대로 수업하고 여가활동 위주의 체험학습 교육은 맞지 않다. 학생들의 관점에서 남한 사회를 이해할 수 있고, 한국어 교육 의지를 강화할 수 있으며, 삶의 동기를 부여받고, 진로 진학 취업의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는 체험학습으로 변해야한다. 다시 말해 과거의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 어떻게 하면 이들이 대한민국에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를 진지하게 다시금 물어야 할 것이다.

 

북한배경 학생들은 경계를 넘어온 아이들이다. 이제 이들을 위해 우리교육이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 기존의 돌봄과 보호라는 울타리를 넘어, 별도 공간이 아닌 공존하는 교실에서. 강요된 동화가 아닌, 저마다의 소질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체성의 존중을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이것이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북한배경학생들을 위한 교육적 과제가 아닐까?


▲지역별 북한배경학생 현황(필자 이진희 제공) ⓒ한국공공정책신문



이진희   

서울대학교 대학원 졸업(교육학박사)

() 진해세화여자고등학교 교장

() 서울대학교 강사

() EBS 수능윤리 강사



 

작성 2026.06.06 16:58 수정 2026.06.06 16:59

RSS피드 기사제공처 : 한국공공정책신문 / 등록기자: 김유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