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2030년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마감 시한이다. 그러나 이제 국제사회가 맞닥뜨린 현실은 “2030년까지 SDGs를 달성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넘어선다. 기후위기, 전쟁과 지정학적 분열, 공급망 불안, 불평등의 심화는 SDGs를 단순한 개발의제가 아니라 세계질서의 회복력(resilience) 문제로 바꾸어 놓았다. 그렇다면 2030년 이후의 SDGs는 어떤 방향으로 재설계되어야 할 것인가.
최근 Science에 게재된 Cameron Allen 외 「A theory of change approach to enhance the post-2030 sustainable development agenda」 논문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해 중요한 문제 제기를 던진다. 그 요지는 명확하다. “목표를 더 세우는 것만으로는 변화를 만들 수 없다. 정책과 행동을 실제 성과로 연결하는 ‘변화이론(Theory of Change)’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SDGs는 무엇을 남겼는가
SDGs는 전 세계가 공유하는 언어를 만들었다. 국가와 지방정부, 기업과 시민사회가 동일한 목표체계 아래에서 성과를 논의하게 된 것은 분명한 성과다. 하지만 SDGs의 지난 10년은 동시에 한계도 드러냈다. 목표가 많고 포괄적일수록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의 실행설계는 오히려 흐려졌다. 목표는 높았으나 재정·제도·정치의 장벽을 넘어 실제 행동을 촉발하는 메커니즘은 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Allen 외 연구가 지적하는 핵심도 바로 여기에 있다. SDGs는 암묵적으로 “목표 설정 → 국가 행동 유도 → 성과 달성”이라는 선형논리에 기대했지만 그 사이를 메우는 명시적 변화이론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2030 이후의 SDGs: ‘영향력’과 ‘정치적 실현가능성’
2030 이후의 의제에 대해 여러 제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목표기간을 연장하자(예: 2045년 또는 2050년)는 주장부터, 새로운 목표를 추가하자는 제안(예: AI, 국제적 파급효과 등), 글로벌 거버넌스와 책임성을 강화하자는 구상(예: UN 지속가능발전위원회)까지 실로 다양하다.
그러나 Allen 외 연구는 ‘더 많은 목표’ 같은 ‘현상유지의 확장’(more of the same)이 오히려 같은 실행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2030 이후 의제설계의 출발점은 “무엇을 더 넣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실행되고, 어떤 경로로 성과가 나며, 어떤 장애물을 어떻게 넘을 것인가”를 설명하는 변화이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의 핵심적 기여는 2030 이후 제안들을 평가할 공통기준을 제시한 데 있다. 바로 영향력(impact)과 정치적 실현가능성(political feasibility)이다. 첫째, 영향력은 단순한 선의가 아니라 “실제로 실행을 가속할 수 있는가”를 따져 묻는다. 둘째, 실현가능성은 오늘의 정치환경을 직시하라는 요구이다. 이들은 현재의 국제정치가 국가간·국내적 양극화, 권위주의의 확산, 불평등의 심화, 환경위기의 악화, 허위정보의 확산, 지정학적 갈등의 심화로 특징지어지며, 이런 조건이 어떤 제안은 성과가 크더라도 실행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2030 이후 SDGs가 ‘가치선언’에 머물 수 없고, 정치·재정·제도라는 현실의 마찰을 견디는 설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재원의 방향’과 ESG 부상
SDGs의 가장 취약한 고리는 재원이다. 개발은행·다자기금의 강화 같은 제안이 논의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금융흐름을 ‘비지속가능’에서 ‘지속가능’으로 전환시키는 구조변화가 핵심이라는 점이다. 즉, 2030 이후 SDGs는 단순한 국제개발의 목표가 아니라 공공재정과 민간투자, 규제와 인센티브를 통해 자본배분 구조를 바꾸는 의제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목표를 세웠는가”가 아니라 “돈과 규칙이 그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가”가 성패를 가른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함의는 실행주체의 재편이다. 연구는 2030 이후 의제가 성공하려면 도시와 비즈니스의 역할을 높이고, 국가차원의 위원회·미션·고도화 계획 등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SDGs가 “정부의 목표”를 넘어 다층적 거버넌스와 시장 메커니즘이 동시에 작동하는 체계로 설계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Allen 외 연구는 2030 이후 의제협상이 2027년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언급한다. 지금부터의 준비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각국이 어떤 변화이론을 갖고 협상 테이블에 앉는가의 문제이다. 목표를 늘리는 접근, 기구를 새로 만드는 접근, 재원을 확대하는 접근 등 모두가 가능하다. 그러나 어떤 길이든 “왜 그것이 실행을 가속하고, 어떤 장애를 어떻게 넘는가”를 설명하지 못하면 정책은 반복되는 좌초를 피하기 어렵다.
우리의 과제: “국가운영의 설계원리, ESG”
한국은 SDGs를 비교적 성실히 채택해 왔지만 2030 이후 국면에서 더 중요한 것은 한국형 실행 메커니즘을 제시하는 것이다. 기후위기와 안보리스크, 산업전환, 인구구조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현실에서 SDGs는 부처별 과제가 아니라 국가운영의 설계원리로 통합 운영되어야 한다.
여기서 변화이론 접근은 한국에 매우 유용할 수 있다. 정책을 “좋은 목표”로 평가하는 대신에 ① 어떤 경로로 성과를 만들지, ② 어떤 이해관계 저항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 ③ 재정·규제·데이터·거버넌스를 어떻게 결합할지를 설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다시말해서 2030 이후 SDGs는 추상적인 개념의 ‘목표달성 운동’이 아니라 국가시스템에서 보다 현실적인 개념인 ESG를 어떻게 구현해 나갈 것인가와 연관된다. 왜냐하면 ESG는 SDGs를 실현하기 위한 조직별 변화이론을 담고 있기때문이다.
2030년은 끝이 아니다. 다만 질문이 바뀌는 시점이 된다. 우리는 여전히 어떤 목표를 추가할 것인가를 묻고 있지만 세계는 이미 어떻게 작동시킬 것인가를 묻고 있다. 기후위기와 전쟁, 분열의 시대에 지속가능발전은 더 이상 이상에만 머물 수 없으며, 선언이 아니라 설계와 혁신의 문제로 나아가야 한다.
2030 이후 SDGs가 다시 의미를 가지려면 목표의 나열이 아니라 변화의 논리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 그것은 ESG와 연동된다. 이유는 지속가능발전 의제가 실패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약속이 아니라 실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사득환 / 행정학박사
경동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한국공공ESG학회 회장
한국환경한림원 정회원
대통령 자문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