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조사관이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순간, 연예인의 수입 구조는 낱낱이 해부된다. 계좌, 계약서, 법인등기부, 가족 임원의 출퇴근 기록까지. 그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공통점이 있다. 화려한 이름의 기획사가 사실은 서류 한 장짜리 법인이었다는 것.
최근 세무조사에서 거액을 추징당한 연예인 대부분은 '1인 기획사' 또는 '가족법인'과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연이 아니다. 구조적으로 설계된 절세 전략이 국세청의 정밀 검증 앞에서 무너진 결과다.

'8대2'의 유혹, 그리고 법인이라는 선택지
연예인의 수익 구조는 복잡하다. 출연료, 광고료, 전속계약금, 화보, SNS·유튜브 플랫폼 수익까지. 이 수입을 소속사와 일정 비율로 나누는데, 인지도가 낮을 때는 3대7, 이름값이 붙으면 8대2까지 올라간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개인 사업소득에 부과되는 최고 세율은 45%, 반면 법인세 최고 세율은 24%다. 세율만 놓고 보면 법인 설립이 압도적으로 유리해 보인다.
그래서 연예인들은 법인을 만든다. 가족을 임원으로 앉히고, 수입을 법인 매출로 잡고, 개인 소득세 대신 낮은 법인세로 신고한다.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이지만, 국세청 조사국의 시선은 전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국세청이 먼저 보는 것: “왜 이 법인이 존재하는가”
세무법인 리원 박진하 회장은 국세청 재직 당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1·2·3·4국을 모두 거친 이른바 '조사국 그랜드슬램'의 주인공이다. 서울청 조사2국 조사1과장 시절에는 유명 연예인과 엔터테인먼트사, 대형 입시학원, 병·의원 세무조사를 직접 담당했다.
그가 말하는 국세청의 조사 시각은 명확하다. "우선 소득이 연예인 개인에게 귀속되는지, 1인 기획사에 귀속되는지를 따진다. 두 번째로 1인 기획사의 실체, 즉 사무실이 있는지, 근무 인원이 있는지, 실제 연예인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지를 정밀하게 검증한다."
같은 현장을 누빈 또 한 명의 전문가가 있다. 세무법인 리원 김은숙 부회장은 1995년 국세청 최초 여성 '조세범 전문조사요원'으로 선발되어 서울청 조사2국, 조사4국, 강남세무서 조사과장까지 35년간 세무조사 현장을 지켰다.
그는 "1인 기획사가 연예 용역 수입을 수취할 이유가 하나도 없거나, 법인 설립 전후로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국세청은 이를 개인 소득의 법인 이전으로 판단해 개인에게 과세한다"고 설명한다.
결론은 하나다. 핵심은 절세가 아니라 실질이다.

세무조사 현장에서 목격한 두 개의 결말
김은숙 부회장이 강남세무서에서 직접 조사한 사례는 이 차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한 연예인은 아버지를 대표이사로 한 1인 기획사를 운영했다. 조사팀이 주목한 건 아버지가 운영하는 기획사가 원 소속사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업무를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소득 형태도 통상적인 근로소득 대신 사업소득으로 수령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도 갖춰져 있었다. 결과는 추징 없이 마무리됐다.
반면 최근 반복적으로 적발되는 유형은 다르다. 실질적으로 연예인 본인이 용역을 제공했음에도, 아무런 역할 없이 설립된 1인 기획사에 수입을 귀속시켜 법인 매출로 신고한 사례들이 세무조사에서 반복 적발되고 있다.
또한 다른 한 연예인의 조사 결과도 인상적이었다. 수입금액이 많아 당연히 1인 기획사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모든 수입을 사업소득으로 정직하게 신고하고 있었다. 오히려 필요경비를 적게 잡아 세금을 더 내고 있었다. "부친께서 세금은 더 내는 게 좋다고 하셨다"는 답변은 조사팀에 오래 기억됐다.
제대로 된 1인 기획사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1인 기획사는 무조건 위험한 구조일까. 두 전문가의 답은 같다. ‘아니다. 단, 조건이 있다.’
"대형 기획사는 많은 연예인을 동시에 관리하기 때문에 개인 맞춤 매니지먼트가 어렵다. 1인 기획사가 그 역할을 실질적으로 한다면 오히려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김 부회장은 말한다.
박진하 회장은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한다. 먼저 대중문화예술기획업으로 정식 등록해야 하고, 실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무실과 인력, 정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원 소속사와 구분되는 별도의 매니지먼트, 마케팅, 계약, 정산 업무를 실제로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아직 1인 기획사 관련 과세 분쟁이 소송까지 간 사례는 없고 대부분 심판 단계에 머물러 있다. 명확한 판례 기준이 없는 만큼, 원칙을 더욱 철저히 지키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게 현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연예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문제는 연예계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고소득 전문직인 의사의 경우, 최근에는 매출 누락보다 필요경비 과다 계상이 주된 적발 유형이 됐다. 근무하지 않는 가족에게 인건비를 지급하거나, 법인카드로 자녀 교육비나 생활비를 결제하는 방식이 반복적으로 문제가 된다.
고액 자산가의 경우에는 자산 형성 과정의 입증 여부가 핵심이다. 소득에 비해 과도하게 고가 부동산이나 주식을 취득했다면 국세청은 자금출처 조사와 편법 증여, 명의신탁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조사하던 사람이, 이제는 막아주는 사람이 됐다
세무대리인이 되고 나서 달라진 점을 묻자 김 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국세청에서 근무할 때는 동일 업종이면 이런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봤다. 그런데 납세자들을 만나보니, 같은 업종이라도 수입금액의 구성이 다르고, 수익 분배도 비용도 다 다르더라.”

세무법인 리원은 박진하 회장과 김은숙 부회장, 김현성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박 회장의 '조사국 그랜드슬램' 이력과 김 부회장의 35년 조사 현장 경력은 국세청이 실제로 무엇을 보는지를 누구보다 잘 안다는 의미다.
조사를 수행하던 사람이 이제는 납세자 편에 선다. 세무법인 리원이 강조하는 건 절세 공식이 아니라, 국세청의 시선을 먼저 읽는 눈이다.
"법인만 세우면 세금이 줄어든다"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실질이다.
세무법인 리원 (1566-67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