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반에는 아직 한국어가 서툰 친구들이 몇 명 있습니다. 중국 국적의 연강(가명)이는 어릴 때 한국에 들어와 중국어는 전혀 못하고 한국어만 할 줄 압니다. 부모님이 모두 중국인이신데 집에서도 가족 모두가 한국어만 쓴다고 해 신기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연강이의 한국어 듣기와 말하기 실력은 여느 한국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ㄹ'을 중국식으로 발음하는 특징이 있고 글로 된 지문을 읽고 이해하는 데는 아직 다른 친구들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립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알리(가명)는 2학년 때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알리는 한국어를 한마디도 모른 채 들어왔지만 혼자 유튜브로 공부도 하고 성격이 외향적이라 한국어 실력이 빠르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도 말하기는 곧잘 하는데 한글을 읽고 쓰는 것을 무척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수행평가를 볼 때도 제가 따로 단어의 뜻을 설명해 주고 번역기의 도움을 받으며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게 도와줍니다. 자기는 국어 시간이 가장 싫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지만 알고 보면 러시아어, 키르기스스탄어, 영어, 우즈베키스탄어, 한국어, 약간의 중국어까지 하는 다국어 능력자입니다.
마지막으로 파키스탄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라판(가명)은 한국 국적이지만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합니다. 저와 다른 친구들과는 '네, 아니, 고마워, 미안해, 화장실, 아파, 안 먹어, 돼지고기, 가위' 등 최소한의 한국어로만 대화를 하고, 다른 반에 있는 파키스탄 친구들과는 신나게 그 나라의 말로 소통합니다. 작년에 라판이와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은 '라판이 한국말 잘해요! 다 알아들어요!'라고 하던데 아직 저는 라판이와 한국말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보지 못했습니다. 가끔 '얘가 진짜 못 알아듣는 척하는 건가?' 하고 의심스러울 때도 있지만 진위 여부를 알 길이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달에는 특히 마음 졸이는 일이 많았습니다. 월요일에 대체휴일이 두 번이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라판이가 잘 모르고 등교를 할까 봐 다국어 가정통신문을 읽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 옆반에 한국어 소통이 가능한 파키스탄 친구에게 통역을 부탁해 월요일에 학교에 오지 않도록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가만히 아이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린 나이에 모든 것이 다른 낯선 나라에서 친구도 사귀고 우리말로 공부도 하며 잘 지내는 모습에 마음이 뭉클할 때가 많습니다. 멀리서 온 친구들을 존중하고 세심하게 챙겨주는 우리 친구들의 예쁜 마음도 대견하게 느껴집니다. 어느 날 '나라면 생판 모르는 나라에 살면서 이렇게까지 잘 적응할 수 있을까?'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저는 이만큼 잘 지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어른도 쉽지 않은 타향살이를 씩씩하게 해내고 있는 다문화 친구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K People Focus 별무리쌤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안녕하세요. 격주로 진짜 교실의 이야기를 담은 칼럼을 쓰게 된 함께성장인문학 연구원 43기 별무리쌤입니다. 치유와 코칭 백일 쓰기, 인문의 숲 과정을 거쳐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교실에서 일어나는 달콤 쌉싸름한 이야기들을 글로써 독자들께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교육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글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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