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업계가 AI 서비스 대중화를 위한 새로운 과금 모델 실험에 나서고 있다. 데이터 사용량을 기준으로 요금을 부과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AI 활용량을 기준으로 한 ‘토큰(Token) 요금제’를 선보이며 통신사업자의 역할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상품 출시를 넘어 AI 시대 통신산업의 미래 방향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통신요금 고지서에 음성통화와 데이터 사용량 외에 ‘토큰 사용량’이 표시되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AI가 업무와 일상 전반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토큰(Token)은 새로운 디지털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토큰은 대형언어모델(LLM)이 텍스트를 처리하고 생성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기본 연산 단위다. 사용자가 AI에게 보고서 작성을 요청하거나 회의록 정리, 코드 생성, 번역 작업을 수행할 때마다 일정량의 토큰이 소비된다.
그동안 AI 연산 자원은 주로 기업과 개발자를 대상으로 공급됐다. 복잡한 과금 구조와 높은 이용 비용 때문에 일반 소비자가 직접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 통신 3사는 이러한 구조를 바꾸기 시작했다.
차이나텔레콤은 전국 단위 시범 상용화를 통해 개인과 가정, 중소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토큰 요금제를 출시했다. 차이나모바일 역시 전국 가입자를 대상으로 토큰 상품을 선보였으며, 차이나유니콤도 지역 기반 시범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세 사업자의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 목표는 분명하다. AI 연산 능력을 일반 소비자가 쉽게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 데이터 요금제가 모바일 인터넷 대중화를 이끌었던 과정과 유사하다. 초기 인터넷 시대에는 네트워크 접속 자체가 전문 영역에 가까웠다. 하지만 통신사업자가 이를 정액제와 데이터 요금제로 표준화하면서 누구나 손쉽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중국 통신사들이 추진하는 토큰 요금제 역시 AI 서비스를 일상 소비재로 전환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신규 서비스 출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점이다. 통신업계는 오랫동안 성장 정체 문제에 직면해 왔다. 음성통화 수익은 감소했고 데이터 트래픽 증가율도 점차 둔화되고 있다. 네트워크 이용량은 늘어나지만 수익 증가 속도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I 연산 서비스는 통신사업자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통신사는 전국 단위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인프라, 과금 시스템, 고객 관리 체계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AI 모델을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 AI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관리하는 영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결국 통신사업자의 전략은 AI를 서비스화(Service as Infrastructure)하는 데 있다. 사용자는 복잡한 GPU 임대 계약이나 클라우드 사용량 계산 없이 데이터 요금제를 구매하듯 토큰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통신사는 이를 통해 AI 서비스를 보다 쉽게 유통하고 관리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이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현재 일반 이용자들은 토큰이라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다. 어느 정도의 작업이 몇 개의 토큰을 소비하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사업자마다 토큰 산정 기준과 과금 체계가 달라 서비스 간 비교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AI 서비스 품질과 토큰 사용량 간의 관계 역시 아직 명확한 표준이 정립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통신요금 체계에 AI 사용량이라는 새로운 항목이 추가된다는 것은 통신산업의 수익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과거 통신사의 핵심 상품이 음성통화였다면 이후에는 데이터가 중심이 됐다. 그리고 지금은 AI 연산 능력이 새로운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통신 3사의 토큰 요금제 경쟁은 결국 AI 시대 통신사업자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실험이다. 앞으로 통신사는 단순히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사업자가 아니라 사람과 AI를 연결하는 인프라 사업자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AI가 전기와 인터넷처럼 일상 속 필수 서비스가 된다면, 토큰은 데이터 사용량에 이어 새로운 디지털 소비 단위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중국 통신사들의 행보는 그 변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 기사의 저작권은 이비즈타임즈에 있습니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