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cus 심층 기획] 아트코리아랩 AI프로젝트지원 심사, 저작권 인정 기준은?

건당 5천만 원 AI 프로젝트, 당락 가를 1차 심사 잣대

"AI 단독 저작물 불가", 결과물 아닌 인간 통제력 평가

과정의 투명한 기록과 편집저작물, AI 시대 예술가 생존법


결과물 중심의 시대는 끝났다, '통제와 증명'이 창작의 새 기준
앞으로 인공지능이 기계적으로 뱉어낸 결과물만으로는 그 어떤 공공 지원금도, 법적인 저작권도 받을 수 없다. 예술 창작의 평가 기준이 결과물의 화려함에서, 방대한 기계의 연산을 조율하는 예술가의 '기획력과 통제력 증명'으로 완전히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2025년 3월 정부가 인공지능 시대 저작권 체계의 전면 개편을 예고한 중장기 비전 '문화한국 2035'를 발표한 데 이어, 최근 공공기관들의 지원 사업 역시 이 냉혹한 결론을 실제 제도로 번역해 내고 있다. 

 

"어디까지 인간의 개입을 창작으로 인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공공 영역은 '과정의 투명한 기록과 책임'이라는 명확한 답을 내놓기 시작했다.
 

<Proving Process>  Prompted by The Imaginary Pocus, Generated by Gemini


초기 실험부터 유통, 그리고 사업화까지 전주기 지원 체계화
이러한 정책적 방향성은 2026년 4월 예술경영지원센터 아트코리아랩이 시행한 '인공지능 프로젝트 지원 통합 공모'에서 구체적인 지원 구조로 드러났다. 

 

이 사업은 인공지능을 일회성 도구로 써보는 실험을 넘어, 공공 지원의 틀 안에서 정식 대상 장르로 제도화하려는 대표적인 사례다. 공모는 인공지능을 예술 언어로 다루려는 창작자들을 위해 '창·제작 프로젝트 지원'과 '기술 활용 사업화 모델 개발 지원'을 병행하여 운영한다. 

 

창·제작 부문의 경우, 초기형 사업을 통해 약 15건의 중소 규모 창작 실험을 건당 5,000만 원 규모로 정액 지원하고, 고도화형 사업을 통해 약 3건의 대형 작품 제작과 유통을 2년에 걸쳐 지원하는 토대를 갖추었다.


단독 저작물 불가 원칙과 창작자 기여도에 대한 새로운 해석
공모 사업이 세분화된 배경에는 인공지능 산출물의 저작물성과 인간 저작자의 지위를 둘러싼 엄격한 법적 원칙이 자리 잡고 있다. 2025년 2월 미국 저작권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의 창의적 개입 없이 기계가 독립적으로 생성한 산출물은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는다. 

 

사용자가 긴 텍스트 프롬프트를 입력했다 하더라도, 결과물의 구체적인 '표현적 요소에 대한 통제(control over expressive elements)'가 인간에게 불충분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가이드라인 역시 인공지능 단독 저작물을 배제한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창작자 기여도 50% 이상 필수'라는 공모 요건은 공식적인 정량 심사 기준이라기보다, 이처럼 오직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실무 현장에서 해석한 상징적 지침에 가깝다.


투명한 기록과 책임 검증, 심사 현장에서 요구하는 '증명'의 기술
절대적인 정량 수치 기준이 없는 만큼, 현재(5월 4주 차) 한창 진행 중인 1차 서류 심의와 곧이어 이어질 2차 발표 심의(초기형 6월 1주, 고도화형 6월 4주~7월 1주)에서 당락을 가르는 핵심은 예술가의 '실무 증명' 능력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가이드라인을 종합해 볼 때, 이번 심사 현장은 물론 향후 저작권 확보를 위해 창작자가 반드시 입증해야 할 핵심 항목은 다음과 같다.


▪️구체적인 서비스 및 기반 모델명 투명성: 단순히 인공지능을 썼다는 모호한 서술로는 통제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ChatGPT(GPT-5 기반)'나 'Canva의 AI 이미지 생성기(Stable Diffusion 기반)'와 같이 활용한 서비스 명칭과 기반 모델이 심사 과정에서 명확히 소명되어야 한다.


▪️창작 단계별 활용 범위와 방식 입증: 인공지능을 초기 아이디어 탐색에만 썼는지, 최종 결과물 생성에 썼는지 등 구체적인 '활용 방식'과 '개입 범위'를 2차 발표 심의 등을 통해 논리적으로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


▪️장르별 특수성 인지 및 고유의 독창성 확보: 인공지능 활용 시 발생하는 모방과 반복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 문학 분야의 경우 인공지능을 단순한 아이디어 참고나 보조 도구로 한정하고, 작품의 핵심은 반드시 작가의 고유한 창의적 언어와 표현에 기반했음을 증명해야 한다.


▪️개인정보 유출 방지 및 데이터 편향성 차단: 프롬프트에 타인의 저작물이나 민감한 개인정보를 무단 입력해 발생하는 유출 위험, 학습 데이터의 편향성에 따른 사회적 불공정 요소를 사전에 차단했음을 철저히 보여주어야 한다.


▪️산출물 정보의 정확성 직접 검증: 기계가 생성한 부정확한 정보나 오류를 그대로 노출하지 않고, 창작자 본인이 직접 팩트를 검토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는지가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된다.


▪️수정 이력 및 연출 노트의 구조화: 원하는 결과를 얻기까지 명령어를 수정한 이력, 특정 데이터를 선택한 이유, 편집 과정을 담은 '연출 노트'는 2차 심의에서 창작적 기여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강력한 무기다. 산출물 자체는 저작물이 될 수 없더라도, 이 과정을 통해 독창적인 선택과 배열을 증명하면 '편집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


제작자에서 설계자로, 그리고 창작의 책임 이동
결국 인공지능 시대의 예술 지원 정책이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통찰은, 예술과 기술에 얽힌 법적·윤리적 책임이 오롯이 예술가 개인에게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과물에 대한 모든 법적 책임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고 방어할 의무가 창작자의 몫으로 남겨졌다. 

 

이러한 흐름은 다가오는 미래에 예술가의 지위를 무에서 유를 만드는 제작자에서, 방대한 연산과 데이터를 조율하는 설계자이자 편집자로 재정의한다. 아트코리아랩의 이번 공모 방향성은 향후 다른 기관이 인공지능 예술 지원 사업을 구상할 때 중요한 표준 모형이 될 것이다. 

 

기술의 발전에 휩쓸리지 않고 창작의 주도권을 지켜내기 위해, 예술계는 이제 객관적인 실무 기록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무엇을 창작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스스로 증명해 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전문 용어 사전]
▪️표현적 요소에 대한 통제:  사용자가 인공지능에 프롬프트를 입력하더라도 결과물의 최종적인 질감, 구도, 색채 등 구체적인 표현 방식을 기계가 결정한다면, 인간의 통제력이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저작물성을 부인하는 핵심 법적 근거.


▪️편집저작물: 인공지능이 생성한 개별 산출물 자체는 저작물로 보호받지 못하더라도, 창작자가 자신만의 고유한 기획 의도에 따라 산출물들을 독창적인 기준으로 선택하고 배열하는 과정에 창작성이 입증될 경우 별도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저작물.


▪️표현적 입력: 인간이 기존에 직접 창작한 저작물을 인공지능 시스템에 입력하여 수정이나 변형을 가하는 과정. 인공지능이 개입했더라도 인간이 최초에 창작하고 기여한 핵심적인 부분에 한해서는 저작권이 인정된다.


▪️저작물성: 어떤 결과물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자격이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기계가 독립적으로 생성한 결과물은 불가하며, 반드시 인간 저작자의 창조적인 개입과 통제력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작성 2026.05.26 04:55 수정 2026.05.26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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