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 인문학] 사기 공약에 속지 마

몇 달 전부터 비슷한 내용의 플래카드들이 동네 초입에 나붙기 시작했습니다.

“OO입구에 신규 역사 신설! 경전철 연장선 유치!”

이미 수년 전에 무산된 사안이라 생각했는데, 다시 논의가 되고 있나? 의아해하던 차에 마을 일을 하는 분을 만나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실효성 없는 선거용 공약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신규 역사 신설이 주민의 숙원 사업이긴 하지만 수년 전에 검토했을 때 지하철 선로가 아파트 단지 바로 아래를 지나가야 해서 불가하다고 결론이 났고 경전철도 수지타산이 안 맞아서 없는 일로 종결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선거철만 되면 사골 우려먹듯이 이미 시효 지난 제안을 새로운 공약처럼 내세우는 정치인이 꼭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헛된 희망을 품도록 하는 사기 공약 레퍼토리를 일러 주었습니다. 그제야 여기저기 나붙은 플래카드에서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보였습니다.

 

유시민 작가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나는 우리 정치가 이미 산업의 단계로 진화했다고 생각한다. 직업 정치인은 비지니스맨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의 말대로 정치인이 공익과 대의에만 충실하길 바라는 건 시대착오적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소비자인 유권자의 마음을 사기 위해 과대, 과장 광고를 일삼는 정치인은 여전히 불편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이상, 광고의 영향을 받지 않은 선택이 없다고 하듯이 선거철이 되면 후보의 인지도, 광고 마케팅 효과가 그 사람의 자질과 정책보다 투표에 더 영향을 주는 경우가 흔합니다. 유혹적인 정책일수록 더 의심하고 확인해야 하는데, 달콤해서 돌아보지 않을 때가 많지요. 지킬 수 없는 약속인 줄 뻔히 알면서도 선거철만 돌아오면 정치인이 양치기 소년처럼 거짓말하는 이유는 그 거짓말에 매번 속는 국민이 의의로 많기 때문일 겁니다. 잘한 거짓말 한 번으로 당선되면 4년이 보장되고 4년 뒤에 다시 같은 거짓말을 교묘히 재활용해도 문제없다는 걸 경험한 거지요.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했을 때, 개인의 행복과 자아실현은 사회 구성원으로서만 가능하다는 걸 의미했습니다. 우리가 영위하는 개인적인 삶은 사회적, 정치적 차원을 벗어나서 존재할 수 없지요. 거짓말하는 정치인과 그런 정치판을 염오해서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태도는 내 행복에 무책임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사기 공약이 통하지 않는 사회, 그래서 순기능으로 돌아가는 사회는 결국 내 선택으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다가오는 6.3 선거일은 그저 주어진 임시 공휴일이 아니라 나와 내 가족의 행복과 복지를 위한 참정권을 얻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투쟁하여 쟁취한 산물, 즉 역사가 선물한 시간입니다. 선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투표장에 가서 적어도 거짓말하지 않는 성실한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일 겁니다.


K People Focus 차경숙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함께성장인문학연구원 수석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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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5.26 08:10 수정 2026.05.2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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