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한식 디렉터 장윤정 ]의 경남 향토음식 11회, 하동 참게가리장

섬진강이 길러낸 참게와 곡물이 만난 하동의 토속 음식

통째 갈아 끓인 참게의 고소함과 걸쭉한 국물이 주는 든든함

한식명인 장윤정이 바라본 참게가리장의 향토성과 음식문화적 가치

K-한식 디렉터 장윤정의 경남 향토음식 11회, 하동 참게가리장 사진 미식 1947

 

 

 


섬진강 참게를 통째로 갈아 끓인 하동의 보양 장국

 

경남 향토음식 열한 번째 이야기는 하동 참게가리장입니다. 하동 재첩국이 섬진강의 맑고 담백한 맛을 보여주는 음식이라면, 참게가리장은 섬진강이 품은 또 다른 깊고 진한 맛을 보여주는 음식입니다. 같은 강에서 난 식재료라도 재첩국은 맑은 국물의 절제를 보여주고, 참게가리장은 통째로 갈아 끓인 농밀한 감칠맛을 보여줍니다.

 

참게가리장은 섬진강 참게를 통째로 갈아 넣고 밀가루나 곡물가루를 풀어 걸쭉하게 끓여 먹는 하동의 토속 음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음식문화 칼럼에서는 하동 참게가리장을 섬진강 참게를 갈아 넣고 밀가루를 풀어 끓인 ‘장국 죽’과 같은 음식으로 설명합니다.

 

이 음식은 이름부터 독특합니다. ‘참게가리장’이라는 말에는 참게를 갈아 만든다는 조리 방식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참게를 통째로 다루기 때문에 껍질과 살, 내장에서 나오는 고소함과 감칠맛이 국물 전체에 배어듭니다. 그래서 참게가리장은 맑게 먹는 국이 아니라, 걸쭉하고 진하게 먹는 하동식 보양 음식에 가깝습니다.

 

참게가리장의 맛은 한마디로 깊습니다. 참게 특유의 고소함, 곡물가루의 부드러운 질감, 국물의 묵직한 감칠맛이 한데 어우러집니다. 일부 소개 자료에서는 참게를 통째로 갈아 들깨, 콩가루, 율무 같은 잡곡가루와 함께 버무려 만드는 음식으로도 설명합니다. 이처럼 참게가리장은 단순히 게를 넣은 국이 아니라, 강에서 난 참게와 곡물의 힘을 함께 끓여낸 음식입니다.

 

하동은 섬진강을 끼고 살아온 지역입니다. 강은 하동 사람들에게 풍경이자 생업이고, 밥상의 근원이었습니다. 재첩을 캐고, 참게를 잡고, 강에서 난 식재료를 가족의 밥상에 올렸던 시간이 하동 음식문화의 중요한 바탕이 되었습니다. 참게가리장은 바로 그 강마을의 생활과 노동이 만든 향토음식입니다.

 

참게는 작지만 맛이 강한 식재료입니다. 껍질째 통째로 갈면 고소한 풍미와 깊은 감칠맛이 살아나고, 그 맛이 곡물가루와 만나 걸쭉한 장국처럼 변합니다. 이 음식은 부드럽게 떠먹는 음식이지만, 그 안에 담긴 맛은 매우 진합니다. 한 숟가락을 뜨면 참게의 향이 먼저 올라오고, 뒤이어 곡물의 구수함이 입안을 채웁니다.

 

한식명인 장윤정의 시선에서 하동 참게가리장은 강의 생명력을 통째로 끓여낸 음식입니다. 한식은 재료를 부분적으로만 쓰지 않고, 재료가 가진 전체의 맛을 살려내는 지혜를 가지고 있습니다. 참게가리장은 참게의 살만 발라 쓰는 음식이 아닙니다. 참게를 통째로 갈아 그 재료가 가진 맛을 최대한 끌어내는 방식입니다. 이것이 바로 오래된 향토음식의 실용성과 지혜입니다.

 

참게가리장은 오늘날 흔히 만날 수 있는 음식은 아닙니다. 그래서 더욱 기록할 가치가 있습니다. 대중적인 음식은 자연스럽게 남지만, 손이 많이 가고 조리법이 독특한 음식은 시간이 지나면 점점 사라지기 쉽습니다. 참게를 손질하고, 곱게 갈고, 곡물가루와 함께 농도를 맞추어 끓이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수고 속에 지역 음식의 진짜 깊이가 남아 있습니다.

 

하동 참게가리장은 화려한 음식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릇 안에는 섬진강의 물길과 하동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들어 있습니다. 값비싼 재료를 많이 넣어 만든 음식이 아니라, 지역에서 얻은 식재료를 가장 깊게 먹는 방식으로 발전한 음식입니다. 향토음식의 본질은 바로 이런 데 있습니다. 그 지역에서 나는 것을, 그 지역 사람들의 방식으로, 가장 알맞게 먹는 것입니다.

 

또한 참게가리장은 보양식으로서의 의미도 큽니다. 걸쭉한 국물은 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참게의 진한 맛은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느낌을 줍니다. 맑고 가벼운 국물보다 묵직한 한 끼가 필요할 때, 참게가리장은 하동식 보양 밥상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오늘날 K-한식의 관점에서 보아도 참게가리장은 충분히 주목할 만한 음식입니다. 외국인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지만, 지역 식재료를 통째로 활용하는 조리 철학, 곡물과 해산물의 결합, 강 유역 음식문화라는 스토리를 함께 전달하면 매우 특별한 한식 콘텐츠가 될 수 있습니다. 세계화되는 한식 안에서도 이런 지역 음식이 함께 기록되어야 K-한식의 뿌리가 더욱 단단해집니다.

 

미식1947요리전문신문은 이번 연재를 통해 경남 향토음식을 단순한 음식 소개가 아니라, 지역의 자연과 사람, 식재료와 조리 철학이 담긴 문화 기록으로 다루고자 합니다. 한식명인 k-한식디렉터장윤정은 하동 참게가리장을 통해 섬진강 음식문화가 가진 깊은 향토성과 보존 가치를 다시 바라봅니다.

 

저서 장윤정의요리에세이사철가와 야무진장윤정의간편한중식요리에서 보여준 음식 기록의 감각처럼, 하동 참게가리장 역시 한 그릇의 국을 넘어 지역의 삶을 읽게 하는 음식입니다. 섬진강에서 잡은 참게, 손으로 다듬고 갈아낸 정성, 걸쭉하게 끓여낸 국물은 모두 하동 사람들의 오래된 밥상 기억입니다.

 

하동 참게가리장은 조용하지만 강한 음식입니다. 맑고 가벼운 맛이 아니라, 깊고 진한 맛으로 사람을 붙잡습니다. 경남 향토음식의 열한 번째 이야기로 하동 참게가리장을 기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장윤정의 한 줄 해석
하동 참게가리장은 섬진강 참게를 통째로 갈아 곡물의 구수함과 함께 끓여낸, 하동 강마을 밥상의 깊고 진한 향토음식입니다.

 

 

 

 

작성 2026.05.25 18:54 수정 2026.05.25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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