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세기를 견뎌온 공간은 사람의 시간과 도시의 기억, 그리고 공동체의 흔적이 축적된다. 인천 동구 창영동 배다리마을에서 출발한 인천양조장이 올해 설립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세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특별 프로그램이 열린다.

1926년 문을 열어 당시 지역 산업과 생활문화의 중요한 거점이었던 인천양조장은 오랜 시간 인천 지역과 함께 성장하며 술을 빚고 사람을 모아온 공간이었지만 시대 변화 속에서 공장 가동은 약 30년 전 멈췄다. 그러나 생산시설은 정지했지만 공간이 가진 의미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후 지역 문화공간 운영단체 스페이스 빔이 해당 장소에 입주하며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다. 옛 양조장은 현재 ‘인천문화양조장’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민 곁에 자리 잡았다. 과거 양조장이 지역사회 안에서 수행했던 공동체적 역할과 사회적 기능을 오늘의 문화적 언어로 이어가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술의 명맥도 완전히 끊기지 않았다. 과거 인천양조장의 전통은 청천동의 인천탁주를 통해 이어지고 있는데, ‘소성주’ 브랜드를 통해 지역 양조문화의 역사적 흐름을 계승하며 인천의 전통주 문화도 함께 이어가고 있다.
이번 100주년 특별행사는 공간의 역사와 미래를 함께 체험하는 형태로 구성됐다. 행사 주제는 ‘술(酒)·술(述)·술(術)’로, 술이라는 한 단어 안에 담긴 문화와 이야기, 기술의 의미를 동시에 풀어내려는 시도다.
첫 번째 프로그램 ‘양조장을 탐하다’는 시민 참여형 체험 행사로 진행된다. 강동로봇 종이접기, 간편 화덕을 활용한 야외 체험, 우주선 형태 체험 공간 ‘나홀로호’ 탑승, 전통주 빚기 체험, 옛 인천양조장 건물 탐방 등이 준비됐다.
이어 열리는 ‘양조장을 말하다’는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꾸며진다. 인천양조장 설립자의 후손, 지역 문화 관계자, 소설가, 마을 활동가 등이 참여해 한 세기 동안 이어진 양조장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유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공간이 도시 안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왔는지 함께 돌아보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마지막 프로그램 ‘양조장을 부탁해’는 운영기금 마련을 위한 후원주점 행사로, 산업유산 보존이라는 현실적 과제와 지역 공동체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고민하는 자리다. 다양한 공연과 먹거리,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공간의 의미를 체감하도록 기획됐다.
오랜 산업시설은 시간이 흐를수록 보존과 유지에 많은 비용과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역사적 가치를 가진 산업유산은 지역 정체성과 기억을 보존하는 일과도 연결된다.
인천양조장은 공장 기능을 멈춘 이후에도 문화와 사람, 지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으로써 과거 산업시설이 현재 문화공간으로 재해석된 대표 사례로도 평가받는다.
이번 행사는 지역의 기억을 시민과 함께 이어가고 미래 세대에게 전달하는 또 하나의 문화적 실험이기도 하다.
멈춘 공장이 사라진 공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인천양조장은 100년이라는 시간 위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고 있다. 사람을 모으고 기억을 이어가는 힘은 여전히 이 공간 안에 살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