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의 주택 시장이 소위 ‘매매 동결, 전세 폭등’이라는 극단적인 디커플링(탈동조화) 국면에 진입했다. 자산가들이 밀집한 강남 4구(동남권)를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 가격이 눈에 띄게 꺾인 반면,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 기반인 전세 시장은 매물 부족 속에 상승 폭을 더욱 키우며 세입자들의 시름을 깊게 만들고 있다.
서울시가 한국부동산원의 최신 통계를 바탕으로 분석하여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3월 기준 서울 전체 아파트의 매매 실거래가격지수는 전월과 비교해 0.28%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여전히 13.3%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연초부터 이어지던 가파른 상승 랠리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적 충격이 상당하다. 본 지수가 한 달 동안 확정된 실거래 신고 자료만을 전수 조사해 산출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 현장에서 체감하는 매수세 위축은 통계치 이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인 곳은 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가 포함된 동남권이다. 동남권의 3월 매매 실거래가격은 무려 3.10% 급락하며 서울 전체의 하락세를 주도했다. 도심권(0.46%)과 서북권(0.09%) 역시 하락 대열에 합류했다. 최고가 행진을 벌이던 강남권의 대형 아파트들이 대출 규제 장기화와 금리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고점 대비 수억 원씩 낮춘 가격에 매매 계약 체결을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주택 규모별 지수 변동을 살펴보면 전용면적 85㎡ 초과 135㎡ 이하의 중대형 평형이 2.48% 떨어졌고, 135㎡를 초과하는 대형 평형도 1.98% 하락하며 평형이 클수록 하락 폭이 두드러지는 현상이 관측됐다.
반면 전세 시장은 매매 시장의 냉기류와는 전혀 다른 불장을 연출하고 있다. 3월 서울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는 전월 대비 1.36% 상승하며 상승 폭을 대폭 확대했다. 용산, 종로, 중구가 속한 도심권(0.40%)만 미미하게 조정되었을 뿐, 이를 제외한 서울 모든 권역에서 전세 보증금이 일제히 솟구쳤다. 특히 노원, 도봉, 강북, 성북 등이 밀집한 동북권의 전세 실거래가는 한 달 만에 2.14%라는 기록적인 폭등세를 보이며 전체 전세 시장의 상승을 견인했다. 흥미로운 점은 동북권과 서남권의 경우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이 동시에 상향 곡선을 그리는 동반 상승 흐름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이는 강남권발 매매가 하락세가 아직 서울 외곽의 중저가 밀집 지역까지는 완벽히 전이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전세 시장 내 평형별 양상도 독특하다. 매매 시장에서 찬바람을 맞았던 대형(135㎡ 초과) 평형이 전세 시장에서는 3.00%라는 압도적인 상승률을 기록하며 가장 뜨겁게 달아올랐다. 고가 주택을 매입하기 부담스러워진 자산가들이 매수 시점을 뒤로 미루고 전세 거주를 연장하거나 새롭게 전세 시장으로 진입하면서 고가 대형 전세 평형의 몸값을 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실제 거래 현장의 활동성은 어떠할까. 2026년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5월 15일 집계 기준)은 총 6,851건으로 파악되어, 전월 대비 25.1% 늘어난 모습을 보였다. 계약일로부터 30일이라는 신고 기한이 남아 있어 5월 말 최종 집계 시 거래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불어날 전망이다. 거래량 자체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내용을 뜯어보면 시장의 체질이 철저히 ‘실수요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전체 매매 거래 중 분양가 및 매매가 15억 원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이 80.8%에 달했다. 서울에서 매매되는 아파트 10권 중 8권 이상이 15억 원 이하의 중저가 혹은 중가 주택이라는 의미다. 정부의 촘촘한 대출 규제 기조 속에서 현 규정상 15억 원 이하 아파트는 최대 6억 원까지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자금 동원력이 한정된 서민·청년층 실수요자들이 철저히 대출 가이드라인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자치구별 거래 순위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노원구가 888건으로 압도적인 거래량 1위를 차지했으며 강서구, 성북구, 구로구 등 중저가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들이 그 뒤를 이었다.
이 와중에 강남권과 한강변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일시적 거래량 증가 현상도 주목할 만하다. 강남구의 4월 거래량은 278건으로 전월(166건)보다 무려 67.5% 폭증했다. 광진구 역시 66.1% 늘어난 103건을 기록했고 성동구(58.3%), 동작구(40.9%), 송파구(34.1%) 등 일명 ‘한강벨트’ 핵심지의 거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이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혜택의 종료 시점이 임박함에 따라, 세금 폭탄을 피하려는 다주택자들이 매무새를 가다듬고 강남 및 한강변의 초고가 매물을 급매로 처분했고, 이 기회를 노린 현금 자산가들이 매집에 나서며 일시적으로 거래 공백이 메워진 현상으로 분석된다.
한편, 임대차 시장 내부에서는 또 다른 구조적 변화가 감지된다. 4월 전세 거래 비중은 50.9%로 평년 수준을 유지했으나, 전세 계약 중 기존 계약을 연장하는 ‘갱신 계약’ 내에서 법적 권리인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한 비율이 51.6%로 떨어졌다. 전년 동월(56.8%)과 비교하면 5.2%p나 감소한 수치다. 서울시 주택시장 모니터링단이 현업 공인중개사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처럼 갱신권 사용이 줄어들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합의를 통해 계약을 연장하는 ‘합의 갱신’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로 ‘이미 과거에 권리를 사용해 버려 카드가 소진되었기 때문(69.8%)’인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임대인의 과도한 임대료 증액 요구(14.9%)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현 부동산 시장은 강력한 규제 기조와 자산 보유세 부담, 그리고 가구 분화에 따른 전세 수요 지속이 빚어낸 복합적 과도기다. 가격이 조정을 받는 매매 시장과 매물이 말라붙어 가격이 튀는 전세 시장의 엇박자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자산 시장 참여자들의 극도로 신중한 포트폴리오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현재 서울 부동산 시장은 가격 조정을 받는 매매 시장과 매물 부족으로 가격이 폭등하는 전세 시장이 따로 노는 구조적 불안정성을 노출하고 있다. 투자 수요가 걷힌 자리에 대출 주도의 실수요와 세제 혜택 종료에 따른 급매 처분이 교차하는 만큼, 향후 가을 이사 철과 규제 완화 여부에 따른 추가 모니터링이 시장 방향성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