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이 사라진다?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할까


비트코인과 스테이블 코인이 실생활에 스며든 일상을 다룬 뉴스를 봤습니다. 한때는 일부 투자자들의 투기 수단 정도로만 여겨졌던 크립토가 이제는 국가 정책과 금융 시스템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습니다. 달러와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을 두고는 “디지털 달러 시대”라고 불립니다.


2025년 6월, 전곡선사박물관을 다녀오며 AI의 등장이 어쩌면 선사(先史)-현재-후사(後史)를 가르는 분기점은 아닐까하는 편지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수만 년의 역사 앞에서 감히 단정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뉴스를 접하며 그 당시 의견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리는 기분이 들더군요. 


A.I를 인간 증폭기라 표현했듯, 인간의 역사는 결국 ‘도구의 변화’와 함께 움직여 왔기 때문입니다. 조개껍데기에서 시작한 교환의 수단은 쌀과 옷감으로, 그리고 금속과 지폐로 바뀌었습니다. 신용카드와 모바일 결제를 지나 이제는 실체조차 없는 디지털 자산의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최근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읽고 있습니다. 조선은 청을 오랑캐로 여기고 멀리했지만, 박지원은 청나라의 현실에 가까이 갑니다. 청나라의 수레와 바퀴, 물류와 목축 같은 실용적인 도구들이 어떻게 경제와 삶을 바꾸고 있는지를 목격합니다.


그는 청나라의 발전에 놀라면서도 무조건적인 수용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허례허식 가득한 장례문화 같은 부분은 차갑게 비판하기도 합니다. 박지원은 조선이 처한 현실을 꿰뚫어 보면서도, 배워야 할 점과 개의치 말아야할 허상을 가려낼 줄 알았습니다. 


다시 크립토 이야기로 돌아와 볼까요.

우리는 오랫동안 ‘국가가 보증하는 돈만이 진짜 화폐다’, ‘은행 시스템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질서를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등장하는 새로운 흐름은 그 굳건한 믿음에 균열을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크립토가 완전한 미래가 될지, 혹은 일시적인 거품으로 끝날지 지금 누구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경제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신뢰’라는 점입니다.


유발 하라리는 국가와 종교, 기업과 화폐 역시 많은 사람들이 함께 믿기 때문에 작동하는 하나의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곱씹어보면 우리가 절대적이라 믿어왔던 질서들 역시, 어쩌면 시대가 만든 거대한 합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을 끝까지 믿어야 할까요. 그리고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까요. 혹시 우리는 아직도 조선의 선비들처럼 익숙한 질서만 붙들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반대로, 새로운 기술이라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문물을 맹목적으로 좇고 있는 건 아닌지요.


급변하는 시대속에서 불변하는 건 무엇일지. 사람들은 왜 새로움에 열광하는지, 기존 금융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우리의 실생활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도구가 보이지 않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눈을 더 크게 떠야 한다고 여깁니다. 


김진혁 칼럼니스트 기자 hyogy82@naver.com
작성 2026.05.20 23:44 수정 2026.05.20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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