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획한 봄날의 영화, 목포여행,

말년에 두터워진 우정, 그리고 영원히 잊지 못할 의리“

시간을 거스런 발자취

유달산 바람을 맞으며 걷던 노적봉과 삼학도 해상도크 산보 길
<목포의  눈물> 노래비 앞에서 잠시 발을 멈추고, 100년 세월이 고스란히 깃든 옛 목포 시청과 어두운 방공호를 거닐며 우리들의 지나온 세월을 비추어 본다.  

 

국보만큼이나 위풍당당하게 목포 앞바다를 가로 지르던 해상 케이블카 위에서 우리 14명은 어떤 생각을 나누었을까?

 

 

 

세월을 건너, 세월을 넘어 모인 우리

 

태평양을 건너온 친구와 대서양을 건너온 친구나이가 무색할 만큼 탄탄한 보디빌더 친구가 있는가 하면이제는 걸음이 조금 불편해 제대로 걷지 못하는 두 친구가 있다.

하지만 서로 발걸음을 맞추며 걷는 이 길엔 어떤 장벽도 없었다

 

어느덧 나의 로망이었던 친구는 국내에서 이름난, 은둔을 즐기는 동양화 화백이 되어 있었다.


또 다른 친구는 런웨이를 걷듯 인생을 멋지게 살아가는 실버모델이 되었고,                                             


마도로스 파이프를 물고 뱃전 위에서 고독과 낭만을 즐기던 친구는 50년 세월 동안 망망대해의 수평선을 지켜본 대형 선박의 선장이 되어 있었다.

 

그는 갈매기와 바다의 노래를 벗 삼아 청춘을 바쳤고, 외로움이 밀려올 때마다 파이프 담배 연기 속에서 고독을 달래던 사나이였다. 은퇴 후에도 다시 배를 타 달라는 수많은 요청이 이어졌지만, 그는 미련 없이 바다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꿈을 품고 치열하게 살아왔다.
그렇게 살아낸 우리 모두가, 이번 여행의 진정한 주인공이었다.

 

목포의 맛그리고 더 깊어진 우정

 

상다리가 휘어질 듯 차려진 목포의 푸짐한 반찬과 보글보글 끓던 푸짐한 생선찌개,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나누는 이야기는 끝이 없었고, 술잔 대신 나눈 의리는 말년에 이르러 더욱 두터워졌다.

 

청춘에 만나 어느덧 50여년 세월 인생의 황혼녘에서 다시 손을 맞잡은 친구들의 우정 

서로의 불편함을 태평양 너머에서, 대서양 너머에서 달려와 함께 나눈 술잔은 오늘의 기억은 영원히 잊지못할 보물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주인공은 묵묵히 우리를 위해 길을 열어준 회장님과 총무님 이었다.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가장 큰 주인공은 묵묵히 우리를 위해 길을 열어준 회장님과 총무님이셨다.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한결같이 모임을 지켜온 회장님은 누구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참된 벗이었다.

 

건축가로서 예술을 사랑했고 , 사람을 사랑했으며, 무엇보다 삶의 아름다움을 누구보다 이해한 사람이었다. 그는 오래된 산사의 고요함을 사랑했고, 이끼 낀 세월이 깃든 고택의 숨결을 사랑했다.

누군가는 그냥 스쳐 지나갈 풍경에서도 그는 시간을 읽었고, 사람의 온기를 발견했다.

 

 

발걸음의 흔적마다 우리의 우정도 함께 새겨졌다. 

총무님은 여자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정년을 맞이하여 퇴임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어제의 그 특별한 만남이 없었다면 미처 알아보지 못했을 만큼 오랜만의 만남이 낯설기도 했지만그는 틈만 나면 흰 구름 돛배처럼 어디로든 떠나기를 좋아하는 영락없는 사진작가였다그리고 이번에 우리 오래된 벗 열네 명의 가슴속에 평생 잊지 못할 한 편의 "봄날의 영화"를 선물해 주었다.

 

유달산의 바람과 삼학도의 노을바다 위를 건너던 케이블카의 풍경그리고 밤늦도록 이어지던 웃음과 이야기들까지그 모든 순간은 누군가의 세심한 배려와 따뜻한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잃기 쉬운 세상에서,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 모임을 지켜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그 시간은 단순한 책임감만으로는 불가능하며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의리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다시 한번 깨달았다.

좋은 풍경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긴 세월 끝에도 서로를 불러 모을 수 있는 우정은 인생이 주는 가장 큰 축복이라는 것을... 

모임을 이끌어주신 회장님과 총무님께 진심 어린 감사와 존경을 전한다.

당신들이 있었기에 우리의 청춘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우리의 봄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작성 2026.05.18 21:44 수정 2026.05.2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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