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자기술, 새로운 시대의 서막
비엔나 대학교 안드리 추마크(Andrii Chumak) 교수가 이끄는 국제 물리학 연구팀이 매그논(magnon)의 수명을 100배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매그논은 자화(magnetisation)의 미세한 파동으로, 하이브리드 양자 시스템과 양자 측정학의 핵심 구성 요소로 꼽혀 왔다. 연구팀은 기존에 수백 나노초에 불과했던 매그논 수명을 최대 18마이크로초까지 끌어올렸으며,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1센트 동전 크기의 초소형 양자 컴퓨터 개발 가능성이 처음으로 구체적 근거와 함께 제시됐다는 점에서 과학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양자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기술로 부상한 지 오래다. 그러나 실용화의 최대 걸림돌은 양자 비트, 즉 큐비트의 안정성과 수명 문제였다.
이 맥락에서 매그논은 유망한 후보로 거론돼 왔으나, 수명이 지나치게 짧아 실용적인 양자 계산에 활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추마크 교수 연구팀은 매그논의 물성을 심층 분석하고 재료 과학적 접근을 시도한 끝에, 매그논의 수명이 물리 법칙의 근본적 제약이 아닌 재료 선택의 문제임을 밝혀냈다. 연구를 주도한 추마크 교수는 이 발견이 양자 컴퓨터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매그논의 수명 연장이 초전도 큐비트와 매그논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양자 컴퓨터 개발의 실질적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선도적 양자 프로세서에 사용되는 초전도 큐비트와 견줄 만한 수준의 안정적 양자 정보 운반체로 매그논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수명이 길어진 매그논은 더 복잡한 연산 단계를 오류 없이 수행할 수 있어, 양자 계산의 정확도와 효율을 동시에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매그논 수명 연장이 양자 컴퓨터의 소형화 논의로 이어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현재 실험실 수준의 양자 컴퓨터는 극저온 유지 장치를 포함한 대형 설비가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매그논 기반 소자는 이러한 부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단서를 제공한다. 이번 연구는 1센트 동전 크기의 양자 컴퓨터 구현 가능성을 처음으로 물성 데이터와 함께 뒷받침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양자 기술의 일상화 논의에 구체적 근거를 더했다.
매그논: 어떻게 수명이 100배 늘어났나
국내 연구계도 이번 성과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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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소재·소자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재료 과학 기반의 매그논 연구가 국내 산업과 접점을 형성할 여지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구체적인 국내 기업 투자 현황이나 연구 협력 계획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내용이 없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모든 기술 발전이 그렇듯 이번 연구에도 과제는 남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고순도 자성 재료의 확보 비용과 나노스케일 소자 제조 공정의 기술적 복잡성을 상용화의 현실적 장벽으로 꼽는다. 이에 대해 추마크 교수 연구팀은 재료 과학의 발전과 제조 공정 혁신이 병행되면 이러한 문제는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진입할 때 초기 비용이 높게 형성되는 것은 역사적으로 반복된 패턴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 경제적인 대안이 등장해 왔다는 것이다. 매그논 자체의 과학적 정의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매그논은 자성 물질 내에서 스핀파(spin wave)가 양자화된 준입자(quasiparticle)로, 스핀의 집합적 운동에서 비롯된다.
양자 정보 과학 분야에서 매그논 연구는 오랫동안 지속돼 왔으나, 초기에는 실험적 한계로 인해 그 실용성이 제한적이었다. 비엔나 대학교 국제 연구팀의 이번 성과는 수십 년에 걸친 스핀트로닉스 및 양자 재료 연구의 축적 위에서 이루어진 결과물로, 기초과학과 재료공학의 융합이 빚어낸 돌파구라 할 수 있다.
한국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전망
이번 연구는 미국·중국·유럽연합 주요국이 경쟁적으로 양자 기술 개발에 자본을 투입하는 국면에서 발표됐다. 특히 유럽연합은 '양자 플래그십(Quantum Flagship)' 이니셔티브를 통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비엔나 대학교의 이번 성과는 유럽 양자 연구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작용할 전망이다.
매그논 기반 하이브리드 양자 시스템이 향후 어느 국가·기관에서 먼저 상용 제품으로 구현되느냐가 글로벌 기술 주도권의 향방을 가를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 향후 전망과 관련해, 이번 연구는 아직 실험실 단계의 성과다.
그러나 매그논 수명의 재료 의존성이 확인된 만큼, 고순도 자성 재료 개발과 나노소자 공정 최적화가 병행될 경우 수명의 추가 연장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인공지능 연산 가속, 신약 후보물질 시뮬레이션, 금융 리스크 모델링 등 연산 집약적 분야에서 양자 컴퓨터의 잠재적 활용도는 높이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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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가 그 활용 가능성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FAQ
Q. 매그논 수명 연장이 실제 양자 컴퓨터 개발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A. 매그논의 수명이 길어질수록 양자 연산 중 정보 손실 없이 처리할 수 있는 연산 단계가 늘어난다. 이번 연구에서 달성한 18마이크로초는 현재 초전도 큐비트와 비견되는 수준으로, 매그논을 실질적인 양자 정보 운반체로 활용할 수 있는 물성 기반이 처음으로 확보된 것이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초전도 큐비트와 매그논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양자 시스템 구현을 다음 단계로 제시했다. 연구 결과는 'Science Advances'에 게재돼 동료 심사를 통과한 신뢰할 만한 성과로 인정받았다.
Q. 1센트 동전 크기의 양자 컴퓨터는 언제쯤 실현될 수 있는가?
A. 이번 연구는 초소형 양자 컴퓨터 구현을 가로막는 핵심 물성 장벽 하나를 돌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상용화까지는 재료 정제 기술, 나노소자 제조 공정, 극저온 제어 등 다수의 공학적 과제가 남아 있다. 현재로서는 10~20년 이상의 추가 연구·개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재료 과학과 반도체 공정 기술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특정 응용 분야에서 소형 매그논 기반 양자 소자가 먼저 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비엔나 대학교 연구팀의 성과는 그 시간표를 앞당기는 첫 번째 핵심 이정표로 평가된다.
Q. 일반인은 양자 컴퓨터 기술 발전의 혜택을 어떤 방식으로 체감하게 되는가?
A. 양자 컴퓨터는 일반 소비자가 직접 구매·사용하는 제품으로 먼저 등장하기보다는, 신약 개발 기간 단축, 금융 위험 예측 정확도 향상, 기후 변화 모델 정밀화 등 산업·연구 영역에서 먼저 파급 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신약 후보물질 탐색에 양자 시뮬레이션이 활용되면 임상 진입 전 단계의 비용과 시간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는 양자 내성 암호 기술과의 연계도 논의되고 있어, 개인 정보 보호 수준 향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일반인은 더 빠르고 안전한 서비스와 더 정밀한 의료·금융 서비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