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MBC뉴스
지자체장에게 아부로 가득 찬 사랑을 표현하는 영상 댓글을 읽어 보았다. 공무원이 강제로 했다고 하지만 자발적으로 하거나 중간 관리자 때문에 한 것이라 말하는 댓글도 있다. 완전히 지자체장을 탓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 경험이나 주변 경험을 보았을 때 일부 공무원은 자발적으로 아부성 가득한 사랑 표현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여성이 90퍼센트 이상인 직장에 근무했을 때 일이다. 70년대 중반 여자 선배들 서너명이 군기 반장이었는데, 그들은 항상 선배들을 깍듯이 대하는 좋은 예라고 선전하고 다녔다. 그들이 선배를 챙기는 것 중 하나가 쉴 때 커피 타 드리기였다. 공교롭게도 그들이 챙기는 선배가 몇 안 되는 남자였다.
더 문제는 자기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은 괜찮은데 이것을 여자 후배들에게 강요한다는 것이었다. 여자 후배가 남자 선배를 위해 커피를 타야 한다. 남자는 자기 스스로 수저도 못 놓으니 회식 가도 수저 놓는 것도 후배가 해야 한다. 고기도 여자 후배가 구어야 한다. 말도 안되는 요구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이들이 이처럼 남자 선배들에게 깍듯하다고 했는데 모두에게 깍듯한 것도 아니었다. 자신의 승진을 도와줄 이들에게만 깍듯했다. 흔히 말해 승진해 있는 선배에게만 깍듯했고, 승진에서 밀려난 이들은 찬밥 신세였다. 그렇게 후배를 닦달하여 얻은 아부와 칭찬은 그들에게 승진에 도움이 될 여러 가지 좋은 기회를 마련하게 하였다.
그 선배들뿐 아니라 몇 년 후에는 정말 승진을 하고 싶은 여자 선배를 본 적이 있다. 발표를 위해 밤 11시에 후배 집에 전화해서 부탁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다. 도와줘도 고맙다는 인사도 없고, 후배는 당연히 선배를 도와야 한다는 태도였다.
이 선배는 회식에서 관리자들 수저가 필요 없게 옆에서 수발을 다 들었다. 평상시 후배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다른 모습에 처음에는 놀라기까지 했다.
그 선배들이 능력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능력은 어느 정도 갖추었지만, 그와 비슷한 실력을 갖춘 동기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몇 안 되는 승진 자리를 위해 승진에 필요한 여러 프로젝트 등 정보를 얻는 데 필요한 선배에게 잘 보이는 능력을 추가로 가진 것이었다.
그러니 저런 상황이 어떻게 벌어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일을 겪지 않은 사람 외에는 추측에 불과할 것이다. 다만 가설을 세워본다면 세 가지 정도가 떠오른다.
첫째, 지자체장이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고, 승진을 원하는 눈치 있는 사람이 실행했다.
둘째, 지자체장이 뭘 좋아하는지 파악한 눈치 빠른 승진을 원하는 이가 나서서 실행했다.
셋째, 진짜 지자체장이 좋아서 직원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다가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어느 쪽이든 한국이니까 일어나는 일 같아 씁쓸하다. 몇 년 전 모 항공 회사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회장님을 위해 승무원들이 장미를 들고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그 공연에 참여했던 승무원들이 나중에 불만을 표현하며 언론에 기사회되었다.
개인적으로 회사에서 상사는 사랑보다 존경 받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나보다 능력 있는 선배에게 일을 배우면 자연스럽게 존경이 생긴다. 그래서 선배와 같이 일하는 게 즐겁게 선배의 부탁을 들어주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사랑해요’라는 말이나 ‘장미’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말이다. 한국은 부부도 ‘사랑해요’라는 말이 어색할 정도로 아껴 쓰는 말이다. 영어는 ‘I love ~'할 때, ~ 자리에 사람뿐 아니라 사물도 올만큼 다양하고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한국은 ’사랑한다‘라는 말을 일상에서 자주 쓰지 않는다. 오히려 ’좋아한다‘, ’마음에 든다‘라는 말을 더 자주 쓴다. 그만큼 소중한 이에게만 쓰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말을 부하에게 강요하든 상사에게 아부 떨기 위해 사용하든 잘못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존경해요‘, ’수고하셨어요‘ 그런 말은 직장 내에서 서로를 인정하기에 쓸 수 있는 말이다. 맥락에 맞지 않는 말을 회사에서 강요하는 사람은 경우를 모르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과연 지자체장이든 어떤 자리에서 자기 일을 제대로 할지 의심이 간다.
공무원 백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