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변호사 한병철의 글로벌 법률 가이드 5.

외국인 참정권, 빼앗길 위기다

278만명 다문화 시대, 표심으로 지방정치를 움직이는 법

"참정권은 정당한 몫" 2026 지방선거 외국인 참여 촉구

[부산 변호사 한병철의 글로벌 법률 가이드⑤] 외국인 참정권, 빼앗길 위기다

 

278만 명 다문화 시대, 표심으로 지방정치를 움직이는 법

 

◇ 표심이 지방정치를 흔드는 시대로 이미 들어섰다 

법무부 통계는 분명하다. 2025년 말 한국 체류 외국인이 278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인구의 5.44%다. 2026년 들어 더 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방선거 투표권을 가진 영주권자는 약 14만 명이다. 2006년 제도 시행 당시는 6,726명에 불과했다. 20년 만에 20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한 병 철 변호사

부산 해운대, 경기 안산, 서울 영등포가 대표적 밀집 지역이다. 더 이상 무시 못 하는 숫자가 됐다. 2022년 안산시장 선거를 살펴보자. 두 후보의 표 차이가 단 179표였다. 그 지역 외국인 유권자는 8천 명을 넘었다. 외국인 표심이 결과를 흔들 잠재력이 충분하다.

 

 다만 분명히 짚을 점이 있다. 외국인은 시의원이나 구의원으로 출마할 수 없다. 공직선거법 제16조에 따라 피선거권은 국민에게만 인정된다. 그러나 출마가 막혔다고 영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표 한 장이 정책 한 줄을 바꾼다. 

 

 외국인 정책 공약이 지방선거의 핵심 변수가 됐다. 그런데 지금, 이 권리가 흔들리고 있다. 2024년 국회에는 두 건의 법안이 올라왔다. 거주 요건을 5년으로 늘리는 안이다. 상호주의를 적용하자는 안이다. 사실상 권리를 줄이자는 신호다.

 

◇ 권리는 받았는데 왜 못 쓰고 있나 

 한국 정부는 2005년에 큰 결심을 했다. 일본에 사는 재일동포의 참정권을 받아내려는 명분이 컸다. 그래서 우리가 먼저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줬다. 아시아에서 처음이었다. 그러나 2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본은 답이 없다. 재일동포는 여전히 일본 지방선거에서 투표하지 못한다. 한국인이 화를 내는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 이유는 국적 비중이다. 외국인 유권자 14만 명 중 81%가 중국 국적자다. "중국이 한국 정치를 흔든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세 번째는 "원정투표" 논란이다. 사실상 실거주 요건이 느슨하다는 비판이다. 영주권만 살아 있으면 선거인명부에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자기 동네 일을 정작 살지 않는 사람이 결정한다는 분노다. 

 

 여기에 외국인의 침묵이 더해진다. 2018년 지방선거 외국인 투표율은 13.5%였다. 한국인 평균 투표율의 4분의 1 수준이다. 권리를 받은 대다수가 참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침묵이 폐지론자들에게 무기를 쥐여 주고 있다. 결국 폐지론은 차별이 아니라 신뢰 부족의 결과다. 권리는 행사하지 않으면 빼앗긴다. 이게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현실이다.

 

◇ 법은 외국인에게 무엇을 허락하는가 

 공직선거법 제15조 제2항 제3호가 핵심이다. 세 가지 요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 

첫째, 출입국관리법상 영주(F-5) 체류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둘째, 그날부터 3년이 지나야 한다. 셋째, 해당 지자체의 외국인등록대장에 올라 있어야 한다. 단순히 영주권만 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만 18세 이상이라는 연령 요건도 함께 충족해야 한다. 

 

 이 조건이 다 맞으면 시·도지사를 뽑을 수 있다. 시장, 군수, 구청장도 마찬가지다. 시·도의원, 시·군·구의원 선거도 가능하다. 주민투표와 주민소환에도 참여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는 불가능하다. 

 

 외교와 국방은 국민의 영역이라는 헌법 정신 때문이다. 헌법 1조 2항은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못 박았다. 선거운동은 일부 범위 내에서 허용된다. 지방선거에 한해 후보자를 위한 합법적 활동이 가능하다. 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 제1호 단서가 그 근거다.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정당의 정식 당원 가입은 정당법 제22조에 따라 불가능하다. 정치자금 기부도 정치자금법상 금지된다. 출마 자체도 금지된다. 다만 명예 당원이나 외국인 자문 위원회 길은 일부 열려 있다. 

 

 곧 변화가 온다. 거주 요건을 5년으로 늘리는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 중이다. 매년 일정 기간 한국에 사는 실거주 의무도 검토되고 있다. 미리 알아 두면 손해 볼 일이 없다.

 

◇ 지금 영주권자에게 필요한 6가지 준비

 

  1. 1. 영주권 취득일을 정확히 확인한다. F-5 비자를 받은 날짜가 시작점이다. 그날부터 3년이 지나야 한다. 영주증과 신분증은 잘 보관한다. 분실 시 재발급에 한 달 가까이 걸린다.

 

2. 외국인등록대장에 정확히 등재돼 있어야 한다. 이사하면 14일 안에 신고해야 한다. 등록이 빠지면 선거인명부에서 제외된다. 출입국·외국인청에서 확인 가능하다. 하이코리아 홈페이지에서도 조회된다.

 

3. 한국 거주 기록을 차곡차곡 남긴다. 세금 신고와 건강보험료 납부가 첫 번째 증거다. 자녀 학교 등록과 은행 거래 내역도 마찬가지다. 장기 해외 체류자는 선거인명부 등재 자체에서 제한될 수 있다. 출국 기간이 길었다면 더 신경 써야 한다.

 

4. 지역 사회 활동에 적극 참여한다. 주민자치회, 통·반 모임, 학부모회가 좋은 출발점이다. 외국인 주민 협의회도 있다. 한국어가 서툴러도 괜찮다. 얼굴을 비치는 것만으로 "이 동네 사람"이 된다. 폐지론에 맞서는 가장 강한 방패가 바로 이 참여다.

 

5. 후보자 정보를 모국어로 확인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가 다국어 자료를 제공한다.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공약을 비교할 수 있다. 지역 외국인 정책에 초점을 맞춰 보면 좋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도 안내받을 수 있다.

 

6. 비자를 빌미로 한 협박은 그대로 두면 안 된다. "투표하면 비자에 불이익이 간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영주권자의 정치 활동은 법으로 보호된다. 협박의 정도와 위험이 인정되면 형법상 강요죄가 성립할 수 있다. 증거를 모아 즉시 변호사와 상담해야 한다.

 

◇ 변호사가 외국인의 권리를 지키는 방식 

 영주권 문제는 한 번 꼬이면 풀기 어렵다. 출입국청에서 영주권 취소 통지가 올 수 있다. 갱신 거부 통지도 마찬가지다. 통지를 받으면 통상 30일 안에 이의신청을 해야 한다. 이 기간을 놓치면 회복이 어렵다. 

 

좋은 변호사는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다. 영주권 유지에 필요한 거주 일수를 정확히 짚어준다. 소득 요건과 범죄경력 기준도 함께 본다. 출입국 기록과 세금 내역을 어떻게 정리할지 같이 검토한다. 가족 관계 서류도 빠뜨리지 않고 챙킨다. 

 

영주권 거부 처분 취소 소송도 가능하다. 통지받은 날부터 90일 안에 소장을 내야 한다. 차별 문제도 마찬가지다. 임금 차별, 임대 거부, 서비스 거부가 대표적 사례다. 

 

 국가인권위원회 진정과 민사소송 두 트랙이 있다. 혼자 싸우면 무시당하기 쉽다. 변호사가 들어가는 순간 상대 태도가 달라진다. 한국 헌법은 기본권 주체를 국민 중심으로 본다. 다만 인간 존엄과 평등 같은 기본권은 외국인에게도 인정된다. 권리의 토대는 이미 법전 안에 있다.

 

◇ 빌려받은 권리가 아니라 함께 만든 권리다 

참정권은 누가 베풀어준 선물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 세금을 냈다. 아이를 키웠다. 묵묵히 일했다. 이웃과 부딪히며 살아왔다. 그 모든 시간이 쌓인 정당한 몫이다. 다문화는 한국에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그 사실을 증명할 사람은 외국인 당사자들이다. 

 

 한국 사회의 미래는 이들 손에도 달려 있다. 권리는 지키려면 행사해야 한다. 2026년 6월 지방선거가 외국인 참정권의 분수령이 된다. 14만 명이 투표장에 나가는 순간, 그 자체로 메시지가 된다. "외국인 투표권은 살아 있다"는 증명이다. 침묵하면 빼앗기고, 행동하면 인정받는다.

 

 

한병철 /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 변호사

(대한변협 인증 형사전문변호사 · 부동산전문변호사)
 

작성 2026.05.13 15:03 수정 2026.05.1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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