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왜 늘 시대와 충돌했는가

교회사는 ‘성자들의 기록’이 아니었다

한국 교회를 향한 가장 아픈 질문

불편함 끝에 남는 깊은 성찰

교회는 왜 늘 시대와 충돌했는가

최종원의 『거꾸로 읽는 교회사』, 불편하지만 반드시 읽어야 할 교회의 자화상

 

 

2025년 출간된 거꾸로 읽는 교회사는 익숙했던 교회사 읽기의 방향을 완전히 뒤집는다. 교리의 형성과 신학 논쟁 중심으로 서술되던 기존 교회사에서 벗어나, 교회와 사회의 충돌과 공존, 타협과 저항의 흔적을 중심으로 역사를 재해석한다. 저자인 최종원 교수는 교회사를 단순한 종교 내부의 연대기가 아니라 “사회 속 교회의 초상”으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처음부터 독자를 편안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가 교회에 대해 갖고 있던 익숙한 신념과 이미지를 흔들어 놓는다. 하지만 바로 그 불편함이야말로 이 책의 핵심이다. 저자는 역사를 통해 오늘의 교회를 비추어 보게 만들고, 한국 교회가 어디에서 길을 잃었는지 질문하게 만든다.

 

대부분의 교회사 책은 위대한 신학자와 교리 형성, 종교개혁, 선교 역사 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거꾸로 읽는 교회사』는 전혀 다른 질문에서 시작한다.

 

“교회는 각 시대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었는가.”

 

책은 총 20개의 주제를 통해 교회가 정치권력, 혁명, 자본주의, 노동, 여성운동, 반지성주의, 소수자 문제와 어떻게 얽혀 왔는지를 추적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교회가 언제나 정의롭고 거룩한 집단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성경, 너무나 정치적인 책”이라는 첫 장은 강렬하다. 저자는 영국 국왕 제임스 1세가 왜 새로운 성경 번역을 추진했는지를 통해 성경조차 정치와 권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성경 번역은 단지 신앙적 작업이 아니라 권력 질서 재편의 도구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는 독자에게 익숙한 질문을 던진다. 오늘날 한국 교회 역시 정치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반지성주의의 반대는 지성주의가 아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지성과 반지성’에 대한 논의다. 저자는 오늘날 교회 안에 깊게 자리 잡은 반지성주의 현상을 단순히 “공부 부족”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그는 교회가 오랫동안 사회 변화에 대한 불안 속에서 폐쇄적인 확신 체계를 강화해 왔다고 분석한다. 특히 음모론, 유사과학, 종교적 주술주의가 현대 교회 안에서 어떻게 확산되는지를 날카롭게 짚는다.

 

“반지성주의의 반대는 지성주의가 아니다”라는 문장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을 압축한다. 저자가 말하는 대안은 단순한 엘리트주의가 아니라 성찰 능력이다. 읽고, 질문하고, 의심하고, 다시 해석하는 힘이야말로 건강한 신앙의 토대라는 것이다.

 

루터와 독서 문화에 대한 장 역시 인상 깊다. 저자는 읽는 행위 자체를 인간 해방의 과정으로 설명한다. 문자와 책을 독점하던 시대에 읽기는 권력을 해체하는 행위였고, 종교개혁 역시 결국 “누가 읽을 권리를 갖는가”의 문제였다는 해석은 매우 현대적으로 다가온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서양 교회사를 정리하는 데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논의는 결국 오늘의 한국 교회를 향한다.

 

저자는 한국 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잃어버린 현실을 정면으로 다룬다. 교회가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기보다 정치적 진영 논리에 갇혀 있다는 비판, 내부 결속을 위해 외부 세계를 적대시하는 문화, 차별금지법과 소수자 이슈를 둘러싼 과도한 공포 정치까지 숨기지 않는다.

 

특히 “소수자와 종교” 장은 한국 사회의 첨예한 갈등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저자는 교회가 특정 사회 이슈를 지나치게 ‘생존의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오히려 복음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여성 참정권 운동과 기독교의 관계를 다루는 부분에서는 교회가 역사 속에서 여성 인권 향상에 기여한 측면과 동시에 억압의 구조를 유지한 양면성을 함께 보여 준다. 교회는 언제나 정의의 편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대목이다.

 

“교회는 완전한 공동체가 아니다”

 

『거꾸로 읽는 교회사』가 궁극적으로 말하는 것은 교회에 대한 냉소가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교회를 지나치게 이상화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진짜 교회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교회는 실패하고, 흔들리고, 갈등하고, 다시 일어서는 인간 공동체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사는 영웅담이 아니라 인간의 역사다.

 

특히 본회퍼를 다루는 장에서는 “주변인으로서의 교회”라는 개념이 강하게 등장한다. 세상의 중심 권력을 차지하려는 교회가 아니라, 오히려 낮은 자리에서 사회와 함께 고통받는 공동체로서의 교회가 미래의 대안이라는 메시지다.

 

이는 오늘날 거대한 조직과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 집중하는 일부 한국 교회에 매우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교회는 권력을 추구해야 하는가, 아니면 시대 속 양심으로 존재해야 하는가.

 

출처 : 2026년 5월 12일 부산 기쁨의 집 기독서점에서 열린 특별강좌중에 촬영 

 

이 책은 친절한 교회사 입문서는 아니다. 독자의 신앙적 확신을 흔들 수 있고, 때로는 분노와 혼란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책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거꾸로 읽는 교회사』는 교회를 공격하기 위해 역사를 사용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교회를 사랑하기 때문에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말자고 말하는 책이다.

 

오늘날 한국 교회는 위기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사회적 신뢰 하락, 세대 이탈, 정치 편향 논란, 반지성주의 비판 등 수많은 문제 앞에서 교회는 스스로를 성찰해야 하는 시점에 놓여 있다.

 

최종원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역사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거울 앞에 선 교회는 더 이상 스스로를 미화할 수 없다.

 

불편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질문. 『거꾸로 읽는 교회사』는 바로 그 질문을 한국 교회 앞에 던지는 보기 드문 문제작이다.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6.05.13 09:02 수정 2026.05.1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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