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름에 아비는 젖을 물리고
성큼 내딛는 해거름 소리에
서산 위 붉은 노을이 일고
동녘 하늘에 연보라빛 구름이 퍼진다
저문 옷으로 갈아입고
덤불 숲 사잇길로 난 텃밭에서
어둠이 몰고 온 진한 숲 냄새를 맡으며
해거름을 넘기며 초저녁을 들추는 사이
발자국 소리에 귀를 세워
목말라 우는 아이들에게
물 호스를 든 아비는 젖을 물린다
예전에 없던 불볕더위에 시달려
처진 어깨를 다독다독
서로의 가슴을 꼭 껴안아 흔들며
깊어가는 어둠 자락을 덮는다

[김문식]
2023년 『문예바다』 등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