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바다 오염] 바닷새 혈액에서 드러난 중층 해역 수은 오염의 충격적 진실

전 세계 108종 바닷새 분석 결과 공개, 북태평양·북대서양 해역 오염 최고 수준 확인

수심 200~1000m ‘황혼 지대’ 위험, 심해 먹이사슬 따라 증폭되는 메틸수은의 공포

알바트로스 63% 위험 단계 진입- 산업화 독성 물질, 식탁까지 연결될 가능성

 

바다를 누비며 살아가는 바닷새들의 혈액에서 인간 산업화가 남긴 해양 오염의 민낯이 드러났다. 일본 나고야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전 세계 108종, 약 1000마리의 바닷새 혈액 표본을 분석해 생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최초의 글로벌 해양 수은 오염 지도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오브 더 토털 인바이런먼트’에 게재되며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진은 산업화와 화석연료 연소 과정에서 배출된 수은이 대기를 통해 장거리 이동한 뒤 바다로 유입되면서 세계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화력발전과 금속 제련, 산업 폐기물 배출 과정에서 발생한 수은이 해류와 대기 순환을 통해 지구 전역으로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심각한 오염 상태를 보인 지역은 북태평양과 북대서양이었다. 해당 해역에서 서식하는 바닷새 혈액에서는 1g당 평균 1.5~3.5마이크로그램 수준의 수은이 검출됐다. 이는 세계 평균치보다 약 두 배 높은 수치다. 반면 인간 활동의 영향이 비교적 적은 남극해와 남대서양에서는 0.1~0.5마이크로그램 수준으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낮은 오염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번 연구가 기존 해양 오염 조사 방식과 결정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대기 중 수은 농도와 해류 흐름, 수온 변화를 토대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오염도를 추정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살아있는 생물의 혈액 데이터를 직접 활용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연구팀은 1985년부터 축적된 표본 자료에 최근 7년 동안 직접 세계 각지를 돌며 채취한 데이터를 결합해 정확도를 크게 높였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학계가 가장 주목한 부분은 수심 200m에서 1000m 사이에 형성된 ‘중층 해역(Mesopelagic Zone)’이었다. 이 구간은 햇빛이 거의 닿지 않는 어두운 바다로, 과학계에서는 흔히 ‘황혼 지대(Twilight Zone)’라고 부른다. 인간 활동과 멀리 떨어진 공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세계 해양 생태계와 탄소순환 시스템의 핵심 연결 지점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중층 해역이 중요한 이유는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생물 이동 현상이 이곳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중층 생물들은 낮 동안 깊은 바다에 머물다가 밤이 되면 먹이를 찾아 수면 가까이 이동한다. 이를 ‘수직 대이동’이라 부른다. 오징어와 작은 어류, 플랑크톤 등이 이 이동에 참여하며, 이는 해양 먹이사슬 전체를 움직이는 핵심 메커니즘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산업화 이후 이 중층 생태계가 독성 물질의 축적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를 통해 바다에 유입된 수은은 해양 미생물 작용을 거치며 독성이 훨씬 강한 메틸수은 형태로 변환된다. 메틸수은은 생물 체내에 쉽게 축적되며 배출 속도는 매우 느리다. 결국 중층 생물 내부에 농축된 독성 물질은 먹이사슬을 따라 상위 포식자에게 이동하게 된다.

 

바닷새들은 바로 이 구조 속에서 위험에 노출됐다. 비록 수심 수백 미터까지 직접 잠수하지는 않지만, 밤이 되면 수면 근처까지 올라오는 오징어와 심해어를 포획하면서 고농도의 수은을 함께 섭취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중층 생물을 주요 먹이로 삼는 조류일수록 체내 수은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가장 우려되는 종은 거대한 날개 폭으로 유명한 알바트로스였다. 조사 결과 알바트로스 개체의 약 63%가 수은 오염 위험 단계로 분류됐다. 알바트로스는 중층 해역 먹이를 장기간 섭취하는 데다 평균 수명이 약 50년에 달해 체내 독성 물질 축적 기간도 매우 길다. 연구진은 장기간 축적된 수은이 번식률 저하와 신경계 손상, 면역 기능 약화 등 생존 자체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중층 해역이 단순한 오염 지역이 아니라 ‘독성 물질 증폭 구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표층에서 유입된 오염물질이 심해 생태계를 거치며 다시 농축되고, 이후 상위 생태계로 역류하는 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심해는 더 이상 오염물질이 사라지는 공간이 아니라 독성이 축적되고 확대되는 저장고로 변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인간 역시 이 먹이사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참치와 대형 어류, 오징어류 상당수는 중층 생태계와 연결되어 있다. 결국 심해에서 농축된 메틸수은이 수산물을 통해 인간 식탁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 환경기관들이 메틸수은을 대표적인 신경독성 물질로 분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연구는 인간 산업 활동의 영향이 더 이상 연안과 표층 바다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심해와 중층 해역까지 산업화의 흔적이 침투했고, 그 독성은 다시 먹이사슬을 따라 인간 사회로 돌아오고 있다. 바다는 침묵하고 있지만, 그 안의 생명체들은 이미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작성 2026.05.12 18:25 수정 2026.05.1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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