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 이웃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70대 여성이 마지막 순간 장기기증으로 두 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생전 봉사와 돌봄을 실천해 온 고인의 따뜻한 삶은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지며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3월 6일 이대서울병원에서 김용분 씨가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간과 신장을 기증하고 삶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증으로 두 명의 환자가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게 됐다.
지난 1월 27일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된 김 씨는 의료진의 집중 치료에도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 판정을 받았고, 가족들은 깊은 고민 끝에 생전 고인의 뜻을 존중해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남편 오지환 씨는 아내와 오래전부터 생명나눔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고 전하면서, “세상을 떠나는 순간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서로 이야기해 왔다”며 “아내의 따뜻한 마음을 마지막까지 지켜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6남매 가운데 장녀로 태어나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어린 시절부터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김 씨는 학업을 이어가기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성실하게 삶을 살아왔다.
이후 남편과 결혼해 세 자녀를 키우며 가정을 돌봤고, 남편이 교회를 개척해 목회 활동을 이어가는 동안 묵묵히 곁에서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했다. 50년 넘게 함께 생활해 온 남편은 고인을 두고 “온화하고 정직하며 늘 주변을 먼저 생각했던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고인은 생전에도 꾸준히 나눔을 실천해 왔는데, 미용 기술을 익혀 약 10년 동안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미용 봉사를 이어갔고,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해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돌보는 데에도 힘써 왔다. 가족들은 김 씨가 자신의 어려움보다 주변 사람들의 사정을 먼저 살피던 사람이었다고 기억했다.

남편 오 씨는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몇 해 전 딸 부부와 함께 떠난 가족 여행을 꼽았다. 당시 딸 부부는 부모님이 젊은 시절 형편상 제대로 된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던 점을 안타깝게 여겨 해외 바닷가에서 작은 결혼식을 준비했다면서 “사진 속 환하게 웃던 아내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그 미소를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밀려온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해주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뿐이었다”며 “꿈에서라도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 언젠가 다시 만나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장기기증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삶을 이어주는 숭고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삼열 원장은 “평생 이웃을 위해 살아온 김용분 씨가 마지막 순간까지 생명나눔을 실천해 큰 사랑을 남겼다”며 “기증자의 고귀한 뜻이 사회 전반에 따뜻한 울림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생명나눔 문화 확산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에서는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 수에 비해 기증자는 부족한 상황으로, 의료계는 생명나눔에 대한 인식 개선과 공감대 형성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누군가를 살리는 선택은 결코 쉽지 않다. 김용분 씨와 가족의 결정은 생명나눔이 가진 가치와 인간애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고인의 따뜻한 마음은 새로운 삶을 이어받은 이들의 내일 속에서 오래 기억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