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예술의 기적 아닌 실력”… 연극 ‘젤리피쉬’, 백상연극상까지 품으며 한국 연극사 새 장 열었다

동아연극상 이어 백상예술대상까지 석권… 장애예술 기반 작품의 이례적 성취

다운증후군 배우 백지윤의 진정성 있는 무대, 관객과 평단을 동시에 움직였다

모두예술극장 개관 2년 만의 쾌거… 한국 공연예술 생태계 변화 신호탄

▲2025년 진행했던 연극 ‘젤리피쉬’ 공식 포스터. 사진=(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한국 연극계의 흐름을 바꿀 상징적인 장면이 탄생했다. 장애예술 기반 창작 공연인 연극 ‘젤리피쉬’가 제62회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최고 영예인 백상연극상을 수상하며 한국 공연예술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이 공동 제작한 ‘젤리피쉬’는 지난 5월 서울 코엑스 D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으며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수상은 지난 1월 동아연극상 작품상 수상에 이어 같은 시즌 두 번째 대형 트로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남겼다. 한국 연극계 양대 권위상을 동일 작품이 동시에 석권한 사례 자체가 드문 데다, 장애예술을 기반으로 한 공연이라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은 18년간의 공백 끝에 2020년 부활한 이후 한국 연극계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주요 시상 부문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무대에서 장애예술 작품이 정상에 올랐다는 사실은 단순한 수상 이상의 상징성을 지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극 ‘젤리피쉬’ 공연 장면 속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영국 극작가 벤 웨더릴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 이번 작품은 다운증후군을 가진 여성 ‘켈리’가 사랑과 자립, 관계 속에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냈다. 무엇보다 실제 다운증후군 배우인 백지윤이 주인공 켈리 역을 맡아 2시간이 넘는 공연을 이끌었다는 점이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극 중 상대역 도미닉은 저신장 장애 배우 김범진이 맡아 현실감과 몰입도를 높였다.

 

기존 한국 연극 무대에서 보기 어려웠던 캐스팅 조합은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끌어올렸으며, 장애극복의 서사를 그리기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사랑과 갈등, 독립과 성장의 이야기로 접근한 점 역시 높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연극 ‘젤리피쉬’ 공연 장면 속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024년 쇼케이스를 통해 첫선을 보인 뒤 2025년 모두예술극장에서 초연된 ‘젤리피쉬’는 이후 국립극단 기획초청 프로그램에 선정되며 명동예술극장 무대에도 다시 올랐다. 해외에서는 이미 영국 부시 시어터와 내셔널시어터 등에서 호평받은 작품이지만, 국내 공연은 한국적 정서와 현실에 맞춰 새롭게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이뤘다.

 

백상예술대상 심사위원단은 이번 수상작 선정 과정에서 예술적 완성도와 대중적 확장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검토했다고 밝히면서, 올해 결과는 한국 연극계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총평했다. 동아연극상 심사위원단 역시 ‘젤리피쉬’를 두고 관객에게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공존과 인간다움에 대한 고민을 끌어내는 작품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장애를 전면에 내세운 계몽적 접근 대신, 지극히 현실적인 인간 관계와 감정의 충돌을 섬세하게 다뤘다는 점이다. 가족 간의 갈등과 사랑, 사회 속 자립 문제를 통해 관객 스스로 인간 존재와 소통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든 이번 작품은 장애예술이 특정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동시대 예술의 중심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성과는 모두예술극장 개관 2년 만에 이뤄낸 결과라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모두예술극장은 국내 최초 장애예술인 표준공연장을 목표로 출범했으며, 장애예술인의 창작과 교류, 접근 가능한 공연 환경 구축을 핵심 가치로 삼아왔다. 이번 백상예술대상 수상은 장애예술 인프라 자체가 한국 공연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 볼 수 있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방귀희 이사장은 장애예술은 사회적 공감과 인간적 연대를 함께 담아낼 수 있는 중요한 예술 자산이라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모두예술극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장애예술 흐름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시상식 현장에서 배우 백지윤은 눈물을 흘리며 원작자와 제작진,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 큰 박수를 받았다.

 

연극 ‘젤리피쉬’는 오는 9월 부산 영화의전당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주요 문예회관 투어에 나설 예정이다.

 

연극 ‘젤리피쉬’의 성과는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인간 본연의 삶과 감정을 무대 위에 설득력 있게 구현해냈다는 점에서 한국 공연예술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번 수상은 장애예술의 미래뿐 아니라 한국 연극의 방향성을 다시 쓰는 중요한 장면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작성 2026.05.12 16:53 수정 2026.05.1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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