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사이트뉴스 박주환 기자] 축구 선수의 생명은 무릎에서 결정된다. K-3 리그의 촉망받는 유망주였던 윤석현 대표에게 찾아온 두 번의 십자인대 파열은 가혹한 선고였다. 하지만 그는 수술대 위에서 절망 대신 새로운 경기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10년 차 행정가, 유소년 교육의 혁신가, 그리고 대한민국 풋골프 국가대표까지. 윤석현이라는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들은 그가 사각형의 그라운드를 넘어 얼마나 넓은 영역으로 자신의 삶을 확장했는지 잘 보여준다. 경기도 포천, Y스포츠센터에서 만난 그는 여전히 뜨거운 ‘현역’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축구는 목적지가 아닌, 수많은 길로 향하는 터미널이다
윤석현 대표의 교육 철학은 ‘비전의 다각화’라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그는 대한민국 엘리트 스포츠 교육의 고질적 문제인 '올인(All-in) 시스템'에 반기를 든다.
“축구를 배우는 아이들 100명 중 프로 선수가 되는 아이는 1명도 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머지 99명은 실패자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축구는 아이들이 세상으로 나가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자 터미널이 되어야 한다"
그가 운영하는 와이스포츠센터는 단지 공을 차는 기술만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축구를 매개로 심판의 공정성, 행정가의 조직력, 유튜버의 창의성, 스포츠 산업의 경제성을 배운다. 실제로 윤 대표는 교육이 끝난 후에도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지속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며, 각자의 성향에 맞는 스포츠 관련 진로를 제시하는 ‘커리어 컨설턴트’ 역할을 자처한다. 윤 대표에게 교육이란 단순히 골을 넣는 법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경기장에서 자신만의 포지션을 찾는 법을 가르치는 과정이다.
◆상생의 생태계를 디자인하다
윤석현 대표는 10년째 포천시축구협회 사무국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보수가 없는 봉사직임에도 그가 이 자리를 고집하는 이유는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연결하기 위해서다. 그는 “지자체의 무료 스포츠 복지는 국민의 권리 측면에서 훌륭하지만 전문성을 갖춘 민간 스포츠 기관과의 연계가 결여된 채 양적 팽창에만 집중하다 보니, 오히려 지역 내 양질의 스포츠 교육 생태계가 고사할 위기에 처해 있다”며 민간 스포츠 교육 인프라가 처한 위기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진단한다.
윤 대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자체, 그리고 민간 협회가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거버넌스 모델’을 제안한다. 민간의 전문 커리큘럼을 공공 시스템이 수용하고, 이를 통해 강사들의 고용 안정성과 교육의 질을 동시에 잡아야 한다는 논리다. 그의 목소리에는 현장을 아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한 확신이 실려 있다.
◆풋골프(Footgolf), 트렌드를 읽는 국가대표의 도전
윤석현 대표를 설명하는 가장 최신 트렌드는 바로 ‘풋골프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이다. 축구와 골프의 장점을 결합한 이 이색적인 종목은 해외에서는 이미 수조 원대 산업으로 성장 중인 ‘뉴 스포츠’다.
“내가 풋골프에 매료된 것은 선수 시절의 승부욕 때문만은 아니다. 풋골프는 공간의 재해석이다. 골프장을 축구의 장으로 바꾸듯, 우리 아이들에게도 ‘기존의 틀을 깨면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싶었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풋골프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그는 직접 발로 뛰며 대회 출전과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취미를 넘어, 미래 스포츠 콘텐츠의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행정가적 안목이 반영된 결과다. 국가대표 마크를 달고 필드에 서는 그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도전은 나이와 종목에 상관없이 계속되는 것'임을 가르치는 살아있는 교과서가 된다.
◆아이들과의 약속은 나의 마지막 골라인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경기 속에서도 윤 대표가 흔들림 없이 센터를 운영하는 원동력은 ‘책임감’이다. 그는 경영난 속에서도 교육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아이들은 스승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 내가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타협하기 시작하면, 아이들도 한계 앞에서 멈추는 법을 먼저 배울 것이다. 아이들과 맺은 교육의 약속은 내가 지켜야 할 마지막 골라인과 같다”
그는 유아 스포츠부터 성인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라이프타임 스포츠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포천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넘어 대한민국 스포츠 교육의 표준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확장될 뿐이다”
윤석현 대표의 삶은 굴곡진 그라운드를 닮았다. 태클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고, 예상치 못한 부상에 교체 사인을 보내야 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그는 벤치로 물러나는 대신 감독으로, 행정가로, 그리고 새로운 종목의 개척자로 다시 경기장에 들어섰다. 그는 이제 더 이상 혼자 골을 넣기 위해 뛰지 않는다. 대신 수많은 아이가 자신만의 골을 넣을 수 있도록 그라운드의 폭을 넓히고, 장애물을 치워주며, 새로운 길을 설계해가는 중이다.
“내 인생의 후반전은 이제 막 킥오프를 마쳤다. 이제 나에게 중요한 건 전광판의 스코어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아이의 손을 잡고, 이 긴 경기를 끝까지 함께 완주하느냐가 내 유일한 승부의 기준이다”
그라운드를 떠난 뒤에야 비로소 더 넓은 세상을 보게 되었다는 윤석현 대표의 후반전은 그렇게 오늘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의 발끝에서 시작된 변화의 킥이 대한민국 스포츠의 미래를 향해 힘차게 뻗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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