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명령이 취소되면 분양계약 해제도 무효가 됩니다 — 수분양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법적 함정

법무법인 휘명 대표변호사 박휘영

"시정명령 받았대요. 이제 해제할 수 있는 거 맞죠?"
분양사업자가 건축물분양법 위반으로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소식이 수분양자 단체 채팅방에 퍼지는 순간, 이런 질문이 쏟아집니다. 분양계약서에 분명히 적혀 있으니까요.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으면 분양받은 자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대법원도 2025년 12월 그 권리를 명확히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2025년 4월 수원지방법원이 선고한 판결 하나가 이 그림에 중요한 경고를 던지고 있습니다. 시정명령이 취소되면, 그 시정명령을 근거로 한 분양계약 해제도 효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사진: 법무법인 휘명 박휘영 대표변호사


무슨 일이 있었나 — 수원지방법원 2024구합74572
분양사업자가 분양광고에 건축물분양법 시행령이 정한 법정 기재사항 일부를 누락했습니다. 허가권자는 시정명령을 예고했고, 분양사업자는 정식 시정명령이 내려지기 전에 서둘러 정정 분양신고서를 제출하고 수분양자들에게 개별 통지를 마쳤습니다. 허가권자는 그럼에도 2024년 11월 예고된 시정명령을 그대로 강행했습니다.
수분양자들은 이 시정명령을 근거로 분양계약 해제를 주장했습니다. 분양계약서에 명시된 약정해제 조항을 그대로 적용한 것입니다. 그러나 분양사업자는 즉각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025년 4월 24일 수원지방법원은 그 시정명령을 취소했습니다. 판결의 논리는 이것입니다. “분양사업자가 이미 자진 시정을 완료한 상태에서 내려진 시정명령은 위반 상태가 없는데 시정을 명한 것이므로 위법하다.” 시정명령이 취소되자, 수분양자들이 그 시정명령을 근거로 행사하려던 약정해제권도 기초를 잃었습니다.


수분양자 입장에서 이 판결이 위험한 이유
건축물분양법 시행령 제9조 제1항 제11호는 분양계약서에 반드시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분양받은 자가 계약을 해약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2025년 12월 24일 선고 2025다215248 판결에서 이 조항의 효력을 분명히 인정했습니다. 위반의 경중을 따질 것 없이,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 자체가 해제 사유가 된다고 했습니다.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이보다 유리한 판결이 없습니다. 그런데 수원지법 판결은 그 전제 조건을 흔들어 놓습니다. 약정해제권은 '유효한 시정명령'이 존재해야 발생합니다. 분양사업자가 시정명령 취소소송에서 이기면, 수분양자의 해제권은 소급하여 사라집니다. 내용증명을 이미 보냈더라도, 계약 해제의 효력 자체가 부인될 수 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타이밍의 문제입니다. 분양사업자는 시정명령을 받는 즉시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합니다. 하나는 집행정지 신청(시정명령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것), 다른 하나는 본안 취소소송입니다.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시정명령은 곧바로 효력이 정지됩니다. 수분양자가 해제 의사를 표시하기도 전에 근거가 흔들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분양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시정명령의 현재 법적 효력 상태를 즉시 확인해야 합니다.
시정명령이 내려졌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분양사업자가 집행정지를 신청했는지, 법원이 이를 인용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집행정지가 인용된 상태에서 해제 의사를 표시하더라도 그 효력이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둘째, 시정명령이 유효한 상태일 때 신속하게 해제 의사를 표시해야 합니다.
집행정지 인용 전에 내용증명을 통해 계약 해제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제 의사표시의 시점이 법적 효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자진 시정의 '충분성'을 적극적으로 다퉈야 합니다.
분양사업자가 자진 시정을 했다고 주장하더라도, 그 시정이 실질적으로 충분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수분양자 전원에게 정보가 실질적으로 도달했는지, 누락된 정보가 계약 체결 판단에 미쳤을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분양사업자의 자진 시정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수분양자의 해제권이 자동으로 소멸하는 것은 아닙니다.


넷째, 약정해제권 외의 해제 근거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법정 기재사항의 누락이 단순한 행정적 하자를 넘어 계약 체결 의사에 영향을 미친 중요 정보였다면, 사기·착오를 원인으로 한 계약 취소, 또는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법정해제권도 병행하여 검토할 수 있습니다. 약정해제 조항 하나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Q&A — 지금 이 상황에 있는 수분양자라면
Q. 시정명령이 내려졌고 이미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분양사업자가 취소소송을 제기했다고 합니다. 제 해제는 유효한가요?
A. 해제 의사표시 당시 시정명령이 유효하게 존재했다면 원칙적으로 해제 효력이 발생합니다. 다만 분양사업자가 취소소송에서 승소하면 그 시정명령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되어(소급 취소), 해제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지금 상황이라면 취소소송의 진행 경과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분양대금 반환 청구 소송을 병행하여 법적 지위를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집행정지가 인용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제 해제가 불가능한가요?
A. 집행정지는 시정명령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정지시키는 것입니다. 본안 취소소송에서 분양사업자가 패소하면 시정명령의 효력은 되살아납니다. 집행정지 인용 이후에도 본안 소송의 결과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포기하기 전에 반드시 법적 검토를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마치며
건축물분양법은 분명히 수분양자를 보호하기 위해 설계된 법입니다. 시정명령을 해제 사유로 강제한 것도, 대법원이 위반의 경중을 불문하고 해제권을 인정한 것도 그 취지에서 비롯됩니다. 그러나 분양사업자들은 그 구도에 맞서 시정명령 취소소송이라는 새로운 전선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수분양자가 법이 부여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려면, 지금 자신이 처한 법적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움직여야 합니다. 시정명령이 내려진 그 순간부터 시간은 분양사업자 편에서 흐르기 시작합니다.
지금 상황이 복잡하게 느껴지신다면, 그 복잡함이 바로 전문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박휘영 법무법인 휘명 대표변호사. 17년간 부동산 분양계약 분쟁, 집합건물 관리 분쟁, 집단소송 등을 전문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지식산업센터 관리인으로 8년째 실무에 임하고 있으며, 지식산업센터·오피스텔·생활형숙박시설 등 건축물분양법 적용 사건 100건 이상을 수임하였습니다.

작성 2026.05.12 09:46 수정 2026.05.1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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